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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CRYSTAL STILTS: In Love with Oblivion (2011)


유서깊은 인디 레이블 Slumberland에서 미국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4인조 인디 노이즈 팝 밴드 CRYSTAL STILTS는 약간 이질적인 존재다. 어두운 농담이 드리워진 흐린 수묵화 스타일의 인디 록을 구사하는 CRYSTAL STILTS의 스타일은, 역사적으로 과거 K 레이블와 현재 수많은 트위팝 자손들 사이에서 중간 가교 노릇을 톡톡히 했던 Slumberland 에 관해 연상되는 경쾌한 이미지의 스테레오타입들과는 다소 거리가 먼 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특한 무드의 노이즈 팝을 재탄생시킨 CRYSTAL STILTS의 데뷔 앨범 [Alight of Night (2008)] 은  2008년 Slumberland에서 발매된 앨범들 중 최고의 수작으로 꼽히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CRYSTAL STILTS이 3년 만에 선보인 새 앨범 [In Love with Oblivion]은 SPACEMEN 3 스타일의 몽환적 노이즈 포크 느낌과 JOY DIVISION의 'love will tears apart' 식 포스트 펑크적 기운을 해먼드 올갠과 일렉트릭 기타 싸운드와 함께 뒤섞어 양질의 싸이키델릭 팝-록 음악을 선보인다. 여전히 짐 모리슨, 이언 커티스와 같은 몽환적 톤으로 전체적 음악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Brad Hargett의 보컬 솜씨는 언제나 CRYSTAL STILTS 음악적 특징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키로 작용하지만, 색다른 코드와 변칙튜닝, 연주법 등을 통해 매 트랙마다 색다른 장르적 색깔로 다채로움을 더하는 JB Townsend의 기타솜씨 역시 이번 앨범에서 예사롭지 않은 빛을 발하고 있다.

독일 크라우트록 밴드 NEU!를 연상시키는 추상적 인트로로 이 앨범의 문을 여는 첫번째 트랙 'sycamore tree' 는 JOY DIVISION의 포스트펑크적 취향과 쟈니 캐쉬의 올드한 로커빌리 분위기를 동시에 잘 살린 명곡이지만, 이 앨범 나름의 하이라이트는 수록된 11곡 중 팝적 멜로디와 흥겨움이 가장 두드러지는 5번째 트랙 'half a moon' 으로, 마치 BEAT HAPPENING이 지하실에서 JESUS & MARY CHAIN의 커버곡을 연주하는 듯 싸이키델릭함과 로-파이적 간결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CRYSTAL STILTS의 음악적 캐릭터를 가장 적절하게 대변해주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CRYSTAL STILTS는, 로-파이 질감 위로 귀여운 톤을 잡아내는 Slumberland 레이블 특유의 싸운드 주조 방식에 차츰 더 동화되고 있는 듯 한데, 예를 들어 'flying into the sun', 'shake the shackles' 에서는 챔버 팝과 같은 촉감으로 기타와 드럼이 '아름답게' 연주되고, 'precarious stair' 에서는 BYRDS의 히피 쟁글 포크-팝을 듣는 듯 떨 한 대 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편안한 무드를 제공하는 등 전작 [Alight of Night]보다 좀 더 인디팝적인 영향력 하에서 훨씬 정돈되고 직선적인 (혹은 예측 가능한) 곡 전개 방식을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다.

좀 더 어둡고 폐쇄적이고 이질적인 싸운드를 선호한다면 분명 이번 새 앨범 [In Love with Oblivion]은 전작 [Alight of Night]보다 조금은 퇴보된 결과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싸이키델릭 록의 몽환적 무드와 포스트펑크 리듬의 에너지를 복고적인 로-파이/인디 분위기 속으로 부드럽게 융해시켜내는 기술이 이제 완숙하게 무르익었음을 CRYSTAL STILTS는 이번 [In Love with Oblivion] 앨범에서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RATING: 80/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