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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MC LARS: Indie Rocket Science (2011)


백형 랩퍼 MC Lars가 6월 6일 신보 [Indie Rocket Science] 를 발표했다.  힙합의 큰형님인 KRS-One, 그리고 우리에겐 약간 생소한 Mazeman, Weerd Science, Grieves 등 여러 랩퍼들이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하였다.

MC Lars의 본명은 Andrew Robert Nielsen으로, 1982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태어나 오클랜드 힐에서 자랐다. 그는 1993년에 가족들과 함께 몬트레이 반도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펑크록 밴드인 AMPHOTERIC을 창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밴드에서 탈퇴하고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에 입학하여 영문학을 공부하게 된다. 이쯤에서 마녀사냥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국내 유명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랩퍼 타블로가 문득 떠오르는데, 암튼 이 두 형들을 보고 있자면 스탠포드 영문과에는 멀쩡한 사람에게 힙합 정신을 불어넣는 뭔가있나? 하는 원시적인 의문이 불현듯 들기도 한다. MC Lars는 스탠포드 졸업 즈음 대학 교내 라디오 방송국에서 개최한 쇼에 우연히 참가, 너드코어 힙합(nerdcore hip-hop)과 올드스쿨 랩을 선사하게 되는데, 이것이 영국에 있는 Truck Records사의 귀에 우연히 흘러들어가 그를 프로페셔널 래퍼로 발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MC Lars는 초기에 랩탑(노트북 컴퓨터)으로 음악을 만드는 친구 한 명과 공동 작업을 하다가 나중에는 랩탑 샘플 사운드에 펑크록 밴드의 생음악 연주를 깔고 그 위에 래핑을 구사하는 실험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소위 "포스트펑크 랩탑 랩 (post-punk laptop rap)" 의 매카니즘이다.

힙합의 특징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샘플링' 인데, 그 역시 래퍼답게 샘플링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의 뿌리인 록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브릿팝 밴드 Supergrass, Long Island, 뉴욕의 Brand New, Fugazi, Iggy Pop 같은 100% 순도의 록음악에서 샘플을 즐겨 채취한다. 

Lars의 영문학 배경은 그의 음악에 또다른 캐릭터를 심어주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실제로 그의 가사들을 보면 고전 영문학이나 미국문학쪽에서 받은 영감이나 아이디어들을 많이 끌어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그의 과거 곡중에 "Rapbeth" 는 문학전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참고로 한 노래였고, 그밖에 에드가 알렌 포의 The Raven 에서 영감을 얻은 "Mr. Raven" 등 많은 곡들에서 그러한 흔적들을 찾아볼수 있다. 

[Indie Rocket Science]은 이러한 Lars의 다양한 환경적/음악적 배경만큼이나 다채롭고 특이한 시도들이 잘 녹아나 있으며, 따라서 전체적으로 다른 기존 힙합 뮤지션들과 상당히 차별화된 음악적 텍스쳐를 보여주고 있다. 힙합과 펑크록의 콤보 느낌, 올드스쿨스러운 심플하면서도 뱉어내는 듯한 래핑, 그리고 문학인다운 내용의 특이한 가사들이 이 앨범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지만, 뭐랄까, 좀 가슴에 팍 와닿는 느낌의 힙합 곡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 앨범의 결정적 아쉬움으로 남는다.

RATING: 68/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