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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NOAH AND THE WHALE: Last Night on Earth (2011)


'L.I.F.E.G.O.E.S.O.N.' & 'tonight's the kind of night'  


NOAH AND THE WHALE의 리더 찰리 핑크에 대해 음악적인 것 이외에 그다지 자세히 아는 바는 없다. 사진을 보아하니 훤하게 생긴 미남형인데, 얼굴값을 하는 건지 행동들도 대충 보면 얼추 영국 찌라시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했던 90년대 데이먼 알반을 보는 듯 하다. 하긴, 포크 싱어 로라 말링 (NOAH AND THE WHALE의 1집 발매까지만 해도 실제 정규 멤버였다는)의 남자 친구였다는 사실은 당삼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던 가쉽거리였으리라.

NOAH AND THE WHALE의 두번째 앨범 [The First Days of Spring (2009)]만큼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던 앨범도 아마 없었을 것이다. 더 타임즈는 '최고의 명반'이라는 찬사와 함께 최고 평점을 매겼고 그외 다른 영국 음악 언론들로부터 '닉 드레이크의 재래' 라는 칭찬까지 받게끔 해준 작품이지만, 반대로 '인디 스타일'의 강박관념이 아직 크게 잔존하는 미국 언론에서는 '거짓 포크' 라는 비아냥과 함께 극도로 초라한 대접을 받았다. 뺀질뺀질하게 생긴 상판에 허세도 약간 끼어 있는 '자칭' 포크 뮤지션이 미국 인디음악의 거목 빌 캘러헌의 음악 퀄리티와 맞먹는 수준의 멋들어진 로-파이 포크 음악을 뽑아냈으니 빈정이 좀 상하기도 했으리라.

이러한 미국식 비평의 잣대를 NOAH AND THE WHALE의 새 앨범 [Last Night on Earth]에 다시 들이댄다면 이번에도 좋은 얘기를 듣기는 힘들 것 같다. 일단 두번째 앨범보다 훨씬 럭셔리해지고 깔끔해진 레코딩 수준이 확 귀에 들어오는데, 특히 'waiting for my chance to come' 에서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일렉 기타 노이즈, 클래식 현악기 스트링 소리들을 하이-파이 수준으로 수려하게 잡아내는 솜씨는 분명 이전 앨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또한 [Last Night on Earth] 에는 '록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NOAH AND THE WHALE의 의도가 그 어느 때보다 다분하게 드러나고 있다. 심플한 싱글 어쿠스틱/일렉기타 리프에 맞춰 축축하게 늘어뜨린 [The First Days of Spring]식 포크의 형태는 이번 앨범에서는 상당량 실종되고 그 공백은 8비트 업-미드템포 록 스타일의 평범한 워크프레임으로 설렁설렁 땜빵질 되어져 있다. 물론 포크와 록의 경계는 아주아주 뚜렷하진 않지만, 대충 록적인 포크냐 포크적인 록이냐 그런 이분법적 잣대로 판단하자면  [Last Night on Earth] 는 기존의 '록적인 포크' 양식에서 '포크적인 록'으로 NOAH AND THE WHALE를 가장 확실히 분류케 만드는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이 앨범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띄는 로이드 콜의 영국식 이지적인 모던록과 긍정적 마인드의 센티멘탈리즘을 대변하는 탐 페티의 미국식 토종 록음악의 요소가 노골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형태를 띄지만 (특히 'life is life', 'L.I.F.E.G.O.E.S.O.N.', 'just me before we met' 을 들어보라), 뜬금없이 과거 PULP 스타일의 얄팍한 브릿팝적 요소에 은근히 흘금거리는 모습들도 'tonight's the kind of night', 'give it all back' 같은 트랙에서 엿볼 수 있다. 

록스타로 변모하고픈 그들의 강렬한 열망을 바탕으로 한 여러가지 시도들은 참으로 가상하지만, NOAH AND THE WHALE에게는 이렇게 깔끔하게 다듬어진 록 음악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더욱이 [The First Days of Spring] 시절의 야릇한 포르말린 냄새를 한번 맡아 본 사람들이라면 공기 청정제의 얄팍한 인공향기가 느껴지는 [Last Night on Earth]의 팝 분위기가 너무나도 낯설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The First Days of Spring] 을 통해 영국식 뉴-포크 카테고리 안에서 자리를 잡았건만, 이번에는 왜 뜬금없이 브루스 스프링스틴, 존 맬렌캠프, 탐 페티, 루 리드 같은 미국 레전드 록커들의 리믹스 싸운드들을 들고 나와 이렇게 욕을 보는 것일까.

RATING: 63/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