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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CSS: La Liberacion (2011)


삼바, 보사노바, 쇼루 등을 낳은 남미 브라질 음악은,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관심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편인 한국에서만큼은 몇몇 팝 스타일의 보사노바 재즈 뮤지션들을 제외하곤 아직도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는 경향이 있지만 음악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유럽마저도 일단 고개 숙이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범세계적인 저력과 위용을 오랫동안 과시해오고 있다. 일련의 무수한 보사노바 재즈 뮤지션들 이외에 에이토르 빌라로부스, 하다메스 지나탈리 같은 모던 클래식 작곡가들부터 일렉트로닉, 헤미메틀 등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쳐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두루 포진되어 있는데, 브라질 음악 자체가 워낙 특유의 지역색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강하게 띄는 터라 이러한 특징이 메인스트림 음악 장르에서는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유행의 헤게모니를 항상 이끌어온 영-미 지역에서 언젠가부터 CSS라는 메인스트림 장르 음악을 하는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의 떼거지 그룹 이름이 음악 매체와 리스너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급기야 데뷔 앨범에 수록되었던 싱글 "Music Is My Hot Hot Sex"이 2007년 애플 아이팟 광고 음악으로 사용되며 미국 빌보드 싱글 챠트 63위까지 오른데 이어 2008년에 발표된 두번째 앨범 [Donkey]는 미국 빌보드 앨범 챠트에까지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LMFAO의 광기어린 파티홀릭 성향과 상당히 비슷한 왁자지껄하면서도 익살스러운 '한판 놀자' 분위기의 이미지메이킹을 기반으로 뉴웨이브 성향의 댄스 음악 쏘스에 트랜디한 일렉트로 리듬과 인디록 기타리프를 접목시킨 이 컬트 뉴레이브 밴드의 아우라는 리우 카니발에 열광하며 매년마다 수십명이 죽어나가는 브라질리언 특유의 '끝장보며 노는' 민족성과 은근히 매치되는 바가 있지만, 이들은 CSS 음악의 텍스쳐만큼은 탈남미적이고 영-미지향적인 세련미(?)를 갖추고자 밴드 초기시절부터 항상 애를 써온터라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핸디캡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브라질산 음악 특유의 폐쇄적 전통성/습성을 결국 CSS 음악에서 완벽하게 지워내고 영-미 일렉트로팝 뮤지션들과 일대일 대결을 당당하게 펼쳐낼 수 있었던 것이다(허나 그 '일대일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CSS 음악의 문제점은 가장 뻔한 공식의 에러에서부터 시작된다. 즉, 브라질적인 특성을 버리고 영-미 음악과 정면승부를 하고자 했다면 그들은 분명 아몬 토빈(일렉트로닉/익스페리멘탈)이나 세풀투라(헤비메틀)같이 각자의 장르에서 국가 '이름표'를 떼고 세계를 상대로 맞짱뜰 정도의 출중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터인데 안타깝게도 CSS은 세계를 상대로 맞짱뜨는 밴드로써 '실력' 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 치명적으로 결여되어 있는 밴드라는 것이다. CSS 음악에서 차라리 브라질 특유의 향기(예를 들어 리우 카니발, 보사노바, 삼바 등등과 같은 메이드 인 브라질 향신료)를 둠뿍 느낄 수 있다면 영-미 스타일의 일렉트로/레이브 본질에 관한 이들의 이해도 쯤이야 무시될 수도 있을 터(마치 예전 러시아의 키노나 대한민국의 산울림에게 영-미 록 비평 기준을 들이댄다면 크나큰 실례이듯 말이다)이지만, 데뷔 앨범 [Cansei de Ser Sexy]부터 이번 앨범까지 일관적으로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로만 가사를 써온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결국 '브라질산'이라는 보증수표의 노림수에 기대기 보다는 '탈남미'의 거창한 대의를 가지고 세계속의 밴드가 되리라는 모토에 의거하여 밴드 활동과 앨범 발표를 계속 전개해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영-미 인디 음악인들과 좌웅을 겨루고자 하는 CSS의 음악 퀄리티 자체가 과연 세계적으로 논의가 될만큼 굉장한 수준인 것인가? 뭐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지껏 CSS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일렉트로나 그외 동종 계열 음악들의 중추적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리듬 섹션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빈약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새 앨범에서도 댄스 밴드로써 자살적인 치명상이나 다름없는 이 문제점을 여전히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다. CSS는 기본적으로 멤버들 모두 여러 악기들을 멀티플레잉하면서 운영되고 있는 밴드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비롯된 것일까. 기타를 제외한(기타는 나름 맛깔나게 연주된다) 나머지 연주 파트들은 CSS 음악 자체의 근원적 컨셉인 '섹시하면서도 왁자지껄한 파티 무드'에 걸맞지 않게 감정을 숨기는 듯 가라앉은 듯한 모습으로 계속 일관한다. 그중에서 드럼 사운드가 가장 아쉬운 파트로 꼽을 수 있는데, CSS가 비트 샘플이 아닌 수제 비트만을 고집하고자 한다면 드러밍하는 드러머의 레벨이 어느정도는 높아야 분위기를 따라갈 수 있을 터인데 아쉽게도 그들의 드럼 연주 실력은 CSS가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레이브와 일렉트로의 강렬한 에너지의 부스터 역할을 거의 해내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역시 베이스 기타 연주에 의해 매뉴얼로 얹어진 베이스라인 역시 드러밍과 더불어 CSS의 레이브/일렉트로 프레임웍 안에서 댄스 음악 다운 그루브감을 살려내는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멀티태스킹의 폐단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번 앨범에도 보컬 러브폭스의 키취적 매력과 데이빗 구에타의 양아치삘을 연상시키는 파티 댄스 무드만큼은 CSS의 ABC공식으로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이번 full-length 신보 [La Liberacion]는 이들이 브라질 출신이라는 특이사항만 없었더다면 거의 거들떠 볼만한 가치를 발견할 수 없는 평범한 댄스 사운드로 채워져 있다.

이전 두 앨범의 실질적으로 거둬올린 스펙(애플 광고음악, 빌보드 챠트 선전, 훌륭한 음원 판매고 등등) 덕분에 CSS는 누가 뭐라해도 명실상부한 '브라질 간판 인디 밴드'로 현재 발돋움해 있는 상태다. 특히 이번 앨범의 두번째 트랙 "Hits Me Like a Rock" 에서 신화적 존재이신 보비 길레스피님께서 까다로운 성미에도 불구하고 CSS를 위해 깔끔한 피쳐링 보컬을 상당 분량 남겨주신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제는 그들의 미완성 뉴레이브 음악세계를 아무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성공적인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댄스뮤직으로써도, 록음악으로써도 함량미달인 사운드임에도 이정도의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지만, 어쨌든 이들은 이제 비평가들로부터 좀더 혹독하게 쏟아질 인민재판과 매질을 각오해야 할 타이밍에 서서히 근접하고 있다. 그냥 '단순 파티용 음악만 만들고 그걸로 만족하겠다' 라고 당차게 말한다면 누가 감히 이들에게 돌을 던지랴. 하지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괴뢰세력들에 의해 '아티스트 덕목과 인디적 행동강령을 두루 지닌 브라질산(참 훌륭한 떡밥 태그다) 인디 일렉트로 밴드'로 아주 멋들어지게 소개받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심기불편할 뿐이다. 이렇게 리듬 감각과 그루브 없는 일렉트로 밴드는 요즘에 참 찾기 힘든데도 말이다. 
 
RATING: 46/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