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S/HIP-HOP

GONJASUFI: MU.ZZ.LE (2012)


음악뿐만 아니라 기인적인 외모와 행동으로 올킬한 ‘요가의 달인'  곤자수피(Gonjasufi)횽이 지난 1월 24일 대망의 새 EP앨범 [MU.ZZ.LE]을 발표했다. 인도 철학이나 중국 무협지에서 도술 조화·둔갑의 능력을 갖춘 기인의 몰골과 음악적 개성을 자유롭게 휘날렸던 데뷔 앨범 [A Sufi And A Killer]은 힙합, 싸이키델릭록, 개러지록, 포크, 알앤비, 소울, 펑크 등의 서양 대중음악과 이슬람, 인도, 자메이카, 아프리카 등의 제3세계 월드뮤직 분위기를 믹스시켜 곤자수피횽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이끌어낸 명작이었다.
 
여기서 곤자수피횽에 대해 잠시 언급한다면, 그는 미국 샌디애이고주에서 이디오피아계 아버지와 멕시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마리화나와 힙합에 빠져 살다 철이 들면서 인도-이슬람 철학과 요가에 심취, 밥 말리를 흠모하여 시작했다는 마리화나와 그외 각종 향정신성 약물들을 줄이고 자신의 음악에 대해 좀 더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2006년 그는 고향 샌디애이고를 떠나 엘에이로 이동, 풀타임 요가 강사로 일하다 또다른 백형 기인 프로듀서 The Gaslamp Killer와 그의 보스이자 Brainfeeder 레이블의 주인장 Flying Lotus와 의기투합하면서 잠시 사그라들었던 음악 열정의 불씨를 다시 지피게 된다. 곤자수피횽은 Warp 레이블에서 발매된 2008년 Flying Lotus의 두번째 앨범 [Los Angeles]에 삽입된 "Testament"에서 피쳐링 가수로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곡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곤자수피횽의 모습에 감탄한 Warp 레이블은 바로 그에게 계약을 제안하고 드디어 2년 후 Warp 레이블 하에서 곤자수피횽 최초의 앨범 [A Sufi And A Killer]을 발표하면서 2010년 힙합과 인디음악계를 동시에 강타하게 된다.
 
[MU.ZZ.LE]은 [A Sufi And A Killer] 앨범을 제작했던 The Gaslamp Killer와 Flying Lotus 콤비(그리고 또다른 프로듀서 Mainframe까지)가 프로듀서로써 또다시 가세한 앨범이라 전작의 변태끼를 충분히 접했던 팬들이라면 분명히 기대가 컸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 앨범은 비록 22분 밖에 되지 않는 미니 앨범이지만 로파이의 컨셉으로 더스티(dusty)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잡으려고한 흔적들이 뚜렷하게 엿보인다. 컨셉적인 면모만 따져본다면 오히려 [A Sufi And A Killer]를 훨씬 앞서는 일관성이 일단 필자의 시선을 잡아 끈다. 인트로 트랙 "White Picket Fence"는 아저씨들이 즐겨듣는 6-70년대 클래식 록을 샘플링하여 속도를 낮춘 느린 배경 사운드에 취해 음유시인처럼 중얼거리는 곤자수피횽의 안드로메다스러운 삘을 접할 수 있으며, 강렬한 브레이크비트로 귀를 잡아끄는 3번 트랙 "Nikels And Dimes"에서는 우울한 아라비아 감성으로 꿈을 꾸는 듯한 곤자수피횽의 흐물흐물한 래게형 보컬 스타일을 힙합과 덥스텝 플로우스타일-비트와 함께 느낄 수 있다. 탐 웨이츠와 트렌트 레즈너를 연상시키는 곤자수피횽의 음침한 중얼거림이 돋보이는 다음 트랙 "Venom"에서도 스네어 드럼사운드와 베이스로 이루어진 묵직한 비트감은 계속 이어지며, 곤자수피횽의 정신적 지주 밥 말리의 영혼이 빙의된 듯한 "Timeout"과 "Blaksuit"에서는 뭔가 졸린 듯한 말리횽스러운 곤자수피횽의 보컬만큼이나 80년대 자메이카산 해적판 LP의 생활기스가 잔뜩들어간 음질을 연상시키는 로파이 레개 텍스쳐와 트립합 비트의 그루브의 조화로움이 퍽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곤자수피횽이 이 앨범을 위해 프로듀싱에서 어느정도 기여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 The Gaslamp Killer와 FlyLo에 의해 리드되는 '로파이함'이 많이 두드러지는 이유에서인지 전작 [A Sufi And A Killer]에서 풍족하게 접할 수 있었던 보컬리스트, 솔로이스트, 리더로써 곤자수피의 존재감이 [MU.ZZ,LE]에서는 조금 덜하게 들리는 듯하다. [A Sufi And A Killer]에서 자유로이 도사스럽게 내뿜던 보컬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한층 더욱 괴기스러운 포스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며, 따라서 리드보컬 역할에서 사운드 이펙트 역할쯤으로 그의 비중이 조금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EP 앨범 때문에 '곤자수피횽이 다시 맛이 가기 시작했다'는 팬들의 실망스러운 소리를 주위에서 자주 듣곤 하는데(막상 팬들은 다채롭고 맛깔나는 그의 보컬을 더 원했기 때문이 아닐까), 전작들에서 보여졌던 좀더 다채로운 보컬 느낌에 이미 익숙해있는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자 했다기보단 '곤자수피-개스램프 킬러-플라이로-메인프레임'으로 짜여진 하나의 '일렉트로닉 프로덕션' 혹은 '기인삼위일체 뮤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더 강하게 담겨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내릴 수 있겠다.

RATING: 77/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