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출신의 네오 싸이키델릭 트리오 (혹은 5인조) ETERNAL TAPESTRY는 6-70년대 크라우트록과 애시드 록을 가장 원형에 가까운 수준으로 재현해내는 데 상당히 능숙한 밴드다. 2005년 가을경 Nick Bindeman과 Dewey Mahood 이 두명의 기타리스트를 중심으로 뭉쳐 자체 제작 CD-R과 카세트를 판매하면서 밴드를 알려오다가 인디 레이블 Not Not Fun, Three Lobed와 계약을 맺고 2009년 제대로 된 스튜디오 앨범 [The Invisible Landscape] 과 [Palace Of The Night Skies] 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국 네오 싸이키델릭 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리고 2010년, 이들은 시카고의 거물 인디 레이블 Thrill Jockey과 드디어 계약을 맺고 올해 통산 세번째 정규앨범(이자 실질적인 첫번째 '전국구' 정규앨범인) [Beyond the 4th Door] 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ETERNAL TAPESTRY는 복고에 관한 집착 혹은 현대 음악 씬에 관한 회의가 동시대 여타 네오 싸이키델릭 밴드들보다 상당히 집요하게 드러난다. 이는 카세트, LP 제작에 대한 의도적인 고집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나기도 하는데, 이처럼 '고루한' 아날로그 철학에 걸맞게 이들의 음악 역시 2010년대 음악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장 강력하고도 심각한 오리지널 크라우트록 리바이벌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트랙 "Ancient Echoes" 는 라르고 범위 안의 다운템포로 일관된 느긋한 분위기에서 중얼거리는 듯한 보컬과 나른하게 반복되는 트윈 기타리프의 몽환적 마이너 리프가 마치 ASH RA TEMPEL의 곡을 SPACEMEN 3가 재해석한 듯한 인상을 풍기며, 이어지는 "Cosmic Manhunt" 는 예전 영국 하드록/프로그레시브 록을 연상시키는 기타 프레이즈 사이로 생겨난 공백감을 CLUSTER나 클라우스 슐츠의 크라우트록 키보드 선율과 노이즈를 매치시켜내어 60년대 말의 그 히피적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3번째 트랙 "Galactic Derelict" 에서도 슬로우 템포를 계속 유지하면서 고전 싸이키델릭 록 취향의 디스토션-와와 걸린 강렬한 톤을 느릿느릿 뿜어내는 기타 싸운드가 플로어드럼과 변칙적인 패턴으로 앙상블을 유지해낸다. 10분을 넘기는 분량의 "Reflections in a Mirage" 와 "Time Winds through a Glass, Clearly" 는 드라마틱한 기승전결 구조에서 색소폰-기타-드럼-베이스-키보드 등의 다양한 악기와 노이즈-녹취 샘플링 싸운드들이 한 데 어우리지면서 40년 전 Amon Düül이나 TANGERINE DREAM의 음악에서 표현되어지던 선적인 몽환경을 재탐구하는 듯한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대곡들이다.
ETERNAL TAPESTRY의 [Beyond the 4th Door]는 BRIAN JONESTOWN MESSACRE나 WARLOCKS 등과 같이 모던록 양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21세기형 네오 싸이키델릭 밴드들의 앨범들과는 달리 60년대말-70년대 초 영-미 하드록, 독일 크라우트록의 독불장군식 장인정신을 교과서적으로 계승하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의식 아래 가장 완벽한 형태의 고전 스페이스 록 스트럭쳐를 구현해낸 앨범이다. 그렇지만 잼 밴드 싸운드를 연상시키는 임프로바이제이션 구성법으로 5-60 BPM의 슬로우 템포에 맞춰 마약에 취한 듯 유유자적하게 연주해내는 스타일은 '크라우트록 아류' 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Amon Düül, ASH RA TEMPEL 등의 원조 싸이키델릭 음악보다는 훨씬 미니멀적이면서도 깔끔한 현대적 톤으로, 동시대 네오 싸이키델릭 록 밴드보다는 훨씬 비트와 템포에 무관심한 (혹은 둔감하게 반응하는) 연주 태도로 시종일관 밀어붙인 이 앨범은, 다이너마이트 급은 아니지만(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초대박급이 될 수가 없는 운명을 타고났지만) 결코 뻔한 싸이키델릭 아류 앨범으로 대충 넘겨버릴 수 없는 음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RATING: 7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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