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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KAMPFAR: Mare (2011)


MAYHEM과 BURZUM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뜬금없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시작했던 노르웨이 블랙 메틀은, 예상과는 달리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그다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BATHORY와 CELTIC FROST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1세대들 (CADAVER, OLD FUNERAL 등)이 처음 제대로 된 세력을 형성한 시기가 아마 겨우 (?) 1990년 정도였을 테니까. 하지만 2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역사를 지닌 노르웨이 메틀 씬이 이렇게 비약적인 양적/질적 향상도를 보여줘 온 것은 (물론 바이킹과 파가니즘이라는 굵직한 전통적 소잿거리를 보유한 국가적 잇점이 블랙 메틀이라는 특성과 아주 잘 맞아 떨어지기에 이렇게 엄청난 번식력을 과시할 수 있었겠지만) 정말 대단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노르웨이 프레드릭스타드 출신의 파간 블랙 메틀 밴드 KAMPFAR는 아마 노르웨이 블랙 메틀 2.5세대 정도 되는 족보 군집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1994년에 결성되어 1997년 첫번째 정규 앨범 [Mellom Skogkledde Aaser] 을 발표한 이래 이번 [Mare]까지 총 5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한 중견 밴드이지만, 같은 세대의 DIMMU BORGIR, BORKNAGAR 등에 비해 메이저급 메틀 레이블과의 계약 등과 같은 '인상적인 행적' 을 남기지 못하여 새앨범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으면서도 그다지 큰 주목을 끌지 못해 왔다. 사실 최근 들어 기존 에이스급 노르웨이산 블랙 메틀 밴드들의 상당수가 다소 예상 외의 방향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하는데(실례로, DIMMU BORGIR는 더이상 블랙 메틀이라고 정의내리기에는 살짝 민망한 음악을 연주 중이고 DARKTHRONE과 SATYRICON은 이제 메인스트림적인 무드에 완전히 취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도 KAMPFAR는 블랙 메틀이라는 철옹성에서 꿋꿋하게 최후를 지키는 전사라도 된 듯 데뷔 후 십수 년 동안 흔들리지 않는 파간 스피릿을 계속 자신들의 음악 틀 안에서 꾸준히 유지시키고 있다.

이번 5집 앨범 [Mare]에는 "Ildstemmer" 처럼 전작 스타일(특히 [Kvass] 앨범)의 공격적 업템포 성향이 드러나는 곡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르웨이식 블랙 메틀 특유의 미드템포적인 음울한 기운이 훨씬 더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음악이 너무 무겁게 혹은 뻔한 흑마술적 구조로 흐르지 않게끔 피아노/신디싸이져 음색을 강화시키고 기타-드럼-베이스 유닛을 훨씬 미니멀하고도 로큰롤적인 패턴으로 살짝 바꿔주는 재치도 수시로 번뜩인다.

[Mare] 녹음 직전 창단 멤버이자 보컬 돌크와 함께 밴드의 음악성을 양분해왔던 기타리스트 토마스가 음악적 견해 차를 이유로 레코딩에 참여하지 않고 탈퇴를 선언하면서 처음으로 외부의 인물이 앨범 안에 실린 모든 기타 파트를 전담하였는데 (그 기타리스트의 이름은 '비밀' 이라고 한다), 간결한 리프로 두껍게 반복되는 기타 배킹은 분명 이전 앨범에서 예전 기타리스트 토마스가 보여준 것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지만 이 간단명료한 리프들이 오히려 더 파워풀한 감촉으로 재생되면서 전체적인 음악에 파워과 응집력을 실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결국 토마스의 탈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앨범이 전작들에 비해 오히려 훨씬 응집된 파워와 일관적인 서사 구조를 가진 앨범으로 탄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이번 앨범은 전문 메틀 프로듀서의 노련한 프로듀싱 덕에 모든 음향이 KAMPFAR식 음악에 가장 이상적인 스트럭쳐와 밸런스에 가장 근접한 형태로 추출되어져 있다. 전작 [Kvass (2006)], [Heimgang (2008)]은 훌륭한 연주 실력을 갉아먹는 답답한 느낌의 프로듀싱이 큰 아쉬움을 주었지만,  이번 [Mare] 에서는 전작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드러밍과 키보드의 디테일한 터치감까지 완벽하게 캐취해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오프닝 트랙 "Mare" 와 클로징 트랙 "Bergtatt (in d major)" 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멜로딕한 센스도 가감없이 드러나는데, 이는 분명 기존의 KAMPFAR 팬들에게는 약간 생소한 시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전에 없던 훌륭한 레코딩 퀄리티에 기인한 군더더기 없는 배킹 싸운드와 보컬 톤/질감 덕분에 오히려 이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메리트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Mare] 은 분명 우리의 머릿 속에서 연상되는 '노르웨이 블랙 메틀'의 전형적 이미지와는 아주 약간의 차이가 있는 앨범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악령의 기운을 분출해내는 돌크의 스크리밍 보컬, 반종교적 파가니즘의 암울함을 꽉 붙들어 맨 배킹 연주들만큼은 여전히 서슬 퍼렇게 번득이면서 동시에 그 예전의 비상업적 노르웨이 블랙 메틀의 정신 역시 여전히 순수한 형태로 잘 보존되어 있는 아주 훌륭한 완성도의 블랙 메틀 앨범이다.

RATING: 81/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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