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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ELECTRONIC

RUSTIE: Glass Swords (2011)


[Bad Science], [Sunburst] 등 양질의 EP 앨범으로 일렉음악 매니어들의 귀를 호강시켰던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프로듀서 RUSTIE(본명: Russell Whyte)의 정규 full-length 데뷔 앨범 [Glass Swords]가 2년간의 작업끝에 드디어 공개되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Glass Swords]는 작년에 선보였던 EP 앨범 [Sunburst]의 볼륨감 작렬하는 파티용 힙합/덥스텝 삘을 능가하는 폭발력과 그루브가 풀 모드로 장착되어 리스너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줄 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해피 하드코어, UK 베이스/덥스텝, 그라임, 글리취, 디트로이트 테크노, 일렉트로, 레이브, 힙합 등의 하위 장르들을 골고루 버무려낸 이 앨범은, '이게 바로 RUSTIE 스타일이다!' 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올 정도로 스피커/헤드폰으로 아웃풋(output)되어 튀어나오는 최종적인 음원의 일관성과 아이덴티티가 잡탕 장르들의 멜팅팟(melting pot) 치고는 굉장히 뚜렷한 형태를 띄는데, 전문 프로듀서다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프로듀싱 센스 덕에 대충 즉흥적으로 믹스된 듯한 여러 장르의 음원 소스들이 싸구려 느낌 없이 IDM스타일의 지적인 터치로 스무쓰하게 접목되면서 학구적 일렉음악 매니어들의 까다로운 구미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아트적 면모까지 갖추고 있다.  

[Glass Swords] 앨범 수록곡 중 피펑크(P-Funk) 슬랩베이스와 일렉트로하우스 신시사이저가 강한 억양으로 서로 경쟁하듯 음을 발산하는 "Flash Back"과 "Surph"는, 요즘 잘나가는 인디 댄스 레이블 Ed Banger나 DFA가 한창 추구하고 있는, 그리고 RUSTIE의 소속 레이블인 WARP가 옛전성기 시절 전세계 댄스 씬의 지축을 흔들게 한 근원적 쏘스였던 펑크(funk) 비트를 이용한 폭발적 그루브를 IDM 스타일로 생성해내면서 [Glass Swords]의 핵심트랙으로써 댄스지향 전자음악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Hover Traps"는 또 어떤가. 최고 레벨의 볼륨감으로 단순무식하게 두들겨패는 듯한 슬랩 베이스라인의 루핑 위로 얄팍한 질감의 트랜스 키보드 리프가 둔탁하면서도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긍정적 에너지와 그루브를 발산해내는 뽐새는, 마치 PAUL VAN DYK, ARMAND VAN BUUREN의 유럽 트랜스 클래식의 인공적/기계적 그루브의 매커니즘을 BUCKFUNK 3000, APHEX TWIN 스타일의 16-bit 닌텐도 게임 아날로그 사운드와 (초기) 다케무라 노부카즈, I AM ROBOT AND PROUD, LULLATONE 스타일의 깜찍발랄한 유아용 일렉트로닉과 결합시켜 새로운 형태의 순수낙관주의적 아날로그 버블껌 트랜스를 탄생시키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테크노 클래식에 관한 그의 완벽한 해석력은 8-90년대 변종 키취장르들을 저렴한 베이스라인에 유연하게 접목시켜 요즘의 클럽댄스용으로 뻥튀겨놓은 "Ultra Thizz", "Death Mountain" 같은 트랙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도 RUSTIE의 음악적 메인 스테이지가 엄연히 'UK Bass' 인만큼 신종 장르 덥스텝 (특히 그라임)에 관한 그의 프로덕션 센스 역시 '고전 테크노' 에 관한 안목 못지 않게 탁월한 레벨에 올라와 있음을 앨범 전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City Star" 에서는 그라임(grime)에 관한 RUSTIE의 완벽한 해석력과 프로덕션 센스를 완전무결하게 접할 수 있으며, 베이스 파열음과 잡스러운 연주 드럼/퍼커션 샘플이 폭발적인 그루브와 펀치를 양산하는 "Cry Flames", "After Light" 에서는 공격적인 베이스라인을 레이어의 전면에 즐겨 내세우는 SKRILLEX, MODESTEP식 덥스텝의 트랜디한 기운까지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닌텐도 사운드를 자의적으로 적나라하게 해부했던 에이펙스 트윈, 펑크(funk)에 관한 새로운 해석 매뉴얼을 써내려갔던 다프트 펑크, 그리고 댄스용 음원 매터리얼을 IDM방식으로 재단하여 비트에 창조적 생명력을 불어넣었던 스퀘어푸쉬어 등 과거 UK 일렉 르네상스 주역들의 올드스쿨 창작원리를 존중/계승하면서 동시에 젊은 뮤지션답게 덥스텝/UK 가라지와 미니멀리즘([Glass Swords]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 하면서도 사용된 레이어들이 놀라울 정도로 엄격하게 단순화되어있다)이라는 근본적 목표와 방향성까지 RUSTIE만의 독특한 센스로 십분 살려냄으로써 예술적/상업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RUSTIE가 주창하는 아날로그와 클래식 테크노의 덥스텝/UK 베이스식 재해석은, 그가 아우르는 서브 장르의 종류와 범위 만큼이나 폭넓은 층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하거나 구김살 하나 없이 해맑은 무드 속에서 스트레이트한 어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누구도 감히 태클 걸고 넘어지지 못할 만큼 안정감과 대담성의 원투펀치를 제대로 날려낸 이번 RUSTIE식 UK 베이스 앨범은, 스퀘어푸쉬어 등이 주류를 이루었던 리즈시절 이후 어정쩡한 상업적 시도들의 연이은 실패로 인해 종전에 가지고 있던 도전적인 면모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잃어버린 WARP 레이블에서 예기치 않게 튀어나온 수작이기에 과거 테크노 중흥기 시절 WARP의 위용을 그리워하는 올드스쿨 매니어의 한 사람으로써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RATING: 85/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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