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ALT & INDIE

THAO & MIRAH: Thao & Mirah (2011)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중인 베트남계 여성 싱어송라이터 Thao Nguyen은 4장의 정규앨범을 내놓은 트리오 밴드 THAO WITH THE GET DOWN STAY DOWN의 리더로써 과거 카우보이 정키스나 루신다 윌리엄스처럼 미국 칼리지 라디오 스타일의 인디 포크 록을 얼터너티브적 색채로 깔끔하게 포장해내는 데 훌륭한 역량을 발휘해오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레즈비언 뮤지션 Mirah 역시 1997년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후 다양한 솔로 활동과 협연 등으로 인디 분야에서는 이미 잔뼈가 굵어져 있는 톱 싱어송라이터로써, 게이/레즈비언의 성지 샌프란시스코를 주무대로 활동하면서 비슷한 음악취향을 지닌 Thao와 오랫동안 친분을 나눠오다 최근 의기투합하여 예상치 못한 듀엣 앨범까지 이번에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음악적 상호 공감 끝에 탄생한 인디 포크 듀오 THAO & MIRAH는 이들의 안방 무대인 샌프란시스코 지역뿐만 아니라 동부지역 (특히 뉴욕과 필라델피아 지역)에까지 잔잔한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미국 인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두 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음반 제작+라이브 활동을 같이 하는 나름의 슈퍼 밴드(?)의 아우라까지 느껴지는 THAO & MIRAH의 첫 앨범 [Thao & Mirah]에는 특히 TUNE-YARDS의 Merrill Garbus까지 프로듀서로 합류하면서 이 '화려한 진용'에 화룡점정까지 더하게 되었다. 
 
앨범 [Thao & Mirah]에서 간소하고 헐렁한 레이어로 드문드문 나열되어 있는 악기 연주들은 Thao와 Mirah의 소박한 솜씨에 의해 거의 직접 녹음이 된 것이다. 스트러밍 기타, 피드백, 퍼커션, 심지어는 무릎팍 치는 소리까지... 이 앨범 제작을 위해 세션의 별다른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든 부딪쳐 나가는 이들의 확고한 DIY 정신은 적어도 밴드 내에서 의존적이고 타의적인 위치에 항상 서 있는 많은 여성 뮤지션들에게 귀감이 될만한 작업태도에 다름 아니다. 더군다나 천재적인 믹싱 감각을 타고난 또다른 아마조네즈 Merrill Garbus의 재기넘치는 스튜디오 작업은 자칫 따분하게 흐를 수도 있을 포크성 로-파이 앨범에 생기와 재미를 완벽하게 불어넣으면서 정작 Thao와 Mirah 각자의 개인 앨범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유니크한 감성 코드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Thao & Mirah]의 오프닝 트랙 "Eleven"은 프로듀서 Merrill Garbus가 Thao & Mirah와 공동 작곡한 곡으로써, 다채로운 샘플링 배킹에 Thao와 Mirah의 나른한 보컬이 결합하면서 마치 TUNE-YARDS의 [W h o k i l l (2011)] 앨범을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funk 양식으로 승화된, 이번 데뷔 앨범에 수록된 12개의 트랙 중 가장 독창적인 멋을 풍기는 트랙으로 꼽힌다. "Little Cup" 은 뭔가 주문을 외듯 중얼대는 배킹 보이스와 함께 동음 반복하는 어쿠스틱 기타가 앙증맞은 형상으로 어우러지며, "Rubies and Rocks" 에서는 아날로그 비트와 아프로펑크 스타일의 색소폰+퍼커션 배킹 싸운드가 싸이키델릭한 기운을 솔솔 풍겨낸다. "Teeth"은 또 어떤가. 이 곡 역시 투스텝 가라지 비트가 포크 기타+보컬에 엉켜붙는 이색적인 형상을 연출하고 있으며, 또 하나의 [W h o k i l l] 사생아 격 트랙으로 분류될 만큼 펑키한 싸운드 조합이 인상적인 "Likeable Man"은 BECK의  FLEMING LIPS를 연상시키는 예측불허의 포크 플롯 아래 TUNE-YARDS식 이질적인 부조리의 하모니를 뜬금없이 시도하고 있다.

'인디 포크'라는 천편일률적 디렉션으로 갈 것만 같았던 THAO & MIRAH의 데뷔 앨범 [Thao & Mirah]는 이러한 예상을 깨고 프로듀서 Merrill Garbus의 톡톡 튀는 TUNE-YARDS식 아이디어에 동기부여 받은 듯한 샘플링 비트+악기 파편들의 자유로운 꼴라쥬 배열을 기반으로 포크도 아닌 록도 아닌 가라지도 아닌 색다른 형태의 인디 영역을 차분하지만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이 실험적 시도들은 THAO와 MIRAH의 단순한 단합대회 형식의 조인트 앨범 차원을 훨씬 상회하는 독창성과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잔잔하게 시도되는 학구적 노력들이 외부에 의해 필터링되지 않은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담겨져 있는 [Thao & Mirah]는 THAO, MIRAH, 그리고 TUNE-YARDS 이 세 명의 역량이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가장 적절하게 밸런스가 맞춰진 색다른 인디 포크의 또다른 성과물이다. 

RATING: 81/100

written by Byungkwan Cho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GRAILS: Deep Politics (2011)  (0) 2011.05.11
WhoMadeWho: Knee Deep (2011)  (0) 2011.05.08
ETERNAL TAPESTRY: Beyond the 4th Door (2011)  (0) 2011.05.01
STRICKEN CITY: Losing Colour (2011)  (0) 2011.05.01
WHITE LIES: Ritual (2011)  (4) 201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