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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AYATOLLAH: Fingertips (2011)

힙합계의 성실한 하드워킹맨으로 통하는 Ayatollah는 Technics 턴테이블과 Akai MPC60 샘플러를 기반으로 항상 빈티지한 작업 면모를 보여주면서 이를 바탕으로 뉴욕 퀸즈 출신다운 동부 힙합의 진수를 다양한 힙합 작품들 속에서 꾸준하게 과시해오고 있는 프로듀서다. 이런 그의 작업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곡으로 1999년 발표된 모스 데프(Mos Def)형님의 곡 "Ms. Fat Booty" 를 꼽을 수 있는데, Aretha Franklin의 "One Step Ahead" 를 샘플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 곡으로 아야톨라는 비로소 힙합계에 큰 대중적 성공을 처음으로 거두게 되었다.  

아야톨라가 올해 2월 선보인 새로운 솔로 앨범 [Fingertips]는 인스트루멘탈, 즉 백그라운드용 샘플을 제외하고 보컬이나 랩이 전혀 녹음되지 않은, 그야말로 비트 트랙(beat track)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이다. 

그가 말하길,

"나는 이런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만들 때 비로소 내면의 평화를 얻는다. 이런 음악들
속에는 가사가 없기에 듣는 이로 하여금 가사가 주는 내용이 아닌 여러가지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 수가 있고, 또한 랩퍼들이 곡을 마무리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나는 이러한 자유로움이 정말 좋다"

그동안 우탱(Wu-Tang)의 리쟈(RZA)형님부터 곰돌이 카니예형님까지 속도가 업된 보컬 샘플들을 일반적으로 많이 들을 수 있었지만, 이에 반해 아야톨라형님은 프로듀서로써 첫 발을 딛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속도의 조작 없이 샘플 원본의 속도를 그대로 간직한 샘플 작업 방식을 계속 고수해오고 있는데 이는 이번 앨범 [Fingertips] 뿐만 아니라 형님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기본적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형님 왈,

"원곡의 속도를 그대로 간직함으로써 원곡 그대로의 느낌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난 이 방식을 언제나 선호한다"

단순한 포맷의 인스트루멘탈 앨범이지만 여느 힙합 앨범들 못지 않은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샘플 믹스의 대향연이 벌어지는 [Fingertips]을 들으면서 그가 독창적인 형태로 전하고자 하는 힙합 고유의 필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형님 말씀대로 '전달되는 가사' 가 아닌 '흘러나오는 음악(인스트루멘탈)' 그 자체만을 통해 자기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활짝 펴고 이 앨범을 한번 감상해 보시라.  

RATING: 82/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