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조, 피들, 우클렐레.
유럽의 월드뮤직에서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토속 악기들을 미국 뉴욕 인디록 밴드가 연주한다는 건 아주 흔한 광경은 아닐 것이다.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5인조 밴드 O'DEATH는 록 밴드라고 하기에는 그다지 세련된 곡조를 뽑아내거나 흥겨운 가락으로 청자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이들은 엔돌핀을 증가시키기 위한 도구로써 우쿨렐레나 피들을 사용하지 않는다. 단지 우울한 아메리카식 염세주의의 깊이를 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미묘한 음색의 악기들을 자신의 음악 세계 안으로 들여왔을 뿐.
CHIEFTAINS 혹은 BLUES BROTHERS의 음악적 이미지에 영향을 받은 O'DEATH의 전작 [Broken Hymns, Limbs and Sins (2008)]은 록 밴드 본연의 덕목이기도 한 '에너제틱한 생동감' 이 나름대로 드문드문 살아있었던 작품이었지만, 이번에 발표한 3번째 앨범 [Outside] 은 써던 컨트리와 어메리칸 포크의 토속적인 위스콘신 치즈 냄새가 잔뜩 배어있는, 어둡고 축 가라앉은 미국식 마이너 곡조들이 지배적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이 미국 전통 대중음악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피들과 우쿨렐레 따위의 아이리쉬 악기들을 음악의 전면에 줄기차게 깔아놓는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군데군데 시도해본 유럽적인 에쓰닉 음악의 향취 역시 그다지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그나마 "Look At The Sun"이나 "The Lake Departed" 같은 트랙들에게서 집시음악 삘이 아주 쬐금 담겨져 있긴 하다). 단지 그럴싸하게 들리는 잡다한 유럽풍 토속 악기들의 파편적인 차용으로 BEIRUT식 성공의 대열에 은근슬쩍 끼어들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애매한 음악적 테마와 그들의 수상한 출신지역(뉴요커들!)이 한데 어우러져 더욱 부정적인 느낌을 갖게끔 만드는 O'DEATH의 [Outside] 앨범은 그저 미국 로컬 선술집에서 맥주에 알딸딸 취해 있는 10명 정도의 청중들 앞에서 열심히 연주하는 하급 밴드들이 '조촐한' 공연 뒤 공짜로 돌리는 샘플 CD의 수준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하일까.
RATING: 50/100
written by Byungkwan Cho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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