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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KURT VILE: Smoke Ring For My Halo (2011)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포크 싱어송라이터 커트 바일(Kurt Vile)은 자신의 솔로 활동 이전에 THE WAR ON DRUGS라는 록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영세한 수준의 솔로 인디 앨범을 두 장 발표한 뒤 전설적 컬트 인디 레이블 Matador와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선보인 [Childish Prodigy (2009)]는 음악 비평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로부터 1년 반만에 선보인 4번째 정규 앨범 (Matador 레이블 소속으로는 두번째 앨범) [Smoke Ring For My Halo] 역시 전작처럼  Matador 레이블 특유의 '인디스러운' 곰팡이 냄새로 축축하게 찌든 로파이(lo-fi) 포크록 트랙들로 채워져 있다.    

그의 송라이팅은 밥 딜런-탐 페티의 미국식 포크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기타 연주는 닐 영과 조지 해리슨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듯 하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편집증적, 환각적인 록 스타일로 천천히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70년대의 전설 BIG STAR의 히피-아웃사이더식 염세적 몽환경을 다시 보는 듯 하다.

아주 괜찮은 수준의 테크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된 '후리기' 식의 기타 솜씨와 낮잠자고 일어난 뒤 마이크를 입에 댄 것처럼 건조하고 폐쇄적으로 내뱉는 보컬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상한 조화로움은 트랜드와 거리가 멀 듯 하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오묘하게 귀 안으로 살살 감겨든다. 

조지 해리슨의 아르페지오 주법을 연상시키는 "Jesus Fever", 루 리드의 미니멀리즘을 흉내낸 "Puppet To The Man", 응어리진 가슴을 얼터너티브 록의 기분으로 살짝 들어내 본 "Society Is My Friend", 꼭꼭 숨겨둔 기타 재주를 한껏 뽐내는 "Peeping Tomboy" 등 감정의 고저를 전혀 드러내지 않고도 곡 하나하나 가사의 특색에 맞게 자신의 우울증을 다채롭게 자가진단한다.

염세적이고 우울한 자신의 심정을 시원하게 한번 말해보고자 하는 커트 바일의 논조는 꽤나 냉소적인 구석이 다분하다. 하지만 [Smoke Ring For My Halo]처럼 사사로운 찌질이 감정들을 절제하면서 다채로운 기타 솜씨, 개성 넘치는 목소리, 일상적 디테일이 살아 숨쉬는 묘사들로써 포크 감수성을 완벽하게 집약시킨 앨범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울함을 담담하게, 그러면서도 신나고 듣기 쉽게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데...

그는 이 '어려운 일'을 아주 수월하게 해낸 것이다. 바로 이 앨범에서.


RATING: 83/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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