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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MADLIB: Medicine Show #13: Black Tape (2012)


힙합의 반고흐, 괴짜사나이 매드립(Madlib)의 13번째 쇼 [Medicine Show #13: Black Tape]이 지난 3월 1일 발매되었다. 2010년부터 많은 언더그라운드 힙합 팬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여러가지 음악들을 들려주었던 메드립의 "메디슨 쇼" 시리즈는 원래 12편까지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그의 비밀테잎인 13편을 마무리로 쇼의 장막을 걷게 된 것이다(사실 14편 "The Brick" 도 있으나, 그것은 1~13편을 한데 묶은 컴필레이션 성격의 작품이므로 사실상 13편이 최종회라고 할 수 있다).
 
매드립횽의 본명은 오티스 잭슨 쥬니어(Otis Jackson Jr.)로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LA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90년대 초 'Lootpack' 이라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에서 활동하던 중 이모집에 있던 레코드들을 가져(?)와서 비트를 만들기 시작, 판매하는 경지에까지 올라선 '진정 멋진 사나이'다. 이후 그의 아버지가 매드립을 후원하기 위해 인디 레이블인 Crate Diggas Palace (CDP) 레코드를 직접 설립하였으며, 아버지 레이블에서 활동하던 중 Stones Throw Records 레이블의 창시자 Peanut Butter Wolf의 눈에 띄어 그들과 정식 계약을 하게 된다. 매드립횽은 이후 Tha Alkaholiks의 앨범에도 자주 참여를 하였으며, 또한 2000년도에 'Quasimoto'라는 또 다른 예명으로 발매된 첫 앨범 [The Unseen]을 통해 유수의 음악미디어들로부터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에 오르는 영광을 맛보기도 한다. 횽은 그밖에도 전설의 힙합프로듀서 J Dilla횽과 'Jaylib'이란 이름으로 2003년도에 선보였던 콜라보레이션 앨범 [Champion Sound], 그리고 얼굴에 진짜 철판..아니 철가면을 두른 랩사나이 MF DOOM과 합작한 [Madvillainy (2004)] 등 많은 명반들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네임벨류를 계속 업그레이드 시켜왔다. 참고로 J Dilla가 매드립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굉장히 깜놀했다고 전해지는데, 자신과 너무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는 메드립의 존재를 보며  '마치 쌍둥이를 보는 것 같다' 라고 말하기도 했단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매드립쇼에 대해 살펴보자. 매드립쇼는 각 쇼마다 나름대로의 테마가 정해져 있는데, 특히 각 홀수 숫자앨범들에는 메드립 본인이 직접 제작한 리믹스및 비트들이, 그리고 짝수 앨범들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들이 테마에 맞게 담겨져 있는 점이 흥미롭다. 횽은 진정 앵콜의 맛을 알고 계셨던 것일까, 원래 12편으로 끝나 못내 아쉬워하던 팬들에게 '레알마지막이다' 하면서 기어이 13편을 이번에 보여주셨는데, 이 앨범은 기존의 많은 랩퍼들의 랩을 자신의 비트에 맞춰 리믹스한 총 35개의 무제("Untitled") 트랙들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에미넴횽이 언더그라운드 시절 녹음했던 "Any Man"을 매드립 비트 버젼으로 들을 수 있는 33번트랙이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그밖에 Nas횽의 "Nas Is Like"(25번트랙), 50센트횽의 "What Up Gangsta"(5번트랙), Talib Kweli의 "Get By"(30번트랙) 등 뭐 이름만 대충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곡들부터, 인정받지만 좀 덜 유명한 곡들, 이름을 들어도 거의 모르는 곡들,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하는 곡들까지 다양하게 리믹스가 되어있다(곡 제목에 물음표를 쳐놓은 거 보면, 매드립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

블랙테잎의 묘미라면, 일단 원곡 랩퍼들의 랩을 매드립의 비트위에 얹어서 듣는 맛이 쏠쏠하다. 또한 부분부분마다 목소리들을 '재해석'(즉, 목소리를 부분부분 찹해서 붙이고 늘이기를 반복한다)하여 매드립버젼으로 연출한 점 역시 꽤 흥미로운 시도들로 보여지는데, 매드립 음악에 생소한 리스너라면 '도대체 또 이게 뭔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그의 팬이라면 이전 12가지 매드립쇼들과 함께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한 퀄리티를 갖춘 앨범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는 앨범 아트웍도 매우 난해한데(어떤 사람들은 '돌연변이 야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비위가 약한 이들이라면 고개를 내저으며 아예 시디 자켓을 쓰레기통에 내다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디가 '19금'이라는 점을 좀 더 부각시키고자 이런 사진을 버젓이 싣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참고로 필자 역시 이 앨범 자켓을 처음 접한 이후부터 도대체 이 요상한 포토샵 사진을 자켓에 실은 매드립횽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계속 궁금하기만 하다. 물론 전체적으로 앨범 아트웍만큼 확 번쩍거리면서 귀에 들어오는 곡은 없지만, 매드립횽의 팬이라면 쇼를 보며 잔잔히 즐길 수 있을 만한 가치는 충분한 앨범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요즘 시중에 나도는 왠만한 힙합 앨범들과 비교해볼 때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괜찮게 들린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RATING: 78/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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