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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SOFT METALS: Soft Metals (2011)


미국 포틀랜드 출신의 혼성 일렉트로팝 듀오 SOFT METALS가 작년에 내놓은 EP 앨범 [The Cold World Melts]는 80년대 초반 신디사이져 댄스 뮤직을 연상시키는 아날로그 세팅의 일렉트로 사운드를 인디 기운 넘치는 로-파이 퀄리티로 뽑아내어 주목을 받아낸 바 있다. 하지만 비트/샘플 커팅에 있어서 타이트한 감이 너무 떨어지고 클래식/복고 찬양조도 너무 올드한 형식 안에서 안주해버리면서 트랜디한 일렉트로팝에 이미 익숙해진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특징 요소들이 조금은 미약했었다.  

올해 드디어 선을 보인 SOFT METALS의 첫번째 full-length 앨범 [Soft Metals] 역시 EP 앨범 [The Cold World Melts]과 비슷한 투의 '80년대 신디사이져 음악 찬양 모드' 로 일관한 작품이긴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EP 앨범의 취약점들을 나름대로 보완하려는 그들의 노력들이 앨범 곳곳에 배어나 있는데, 디트로이트산 고전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비트가 텐션감을 조이는 "Always", 베이스킥+하이햇의 콤비네이션 비트와 현란한 키보드 리프가 하우스 뮤직처럼 생동감있게 살아숨쉬는 "The Cold World Melts" 이 두 곡을 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모두 작년 EP 앨범에 이미 수록된 바 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새롭게 연주/녹음된 버젼으로 재수록되어 있는데, 이번 버젼은 타이트함, 그루브감, 샘플 전개방식 면에서 EP 버젼보다 훨씬 세련되면서도 짜임새 있는 완성도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댄스뮤직의 필수덕목인 '활력'과 '에너지' 역시 한층 더 강화된 프로덕션 손길이 묻어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항상 갖게 되는 아쉬움은, 노래를 구성하는 모든 음악 파트들이 보컬리스트 패트리샤 홀의 보컬에 의해 너무 지나치게 리드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녀의 보컬 스타일이 데보라 해리나 FEVER RAY의 카리스마에 견줄만한 텍스쳐를 갖고 있지 않은데다가 건조한 섹시미를 지닌 트레이시 쏜(Tracy Thorn; EVERYTHING BUT THE GIRL)이나 사랑스런 감수성을 지닌 사라 크랙넬(Sarah Cracknell; SAINT ETIENNE) 등이 음악 안에서 찬란하게 발휘했던 리딩감각에 비한다면 지나치게 허약한 성량을 지녔으며 신디음악에서 흔히 접하는 여성보컬 특유의 드라마틱한 느낌마저 상당히 부실하다("Always", "Voice" 등을 감상해보라). 물론 멀티 레이어에 이펙터까지 이용해가면서 그녀의 목소리를 여기저기에 강조시켜보지만 오히려 SOFT METALS가 보유한 제대로 된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는 빈티지 신디사이져와 아날로그 비트 위주의 아기자기한 배킹 뮤직을 제대로 감상하는데 방애요소가 되고 있는 듯한 느낌은 과연 나만의 생각일까.

특히 M83 스타일의 몽환적 리버브톤이 심장이 박동하듯 질감있게 루핑하는 미니멀 하우스 비트와 함께 신비로운 아우라를 조성하는 "Celestial Call", 힙합 브레이크비트를 연상시키는 위압적 베이스라인이 인트로 파트부터 우직하게 리드하는 "Hold My Breath",  미니멀 테크노의 아기자기한 그루브가 살아있는 인스트루멘탈 트랙 "In Throes"... 개인적으로 앨범 수록곡들 중 마음에 드는 이 3곡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보컬이 극도로 절제되거나 혹은 아예 보컬이 첨가되지 않은 인스트루멘탈 곡이라는 점이다. 이 대목이 말해주듯, SOFT METALS 멤버들의 비트를 '가지고 노는' 테크닉/아이디어, 그리고 아날로그 신디싸이져 음색에 관한 이해도는 분명 상당히 비상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컬 담당 패트리샤 홀의 역량은 이러한 난장 일렉음악을 아우르고 통제할만한 그릇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이들이 THE KNIFE나 CRYSTAL CASTLES처럼 보컬지향적 일렉트로팝 음악으로 계속 승부수를 띄운다면 순싯간에 지리멸렬할 수 있을 터이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아날로그 신디사이져에 관한 비상한 '촉'을 좀더 강화해서 호흡을 맞춰본다면 다음 앨범에는 어떤 형태의 몬스터가 탄생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 커플(두 멤버가 실제 커플이란다)은 일렉트로 밴드로써 분명 출중한 능력과 잠재성을 보유하고 있다. 단지 이번 앨범에서 아직 정점을 찍지는 못했다고나 할까.

RATING: 6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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