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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DUFF McKAGAN'S LOADED: The Taking (2011)


80년대 말 최고의 하드록 아이콘 GUNS N ROSES는 1991년 더블 앨범 [Use Your Illusion]을 발표한 뒤 급격한 와해의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던 이지 스트래들린은 아예 밴드를 막바로 탈퇴하고 [Izzy Stradlin & the Ju Ju Hounds (1992)]라는 걸출한 솔로앨범을 발표하였고, 곧이어 더프 맥캐건은 [Believe in Me (1993)], 슬래쉬는 [It's Five O'Clock Somewhere (1995)]를 발표하는 등 밴드의 와해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멤버들은 각자 익숙한 형태로 홀로서기를 척척 해내고 있었다.

GUNS N ROSES의 오리지널 멤버들 중 리더 액슬 로즈를 능가하는 펑크(punk)적 태도와 취향이 가장 다분했던 더프 맥캐건은, 스티브 해리스나 제이슨 뉴스테드 같은 하드록/헤비메틀 테크니션들과 비교하자면 조금은 초라한 수준이긴 했지만 굵직하고 호방한 피킹 뉘앙스를 바탕으로 시드 비셔스나 디디 레이몬스의 펑크 에너지가 넘쳐나는 하드록 베이스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더프만큼 간지가 철철 흘러넘치는 스테이지 매너를 보여줬던 베이시스트가 또 어디 있었던가... 하지만 실력과 이미지를 겸비한 펑크로커-워너비 하드록 베이시스트의 홀로서기는 첫번째 솔로앨범 [Believe in Me]의 참담한 패배와 함께 주춤하기 시작했고 그 후 VELVET REVOLVER의 멤버로 가까스로 승차했던 2002년까지 펑크와 헤비메틀 사이를 방황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어찌됐든 G N R 과 스콧 웨일랜드의 결합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VELVET REVOLVER에서의 활동은, 하드록 팬들에게는 잠시 잊어버렸던 카리스마 덩어리 더프의 존재에 대해 다시 인식하게끔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더프에게는 줄곧 정체되어왔던 자신의 음악적 행보에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VELVET REVOLVER의 해체와 함께 재결성된 더프의 밴드 LOADED가 이듬해 발표한 [Sick (2009)]은 평론가들에게 그다지 나쁘지 않은 평을 받은 바 있었다. 이에 탄력을 받았는지 더프는 일년 후 곧바로 스튜디오 작업을 재개, 올해 4월 LOADED의 3번째 공식 정규앨범 [The Taking]을 발표했다.

펑크록 특유의 반항적 이미지와 감각적인 비트/템포는 과거 8-90년대 메인스트림 하드록/헤비메틀 밴드들에게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어필이 되는 바가 있었다. 하물며 G N R 과 함께 메틀 씬을 주름잡았던 MOTLEY CRUE, POISON같은 저질 헤어 메틀 밴드들조차도 마치 시드 비셔스나 데이빗 죠핸슨같은 펑크로커라도 된 듯 어색한 거짓 반항끼를 뽐내보려 안쓰러운 노력을 하는 데 여념이 없었으니...... 그러나 더프는 다른 동시대 다른 헤어 메틀 로커들보다 훨씬 진정성 넘치는 펑크록 그루브를 메틀/하드록 음악에 섞어낼 줄 아는 재주를 지녔던 몇 안 되는 메틀 록커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십줄에 가까운 나이 때문인가. [The Taking]는 과대평가 프로젝트 VELVET REVOLVER 시절의 싸운드와 동일한 반경 안에 자리잡고 있는 전형적 짝퉁 그런지 앨범에 머물러 있다. LOADED 재결성 이후 더프는 자신의 메인 포지션인 베이스 자리를 완전히 떠나 (리듬) 기타리스트로 포지션을 바꿔 활동 중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이었던 것인가? 물론 펑크와 메틀을 섞어낸 변종 하드록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더프이지만, 그의 캐릭터 불분명한 리드보컬과 기타 솜씨는 자신의 "펑크+메틀+로큰롤 = 변종 하드록" 공식과 철학을 3류 선술집 그런지 트리뷰트 밴드 수준에서 등업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The Taking]에서 보여주듯 LOADED는 분명히 '록킹'을 할 줄 아는 밴드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오히려 이번 앨범을 계기로 LOADED는 단순 더프 백밴드 수준이 아닌 완벽한 록 밴드 유닛으로 환골탈퇴한 듯한 느낌을 주는데, 특히 2번째 트랙 "Executioner’s Song" 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Mike Squires의 미국식 하드록 리드 기타 프레이즈는 Slash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안정되어 있으며 매트 캐머론을 연상시키는 Isaac Carpenter의 드러밍 패턴은 Matt Sorum (전 G N R, VELVET REVOLVER)을 오히려 능가하는 수준이라 놀랍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Sick (2009)]보다 훨씬 수위 높은 라디오 얼트-록의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형태로 레코딩이 되었는데, 특히 "She's an Anchor", "Wrecking Ball" 처럼 전형적 그런지 모티브를 기반으로 메인스트림 얼터니티브록 스타일의 '뭉개는' 식의 디스토션 리듬 기타 리프와 통속적 보컬 멜로디에 철저히 의존하는 모양새는 'VELVET REVOLVER 시대' 이후 점차적으로 물렁해지고 있는 더프의 반항적 애티튜드를 대변하는 듯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특히 "Dead Skin", "We Win" 등은 아예 FOO FIGHTERS의 최근 곡들을 리메이크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SUNNY DAYS REAL ESTATE의 이모코어를 연상시키는 "Wrecking Ball" 같은 곡들은 심지어 더프 맥캐건의 기존 취향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나마 수록된 12곡 중 유일하게 들을 만 한 노래는 11번째 트랙 "Your Name"과 마지막 트랙 "Follow Me To Hell" 으로, 90년대 중반 더프에 의해 주도되었다 실패로 마감한 펑크 프로젝트 NEUROTIC OUSTSIDERS (더프 맥캐건, 섹스 피스톨스의 스티브 존스, 듀란듀란의 존 테일러 등이 뭉쳤던 슈퍼그룹이었지만 단 한장의 앨범만 발표하고 해체됨)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어둡고도 묵직한 미니멀 펑크 메틀 취향을 오랜만에 제대로 펼쳐내보이는, 그나마 '덜' 그런지-짝퉁스러운 곡들이다.

어쩌면 G N R과 더프 맥캐건에 대해 아직도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이런 불평을 주저리주저리 널어놓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얼터너티브 록 앨범 카테고리로 깔끔하게 분류해놓고 [The Taking]을 듣는다면 실제로 그다지 나쁜 음악들은 아니니깐 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은 적어도 앨범 안에서 '록킹'은 제대로 해주고 있다. 더프의 나쁘지 않은 리드 보컬 솜씨와 타이트하게 써포트 해주는 밴드 멤버들의 구성진 연주 솜씨... 적어도 FOO FIGHTERS식 얼터너티브 뉘앙스와 어지러울 정도로 계속되는 싱코페이션 리듬들을 절반 정도만 쫙 빼준다면 이토록 참혹한 혹평을 덜 받을 수도 있겠지만 한때 록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았던 '살아있는 신화'가 이런 식으로 자기기만적이고도 현실타협적인 싸운드로 음악생활을 연장하려는 심보 자체가 근본적으로 이해될 수가 없다. 헐리 데이비슨과 페라리 자동차 유지비를 벌기 위해서라면야 할 말은 없지만...

RATING: 5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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