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얼터너티브-그런지의 대폭발과 함께 덩달아 날아오른 인디 록 음악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폐쇄성을 띄던 써브장르인 슬로우코어의 흘랙홀 안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밴드가 있으니 그들이 바로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 출신의 3인조 LOW이다.
통산 9번째 정규 앨범 [C'mon]은 지난 [Trust (2002)]이 녹음되었던 덜루스의 한 가톨릭 성당에서 또다시 작업이 이루졌다. 알란 스파호크(기타, 보컬)와 미니 파커 (드럼, 보컬)의 보컬 하모니는 청아하고 은은하게 음파가 공명-반사하게끔 도와주는 가톨릭 성당 특유의 내부 구조 덕에 자연스러운 리버브 효과를 얻어내며 마치 바흐의 칸타타 음악과 같은 성스러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정치적 색채가 다분한 주제들 위에 잡다한 샘플링까지 덧씌운 전작 [Drums And Guns (2007)] 은 포스트록적인 방식에 더 치우쳐 만들어진 앨범으로써 분명 기존의 LOW의 음악에 대해 알고 있었던 음악 팬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작품이었지만, 90년대 LOW의 명작 [Long Division (1995)]과는 다른 각도의 시각에서 색다르게 창조된 2000년대 또하나의 명반이었다. 그러나 이제 전작의 포스트록적 시도들을 한낮 단순한 외도로 간주해야 하는 건지, 이번 앨범은 초미니멀한 악기들의 레이어 구조에서 보컬 멜로디 위주로 스트레이트하게 나가는 LOW 특유의 슬로우템포 발라드로 다시 급속도로 회귀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록 스타일 톤의 쩌렁쩌렁한 기타 리프와 밥 딜런 스타일의 툭툭 내뱉는 식의 보컬이 분위기를 압도하는 'witches' 처럼 전작 [Drums And Guns]의 냉소적인 도발행위를 연상시키는 트랙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done', '$20', 'especially me', 'nightinggale' 등 슬로우코어 황금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게끔 만드는 LOW 특유의 우울질 센티멘탈리즘을 앨범 전면에 다시 내세우고 있다.
팝적인 센스는 완전 젬병이라 젊은 층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얻기란 언제나 불가능에 가까웠던 LOW. 이번 앨범에서도 그다지 귀를 확 잡아끄는 싱글 하나 발견되지 않는다. 특히 'majesty/magic', 'nothing but heart' 같이 초슬로우 템포로 동어-동음을 8분동안 반복하는 곡들을 끝까지 완청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고문으로 다가올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LOW의 지독한 종교적 염세주의(스파호크와 파커 모두 독실한 몰몬교도임)에 중독되어 오랜 시간 숨죽이고 열광해온 팬들에게는 LOW이 누려온 과거의 영광을 이 앨범에서 어렴풋이나마 찾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일 것이다.
확실하게 단언컨데, [C'mon]은 LOW의 베스트 앨범 TOP 3 안에 들만한 앨범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슬로우코어 트로이카의 한 축이 여전히 생존하여 이런 수준급의 앨범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커다란 축복이 아닐른지.
RATING: 76/100
written by Byungkwan Cho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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