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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CONNAN MOCKASIN: Forever Dolphin Love (2011)


90년대 세계정복을 꿈꾸다 힘의 역부족으로 사그라들었던 키위 싸이키델릭의 비타협적 인디 감성은 20년 남짓의 시간이 흐른 2010년대 SURF CITY와 CONNAN MOCKASIN의 등장과 함께 비로소 재조명되고 있다. 뉴질랜드 헤이스팅스 출신의 뮤지션 코난 모카신(CONNAN MOCKASIN)은 뉴질랜드식 싸이키델릭포크/드림팝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데, 자연스럽게 체득한 키위팝의 태생적 수혜 이외에 쟈드 페어(JAD FAIR)나 치보 마토(CIBO MATTO) 등을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멜로디와 비정상적인 코드 전개 방식, 그리고 냉소와 우울이 적절하게 배합된 센티멘탈한 팝 감수성까지 후천적으로 살려내면서 자신만의 특별한 몽환경의 세계를 구축하는 데 아주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혹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동화적 판타지 세계를 추구하는 [Forever Dolphin Love]의 전체적 사운드스케잎은 PRAM과 초기 BJORK의 스타일을 살짝 닮아 있긴 하지만, 사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그 어떤 음악들보다 복잡다양한 장르의 충돌과 융합이 앨범 안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물 흐르듯 전개되는 앤디 써머스(Andy Summers)의 리듬 기타 톤을 연상시키는 "Megumi The Milyway Above"와 "It's Choade My Dear"는 THE POLICE와 초기 PINK FLOYD의 복잡다양한 프로그래시브 록적 레이어와 QUICKSPACE, SUGARCUBES,  STEREOLAB 등의 음악에서 느껴졌던 동화적 인디 싸이키델리즘이 황금비율로 혼합이 되어 있으며, 바로크 오라토리오 음색을 연상시키는 클래시컬 보컬구와 함께 시작되는 "Faking Jazz Together"는 후기 비틀즈 시절의 존 레논 음악과 아방가르드 재즈, 키위 노이즈 록이 드림팝의 이펙팅 구조 안에서 드라마틱하게 결합하고 있다. 10분의 러닝타임을 자랑하는 대곡 "Forever Dolphin Love"에서는 선배 키위 로커 THE DEAD C 스타일의 정신분열적 기타스트링과 노이즈 드론의 인트로에 이어 8비트 즉흥연주 식으로 계속되는 스페이스 재즈+크라우트 록의 현기증 나는 기승전결의 혼란 속에서 CONNAN MOCKASIN 특유의 순수한 포크음악적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아이러니컬한 하모니의 향연이 전개된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유일하게 속도감이 넘치는 "Egon Hosford"는 70년대 말 여성 포스트 펑크 밴드들 (AU PAIR나 SLITS 등)의 그 깜찍한 퇴폐미를 닮아 있으며, 마지막 트랙 "Please Turn Me Into The Snat"은 DEVIL DOLL같은 흑마술적 유럽 프로그-아트록을 듣는 듯 달콤쌉싸름한 뒷끝을 남기면서 앨범을 클로징하고 있다. 

실질적(?) 데뷔앨범 [Forever Dolphin Love]에서 드러난 양성적 매력의 소유자 CONNAN MOCKASIN의 독특한 보이스만큼이나 복잡미묘한 팝 감수성-작곡 취향은 DEERHOOF 같은 동시대 이질적 인디 팝 밴드에서부터 더 나아가 시드 배릿(Syd Barrett), 알렉산더 스펜스(Alexander "Skip" Spence) 등의 60년대 프로그-싸이키델릭 포크 음악까지 다양한 비주류 음악들의 영역으로 뻗쳐져 있어서, 라디오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팝 장르 음악의 단순한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대중들에게는 [Forever Dolphin Love]가 그다지 귀에 익숙하거나 착착 달라 붙는 앨범으로 취급받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용도폐기가 되기에는 그의 싸이키델릭 팝에 관한 깊이나 시선이 20대 초반의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만큼 이미 보통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예전 것들을 모방내지는 단순 편집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요즘 음악 씬의 풍토에서 [Forever Dolphin Love]와 같이 제대로 완성된 형태의 독창적인 추상 꼴라쥬 작품을 찾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CONNAN MOCKASIN 만이 구현해낼 수 있는 이질적이면서도 정교한 팝 멜로디와 백밴드 THE MOKASINS의 예사롭지 않은 연주 감각은 이 앨범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어마어마한 강도의 빛을 발하고 있으며, 이 고유의 메리트들은 현 인디 음악계에서 CONNAN MOCKASIN 음악의 아이덴티티와 오리지널리티를 굳건히 다져가는 데 앞으로도 큰 무기가 될 것이다.

RATING: 88/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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