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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BURZUM: Fallen (2011)


2009년 5월 24일, 살인, 식인, 교회 방화 등의 기행을 저지르면서 사탄 숭배자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았던 바르그 비커네스의 가석방이 결정되면서 그의 16년간의 감옥생활도 드디어 종지부를 찍었다.

바르그 비커네스는 복역 중에도 카세트 리코더의 힘을 빌려 [Dauði Baldrs (1997)] 같은 근사한 블랙 메틀 앨범들을 다수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물론 (감옥 내 전자 악기 사용의 제한으로 인해) 오직 신디싸이저의 음원만 이용했기 때문에 데쓰 메틀보다는 오히려  다크 앰비언트나 아방가르드 스타일에 가까운 음악들이었지만 그 흑마술적이고 사타닉한 무드는 VENOM, DEICIDE의 악마 메틀보다 훨씬 더 사악하면서도 파워풀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감옥 출소 이후 약 1년 만에 발표한 [Belus] 는 십수년만에 기타-베이스-드럼 유닛이 키보드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노르웨이식 블랙 메틀 앨범이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전자 기타에 잔뜩 고무된 듯 업템포-하이피치 헤비메틀 기타리프들로 넘쳐났지만,  '감옥 안에서의 녹음' 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로-파이 프로덕션 방식을 의도적으로 고집하여 자칫 에너지 과잉으로 흐를 수 있었던 하이피치 전자음들을 적절하게 필터링해주는 센스도 보여주었다.

사실 [Belus] 이후 항간에 바르그 비커네스에 관한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가 이제 메틀에 관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앰비언트 테크노의 세계로 완전 돌아설 것이라는 그런 추측이었는데, 그 어떤 블랙/데쓰 메틀 밴드들보다 전자 음악과 긴밀한 커넥션이 있었던 기존 BURZUM의 음악적 이미지를 가늠해 볼 때 그 루머가 그다지 허무맹랑한 것도 아니었으리라.

예전과 다름없이 바르그 비커네스의 원맨 밴드 형식으로 모든 것이 만들어진 새 앨범 [Fallen]은 앰비언트 테크노 전향설을 무색하게 할 만큼 이전 앨범 [Belus]과 비슷한 방향성을 띈 블랙 메틀 싸운드로 도배가 되어 있다. 앨범 인트로 'fra verdenstreet' 는 감옥 레코딩 시절의 [Hlidskjalf (1999)] 이후 12년 만에 들어보는 BURZUM식 다크 앰비언트 넘버이기에 단 1분의 곡이지만 과거 BURZUM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단순한 코드 기타 리프와 부드러운 미성(?)의 포크 음색 보컬이 어우러진 'jeg faller', 사악한 에너지가 충만했던 [Det Som Engang Var (1993)] 시절로 돌아간 듯 단순무식한 블랙 메틀 기타 배킹+투베이스 드럼과 비커네스의 샤우팅 보컬이 빛을 발하는 'vanvidd', 'enhver til sitt' 등 앨범에 수록된 7 곡 모두 블랙 메틀 장르의 틀을 넘나들며 BURZUM식 DIY 로-파이 블랙메틀의 독창적인 작업 스타일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굳이 아쉬움으로 꼽자면 메틀 음악에서는 굳이 어울리지 않을 법한 비커네스의 엉성한 드럼 솜씨인데, 마치 전작 [Belus]에서 낙오되었다 다시 이번 앨범에 실려진 듯 전작의 그 하드록적 그루브감이 다시 한번 느껴지는 'budstikken' 에서 타이트하게 음을 모으지 못하고 상당히 불안정하게 연주되는 비커네스의 드러밍은 옥의 티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도드라져 있지만, 어차피 메틀 계에서는 희귀한 비커네스 식 'DIY 인디 정신' 의 맥락에서 본다면 이 정도의 엉성함은 오히려 그에겐 트레이드마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RATING: 76/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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