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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DESTRUCTION: Day of Reckoning (2011)


'the price' & 'armageddonizer'  


80년대 독일 쓰래쉬 메틀은 영국의 NWOBH 과 함께 당시 유럽 메틀계를 양분할 정도로 실력과 명성을 겸비한 우량 세력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기존의 하드한 메탈 음악은 블랙/데쓰 같은 극단적 방향으로 틀어버리고 독일 메탈 씬은 HALLOWEEN, GAMMA RAY 등의 파워메틀 세력이 메인스트림 록의 흐름에 대거 빠져 들면서 탄탄하기만 하던 독일 쓰래쉬 메틀 장르의 입지는 순싯간에 지리멸렬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세계 메틀계를 주름잡았던 독일 쓰래쉬 메틀의 '빅 3' 가 아직까지 세계 메틀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인데..... 이들은 바로,

SODOM, KREATOR, 그리고 DESTRUCTION 이다.

이 '빅 3' 의 공통분모가 있다면, 쓰래쉬 메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던 90년대 초부터 90년대 말까지 이들 모두 슬럼프의 늪에서 크게 허우적댔다는 점이다. SODOM과 KREATOR는 중간에 실험적인 록 음악을 잠시 들고 나오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등 아직까지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중이고, DESTRUCTION 역시 절대적 리더 슈미어의 탈퇴로 인해 90년대 전체를 시행착오의 과도기로 날려 먹은 바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슈미어가 다시 가세하면서 예전 DESTRUCTION만이 가지고 있던 그 스래쉬 메틀 본연의 스트레이트한 에너지를 서서히 다시 되찾아가고 있다. 사실 전작 [D.E.V.O.L.U.T.I.O.N. (2008)] 은 DESTRUCTION의 존재에 대해 잠시 잊고 있던 메틀 매니어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정통 독일 쓰래쉬 메틀의 진수를 보여준 앨범이었다. Noise 레이블과의 결별 이후부터 2008년 [D.E.V.O.L.U.T.I.O.N.] 까지 소규모 레이블의 한계때문에 자신들이 직접 앨범을 프로듀싱해야만 했던 DESTRUCTION는 새 앨범 [Day of Reckoning] 작업을 앞두고 독일 메틀 재전성기의 리더 Nuclear Blast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면서 덴마크 출신의 젊은 메틀 전문 프로듀서 야콥 한센에게 앨범 제작에 관한 일임이 비로소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조류에 맞는 전문적 손길과 지원 덕택인가. [Day of Reckoning]은 출중했던 퀄리티의 전작 [D.E.V.O.L.U.T.I.O.N.] 보다 모든 면 (연주 스킬-파워-프로듀싱-엔지니어링 등)에서 오히려 한 단계 더 도약해 있는 모습이다. 더군다나 이번 앨범 녹음을 즈음하여 새로이 영입된 폴란드 출신 드러머 Vaaver는 여태껏 DESTRUCTION를 거쳐 간 5명의 드러머 중 단연 최고의 테크닉을 뽐내며 '노땅 밴드' DESTRUCTION의 리듬 파트를 확실하게 기름칠 해 주고 있다.

시한폭탄 시계소리와 함께 앨범의 스타트를 끊는 'the price' 는 SLAYER의 데이브 롬바르도를 연상시키는 Vaaver의 화려한 더블 베이스 필 솜씨가 살벌하게 번득이며, BMW 모터싸이클 엔진의 강력함을 연상시키는 3번째 트랙 'armageddonizer' 는 변화무쌍한 전개 구조 위에 AMON AMARTH 나 ARCH ENEMY 같은 신진 메틀 밴드들 못지 않은 힘과 스피드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악마적인 위트로 앨범 후반부를 장식하는 'the demon is god', 'church of disgust' 역시 마치 트리오 유닛의 한계치에 도전하듯 아드레날린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며 DESTRUCTION의 회춘 모드를 마지막까지 증명해보인다.

이제는 마이너 장르가 되어버린 메틀 세계에서도 나름의 트랜드는 존재한다. 노장 밴드 DESTRUCTION 역시 그 트랜드의 끈을 아직 놓고 싶지는 않은 듯 80년대 쓰래쉬와는 분명 다른 화법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의 음악이 오로지 '쓰래쉬 부활' 이라는 목표 하나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이미 메틀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이 굳이 주류에 영합하거나 어설픈 실험을 하여 과거의 명예까지 갉아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DESTRUCTION는 음악의 매터리얼 그 자체를 트랜드화 하지 않았다. 단지 젊은 엔지니어와 프로듀서, 드러머의 과감한 영입, 메틀계의 주류 레이블 Nuclear Blast의 써포트 등 하드웨어적인 면을 트랜드에 맞게 살짝 튠업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장 밴드는 'thrash' 라는 구형 무기를 재가동 하는 데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으며 [Day of Reckoning]가 바로 그들의 회춘을 공식적으로 자가인증하는 최종 선언서에 다름아니다.
 
RATING: 83/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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