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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TRICKEN CITY: Losing Colour (2011)


2010년 12월, 런던 출신의 4인조 밴드 STRICKEN CITY는 해체를 전격 선언하고 올해 2월 그들의 두번째 앨범 [Losing Colour]의 발매와 함께 런던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내세운 '80년대 말~90년대 초 음악의 21세기식 리바이벌' 실험은 분명 트랜드적으로 어필이 될만한 어프로치였지만 프로모션의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두번째 앨범을 '포기하다시피' 풀어버리고는 자진해체하는 비극을 맛보았다.   

STRICKEN CITY의 데뷔 앨범 [Songs About People I Know (2009)]는 영-미권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앨범은 아니었지만 C86 혹은 포스트 펑크 스타일의 UK 복고 기타록 감각에 댄서블한 터치를 겻들여 요즘의 취향에 맞춰 감칠맛나게 엮어낸 수작이었다. 이번 [Losing Colour]은 약간은 거칠기도 했던 전작에서의 록 스피릿을 과감하게 유화시키고 에터리얼 무드의 몽환적 전자음/이펙팅으로 그 물렁해진 촉감을 강화시키면서 CRANES 같은 드림팝이나 슈게이징 계열의 음악 형태에 좀 더 가까워진 형태를 갖추고 있다. 특히 STRICKEN CITY의 홍일점 프론트 멤버인 레베카 라의 보이스는 (음색 자체로만 봤을 때는 그다지 닮았다는 느낌은 없지만) 이번 앨범에서 훨씬 강화된 백킹 싸운드의 몽환적 이펙팅 덕분에 마치 엘리자베스 프레이져나 (SUGARCUBES 시절의) 뷰욕의 목소리처럼 카리스마적이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번 앨범은 일렉트로닉 비트와 샘플링, 신디싸이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전작 [Songs About People I Know]보다 댄스음악적인 느낌이 훨씬 더 강하게 드러나는데, 이러한 댄스음악적 뉘앙스들은 고급스러운 팝멜로디와 학구적 연주력이 조화를 이뤘던 90년대 주요 영국 얼터너티브 댄스 아이콘들(특히 NEW ORDER, SAINT ETIENNE 같은 밴드들)이 추구하던 디지털 싸운드와 상당히 유사한 감촉으로 다가온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지만 정규앨범 치고는 양적으로 아쉬웠던(총 8개의 트랙; 러닝타임 23분) 전작 [Songs About People I Know]에 비해 [Losing Colour]은 우선 정규 앨범다운 형태를 확실히 갖추고 있다(10곡; 러닝타임 42분). COCTEAU TWINS를 연상시키는 슈게이징 스타일의 믹싱 싸운드로 앨범 분위기를 압도하는 오프닝 트랙 "Some Say", 드림팝 밴드 CURVE 스타일을 떠올리게 하는 전형적 일렉트로닉 록 넘버 "Animal Festival",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소유자 사라 블랙넬을 연상시키는 레베카 라의 탁월한 보컬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Bella Writer", "Corridors" 등 최근 인디 팝 계열 음악에서 듣기 쉽지만은 않은 90년대 얼터너티브 댄스 풍 트랙들이 다채로운 복고 양식으로 디지털화되어 STRICKEN CITY의 마지막 앨범을 빛내주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의 폐해로 정작 어느정도 알려진 뮤지션들조차 음원 수입으로 어떠한 보상도 이루어 질 수 없는 현상황에서 '최소한의 생계'를 이유로 해체를 결정한 STRICKEN CITY의 전철을 밟을 인디 뮤지션이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건전한 형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디지털과 인터넷의 세상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쪽은 뮤지션들이겠지만 이러한 불법 mp3의 홍수 속에서 STRICKEN CITY 같은 훌륭한 인디 밴드를 하나 둘씩 잃어버릴 우리들 역시 결국은 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RATING: 7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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