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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R.E.M.: Collapse Into Now (2011)


R.E.M.의 역사는 곧 미국 모던록의 역사이며, 마이클 스타이프는 미국 대중 문화의 메인 아이콘이다. 비록 R.E.M.의 존재감은 1990년 후반 'New Adventures in Hi-Fi' 을 정점으로 안습 수준의 쇠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타오르는 불굴의 앨범 제작 열의 하나만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앨범에도 1997년에 탈퇴한 드러머 빌 베리를 제외하고는 스타이프-마이크 밀스-피터 벅 창단 맴버 세 명이 그대로 참여하였다. 

미국의 많은 음악 평론가들은 1997년 탈퇴 이후 음악에 완전 손을 떼고 농부로 변신한 빌 베리가 R.E.M.에 없기 때문에 그들의 음악이 뒷걸음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R.E.M.의 급격한 음악적 쇠퇴를 합리화하기 위한 어설픈 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당시 빌 베리의 영향력은 밴드 내에서 "있으나마나" 였다.  단지 R.E.M.의 몰락과 빌 베리의 탈퇴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던 거나, 아니면 기울고 있는 밴드의 창작적 흥망성쇠를 미리 간파한 빌 베리가 적시에 발을 뺀 것이거나. 둘 중 하나다. 빌 베리는 솔직히 드럼도 평균 수준이었다.  진위가 어찌됐든 빌 베리의 탈퇴 후에 밴드로써의 균형이 깨지고 리더 마이클 스타이프의 개성을 좀 더 강조하는 방식으로 급변한 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한때 기타리스트 Peter Buck의 열렬한 팬이었다. 리켄베커 기타를 매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깔끔한 피킹과 부드러운 슬라이드 주법은 분명 전성기 시절 R.E.M. 음악의 큰 개성 중 하나였지만 이 앨범에서는 리더 마이클 스타이프의 센티멘탈리즘만 지나치게 부각될 뿐 피터 벅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크게 미약하다 (안타깝게도 그게 2000년대 이후 R.E.M.의 슬픈 경향이긴 하다). 예전 R.E.M.의 영광을 추억하는 듯한 'all the best', 'mine smell like honey', 'alligator aviator autopilot antimatter',  'that someone is you' 은 요즘 젊은 모던록 밴드들의 연주처럼 그나마 활기가 느껴지지만, 나머지 수록곡들에서는 귀를 확 잡아끌만한 팩토가 단 한 구석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THE CHURCH와 OASIS에 역으로 영향을 받은 듯 몽환적으로 한없이 늘어지는 발라드 경향의 트랙들은 유난히 귀에 거슬리는데, 이들 중 6분 가까이 되는 12번째 트랙 'blue' 는 여신 PATTI SMITH가 찬조 출연함에도 불구하고 절제할 수 없는 나르시시즘으로 일관되어 끝까지 듣기에도 힘겨울 정도다.

이번 15번째 정규 앨범 'Collapse Into Now'는 전성기 시절 'Out Of Time'부터 이전 앨범 'Accelerate' 까지 마치 옴니버스 앨범을 듣는 듯 지극히 R.E.M.적인 목소리로 담아낸 작품이지만, 존경어린 업적으로 점철된 그들의 지나온 족적들을 생각할 때 ' 아, 이 앨범은 어떤 것이다'  라는 특별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평범한 앨범 그 자체다. 이 그저그런 앨범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R.E.M.이기에 더욱 당황스러울 수 밖에...

RATING: 58/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