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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27 07:56


프랑스 출신의 DJ 듀오 JUSTICE의 '크로스' 앨범은 훌륭한 음악적 완성도와 더불어 상업적 성공, 그리고 글로벌 댄스 씬에 폭발적인 반향까지 이끌어내면서 21세기 
프랑스 일렉트로닉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d Banger 생산제품 답게 싸구려 질감이지만 귀에 착착 감기는 그루브,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후예임을 자랑스러워 하는 듯 때를 가리지 않고 질러대는 펑크(funk) 훅들, 그리고 프랑스 테크노의 고유덕목인 하위 음악장르와 키취 컬쳐의 융합 과잉으로 빚어낸 잡스러움의 미학이 한데 어우러진 '댄스 뮤직의 야비함' 을 거대하게 발산시켰던 파리 출신의 가스파르 아우게(Gaspard Auge), 자비엘 드 로즈네(Xavier De Rosnay), 이 두 친구의 좌충우돌 파티 본능이 별안간 드라마틱하게 사그라들었다! 4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마주하게 되는 이들의 두번째 정규앨범 [Audio Video Disco]는, 그동안 목빠지게 기다렸던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는 커녕 오히려 당황스러움과 실망스러움만 한아름 안겨주는 '괴상한' 형태의 결과물들로 채워져 있다.

"아 씨발, 내 음악 갖고 클럽에서 좆나 원없이 쳐놀았냐? 나 이제부터 로커할래!"

'크로스' 앨범을 통해 JUSTICE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가는 듯 하던 과도한 억양의 펑키(funky) 베이스라인은 이번 앨범에서 거의 종적을 감추고 대신 싱코페이션이 거의 제거된 록 스타일의 스트레이트 베이스 리프가 [Audio Video Disco] 리듬 패턴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이 '베이스 리듬 패턴의 급격한 변화' 는, QUEEN을 연상시키는 묵직한 톤의 베이스리프에 의해 시종일관 리드되는 트랙 "Parade"에서 가장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베이스의 펑키함을 완벽하게 지워버린 덕분(?)에 이번 앨범에서는 FUNKADELIC, PARLIAMENT, OHIO PLAYER, 그리고 
DAFT PUNK의 펑크 아우라까지 더불어 종적을 감추고 BON JOVI, AC/DC, VAN HALEN, AEROSMITH같은 80년대 아레나 록, 그리고 일련의 70년대 프랑스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등 일렉트로닉 음악과 상극을 이루는 괴상한 퇴물 세력들이 난데없이 등장하여 그 공백을 매꾸는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Newlands"를 한번 들어봐라. 피트 타운센드를 연상시키는 기타 인트로와 함께 몽롱하게 이어지는 수제 연주 배킹 사운드는 놀랍게도 THE WHO, AC/DC, 초기 
GENESIS (크로스 앨범 수록곡 "Genesis"가 아니라 필 콜린스의 록밴드 제너시스를 말하는 것이다!)의 7-80년대 록 음악 LP를 턴테이블 피치로 BPM만 살짝 바꾸고 다이렉트로 틀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완벽한 '생' 버젼 록 트랙 형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싸구려스럽게 휘감는 쌍팔년도 록스타일의 키보드 리프까지 곁들인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리스너나 JUSTICE 팬들의 혼란스러움과 배신감 역시 덩달아 절정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아레나 록과 프로그래시브 록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록까페 디제잉' 대향연은, 10번째 트랙 "Helix"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JUSTICE 특유의 야비한 그루브가 록 무드를 타고 펑키하게 생성되는 광경이 살짝 연출된다. 물론 과거 BEASTIE BOYS가 AC/DC "Back In Black"을 샘플 리믹스했던 그 손맛이 불현듯 연상되는, '찝찔함'이 가시지 않는 그루브긴 해도 어찌됐든 MTV 초창기 클래식/아레나 록의 '야비함'과 '유치함'에서 그루브 미학 쏘스를 찾아내어(digging) 적극 반영하고자 한 JUSTICE의 [Audio Video Disco] 창작 필로쏘피가 나름 십분 반영되는 '절반의 성공'을 그나마 이 곡에서 가까스로 거두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록곡들은 퇴물 록 음악 이상의 그루브를 노래 끝부분까지 끌고 가지 못하고 자꾸 중간에서 이상한 외부 요소들에 의해 끊어짐을 반복하고 마는데, 가령 두번째 트랙 "Civilization" 같은 경우, 도입부에서 육중한 록 스네어 드럼과 펑키함과 파워를 겸비한 베이스에 의해 분명 록적인 질감의 훅을 만들어내지만 별안간 치고 들어오는 구식 아레나 록 특유의 보컬 나르시시즘으로 인해 일렉트로 록 그루브/훅의 연속성을 30초도 채 유지해내지 못한다.    

한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면, 록역사적으로 가장 참혹하게 사장된 장르 중 하나인 70년대 유럽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음악 쏘스와 영감을 대량으로 가져왔다는 점인데
(이들의 잡식성 'digging'의 결과물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판단불가), 이들의 출신배경(프랑스)으로 인한 연상작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Brianvision", "Canon-Primo" 같은 칙칙한 하이브리드 록 트랙들을 듣노라면 마치 MAGMA, ARACHNOID, ATOLL, HELDON 등 70년대를 짧게 스쳐 지나갔던 프랑스 프로그록 밴드들의 음악과 상당히 흡사한 사운드스케잎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DAFT PUNK의 직속 후계자로 부각되던 JUSTICE가 이번에는 무슨 연유로 70년대 프로그 록과 전자음악을 결합하고자 했던(그러나 끝내 참혹한 실패의 쓴잔을 들었던) HELDON식 실험정신을 풀모드로 장착하고 이번 앨범 제작에 임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불세출의 데쓰메틀 밴드 DEICIDE처럼 십자가를 도용한 데뷔 '크로스' 앨범에서도 록 삘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다량 함유되어있긴 했지만 이번 앨범의 일관적 록 어프로치는 설사 오덕후 JUSTICE팬이라 하더라도 100% 호의적인 마음가짐으로 완청하기 힘든 성질의 것이리라. 이렇듯 생경한 쏘스들과 180도 달라진 디렉션으로 범벅이 된 명실상부 '실패작' 임에도 불구하고 [Audio Video Disco]에 'JUSTICE스럽다' 라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희안한데... 마치 아무리 잡다하고 엉뚱한 오브제를 갖다 붙이고 들이대도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기어코 엮어낸 설치 미술작품을 선보였던 요셉 보이스제프 쿤스처럼 JUSTICE 역시 엉뚱한 어프로치로 도배된 변종 매터리얼 한가운데에 를 떡하니 박아넣고 자기들 작품임을 만천하에 과시할 줄 아는 뻔뻔함의 고수들인 것이다. 

JUSTICE가 이번에 들고나온 '로커되기'의 진정성이 어느정도 심각한 건지 아직까지는 파악하기 힘든데 그러한 까닭에 이번 앨범은 이들이 앞으로 취하게 될 음악적 방향성을 가늠하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을 참으로 많이 남겨두었다. 퇴물 록 장르들로부터 요즘 리스너들 취향에 합당한 훅과 그루브를 뽑아내는 작업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어찌됐든 '크로스' 앨범에 필적할만한 캐취감 넘치는 그루브 역시 이번 앨범 안에서 거의 실종되었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 잠시 언급했다시피) 다행히 
자신들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까지 탈탈 털리지는 않았으니, JUSTICE의 재평가를 위해 [Audio Video Disco]을 서퍼모어 징크스에 관한 강박관념에서 빚어진 무리수 내지 실수쯤으로 일단 잠시 제쳐두고 다음 앨범을 한번 더 기다려봐도 좋을 듯 하다. JUSTICE의 전매특허 그루브 사운드를 재현할 수 있을 일말의 불씨가 [Audio Video Disco] 안에 아직까지 조금이나마 살아있음을 확인한 이상 혹시 이 앨범에 대해 낙담하고 있다 하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기를...

RATING: 61/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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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xodus 2012.02.19 21:23  Addr  Edit/Del  Reply

    필자님 글보니 음악취향이 깊으신거 같네요~
    오랜만에 시원한 글 읽고갑니다~

  2. bezzang 2012.02.19 22:45  Addr  Edit/Del  Reply

    동감하네요. 저스티스를 좋아한 이유의 90%이상이 특유의 펑키 베이스 라인이었는데, 그런게 안 나와서 아쉬웠던 앨범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