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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SEPTIC FLESH: The Great Mass (2011)


발칸반도 국가들의 헤비 메틀 사랑은 얼터너티브가 록 장르를 완전 점령해버린 21세기에서도 여전히 세계 최고 레벨을 자랑한다. 특히 2004년 이후 슬로베니아에서 매년 개최되는 메틀캠프 (Metalcamp) 페스티벌은 이제 유럽 최고의 헤비 메틀 축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스 역시 발칸 연안 이웃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헤비 메틀에 관한 무한한 애정을 21세기까지 계속 이어오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이러한 인기와는 달리 그리스에서 배출한 헤비 메틀 뮤지션들은 그다지 글로벌적인 임팩트를 주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포텐셜은 무한하지만 성과는 미약했던 이 '신화' 의 원조국에서 원맨 밴드 DODSFERD와 함께 외롭게 그리스 헤비메틀의 세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밴드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아테네 출신의 4인조 데쓰 메틀 밴드 SEPTIC FLESH다.

총 7장의 정규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면서 꾸준하게 파워풀한 심포닉 데쓰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그들이 대형 오케스트라를 이용한 서사적 데쓰 음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시점은 밴드의 일시적 해체 뒤 재결성을 하고 나서 새롭게 제작했던 [Communion (2008)]에서부터였다. 이번 새 앨범 [The Great Mass] 역시 이러한 오케스트레이션 요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던 전작 [Communion]의 의도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으나 연주실력이나 컴포지션, 레코딩 등 모든 면에서 오히려 [Communion]을 훨씬 상회하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정적이고도 고급스러운 템포와 음계의 변화에 여유있게 대처하면서 전체적인 음악의 리듬, 톤, 무드를 리드-조절해내는 멤버들의 노련한 곡해석력은 마치 다이내믹하면서도 당차게 오케스트라를 통솔해내던 카라얀처럼 능수능란하며, HYPOCRISY의 리더 출신 프로듀서 피터 테잇그렌에 의해 주도된 스튜디오 기술 역시 심포닉 계열 메틀 음악 수준으로써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음향 스트럭쳐를 창조해내고 있다.
 
성가대-오케스트라에 맞대응하며 이율배반적인 하모니를 창출해내는 서사극 "The Vampire from Nazareth" 는 데쓰메틀과 클래식을 퓨전화하고자 한 이 앨범의 기본적 테마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트랙이며, "A Great Mass of Death" 에서는 이러한 장엄한 연극적 분위기에 포티스 베나르도의 화려한 메틀 드러밍 솜씨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Pyramid God" 와 "Five-Pointed Star" 는 DIMMU BORGIR 스타일의 업템포 키보드 메틀을 연상시키는 멜로디이지만 SEPTIC FLESH 특유의 사악한 기운 깃든 잿빛 색깔 톤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으며, "Mad Architect"는 크로노스 쿼텟의 현대음악을 연상시키는 미니멀리즘 피아노+바이올린 4중주 반주에 데쓰 메틀의 필수 요소들 (쿠키 몬스터 보컬, 더블 베이스 릭, 헤비 리듬 기타 리프)을 가장 완벽한 형태로 융합시켜낸 기념비적인 메틀 넘버다.    

SEPTIC FLESH은 그들의 8번째 정규 앨범으로 기록될 [The Great Mass]에서 메틀의 가장 근본적인 핵심 요소들인 기타-베이스-드럼의 공격적 매커니즘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간소화 시켜내고 그 여백감을 오케스트레이션과 성가대 보이스의 리버브 섞인 성스러운 음향 요소들로 채워내면서 이렇게 극도로 상반된 음악 쏘스들을 균형있게 배열해내는 데 완벽하게 성공해내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한 깊은 이해도와 통찰력를 유감없이 드러낸 [The Great Mass]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도 있는 앨범이다. 오케스트라, 성가대 보이스와 같은 클래식 음악적 요소들은 해드뱅잉과 마슁을 절대덕목으로 여기는 골수 메틀 매니어들(이들 중에는 심포닉 메틀 종류를 경멸하는 자들이 많다)에게 '따분한 시도' 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겠지만, '(데쓰) 메틀' 이라는 한정된 영역이 아닌 '음악성'이라는 보편적, 평균적 잣대로 봐라보았을 때 심포니와 멜로디, 거기에 메틀의 파워 테크닉을 가장 유기적이고 절도 있는 형태로 매치업+믹스업 시켜낸 [The Great Mass]는 20년 가까이 음악생활을 해온 SEPTIC FLESH 생애 최고의 레코딩으로 평가받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RATING: 82/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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