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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LOS CAMPESINOS!: Hello Sadness (2011)


웨일즈 출신의 7인조 거대 인디록 밴드 LOS CAMPESINOS!에게 최근 밴드 존립을 뒤흔들만한 부침들이 연겨푸 있었다. 바로 창단 멤버 올리(Ollie)를 비롯한 3명의 멤버가 불화 끝에 세번째 앨범 [Romance Is Boring (2010]을 발표한 직후 연거푸 밴드를 떠났던 것. 이들의 공연을 작년에 본 적이 있었는데, 리더 가레쓰(Gareth)를 비롯한 멤버 전원이 공연 전 무대에 올라와 튜닝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던 조그마한 말다툼은 분명 가벼이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예사롭지 않은 스파크가 튀었고 아니나 다를까 그로부터 1달아 채 지나지 않아 이들에게 연이은 탈퇴 릴레이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들은 새로운 멤버들을 재빠르게 영입하고 3집 [Romance Is Boring] 이후 불과 1년만에 신보 [Hello Sadness]를 발표, 전국/월드투어에 돌입하는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LOS CAMPESINOS는 지난 세장의 앨범에서 트위팝의 발랄함과 포스트-포스트펑크(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의 에너지/패기가 적절하게 배합되어 트렌디한 인디 사운드를 주로 보여주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이들의 주특기이기도 했던 '트위'적인 어프로치를 드라마틱하게 줄이고 그 대신 좀더 다크하면서도 우울한 분위기의 코드웍과 사운드 이펙팅을 과감하게 적용시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적 인디 기타록 스타일 특유의 거칠면서도 폐쇄적인 어프로치를 즐겨 구사하면서 동시에 그동안 가볍게 통통 튀었던 이들의 음악적 캐릭터까지 단숨에 쫙 가라앉혀버리는 혁신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Hello Sadness]의 타이틀 트랙이자 이번 앨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만한 "Hello Sadness"을 주의깊게 들어보자. 형식적인 면만 따져보자면 십수년전 PULP의 "Common People"에서 자비스 코커가 바이올린 리프와 4/4비트 드러밍에 맞춰 신들린 듯이 폭발시켜낸 그 
뒤틀린 질주감이 연상되지 않나(또한 이 곡에서 LOS CAMPESINOS!는 "Common People"에서의 PULP처럼 바이올린의 고급스러우면서도 야릇한 
리프들을 단순무식한 다운피킹 베이스라인과 함께 아주 적극적으로 배치시키고 있다). 하지만 "Hello Sadness"에서는 PULP의 중성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영국산 포르말린 냄새보다는 오히려 ARCADE FIRE(캐나다 출신이지만), THE NATIONAL, BRIGHT EYES 같은 미국식 인디의 남성적(힘이 느껴진다는 말임. 성차별적인 단어라고 느껴진다면 죄송)이면서도 솔직담백한 질주감이 더 지배적인데,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글로켄슈필, 호른, 디스토션+리버브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바이올린이 혼연일체가 되어 우울함의 막장으로 달려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해피해피 트위의 낙관적 어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LOS CAMPESINOS!에 관한 기존의 선입견을 충분히 깨트리고도 남는 인디적 질감과 폭발적 센티멘탈리즘을 동시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LOS CAMPESINOS!의 전매특허 중 하나였던 가레쓰와 엘렌(Ellen)의 혼성 보컬 하모니가 손쉽게 리스너를 팝적으로 사로잡는 오프닝 트랙 "By Your Hand", 가장 가벼운 가삿말과 트렌디한 펑크조로 가볍게 공략하는 "Song About Your Girlfriend" 등과 같이 '트위'적 성향이 녹아난 트랙들도 변함없이 앨범 안에서 발견되고 있지만, 흥겨운 손뼉소리와 헤비 리버브 기타웍의 상승감에 대조되어 '지겹고도 힘들게 계속되다가 결국 더 엉망이 되어 끝나고 마는' 인생을 스코틀랜드 억양(싱어 가레쓰는 웰치가 아니라 스코티쉬 같다) 특유의 냉소적 뉘앙스로 묘사하는 "Life Is A Long Time"이나 로이드 콜과 빌리 브래그를 연상시키는 지적인 어투로 싸이코패스적인 자기망상적 주절거림을 일관하면서 멤버 간의 다툼과 탈퇴 등으로 한풀 꺾인 기분과 네거티브한 분위기를 변화무쌍한 템포에 맞춰 절도있게 펼쳐내보이는 "Every Defeat A Divorce (Three Lions)", "Hate For The Island" 등의 노래들에서 마치 로맨틱한 과거지사에 관한 백일몽들을 허탈하게 쏟아내는 듯한 LOS CAMPESINOS!와 가레쓰의 '달라진' 냉소적 록 무드를 계속 접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를 부유하면서 신경질적으로 여기저기 흘려놓은 이들의 아이러니한 감정들에 깊숙히 빠져들며 이내 적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프로듀싱의 측면에서 볼 때, 
 LOS CAMPESINOS!와 미국 프로듀서 존 굿맨슨은 
이번 앨범에서 가히 절정의 궁합을 보여주고 있다. 트위와 브릿팝의 잔재를 태생적으로 안고 있기에 여차하면 '속물근성' 지향의 잉글랜드 미디어에 노출되기에도 쉬운 캐릭터를 지닌 LOS CAMPESINOS!식 음악의 텍스쳐에서 퍼즈와 로파이의 미학 양식을 지난 세장의 앨범에서 마스터터치로 특화시켜냈던 존 굿맨슨의 역량은 이번 [Hello Sadness]에서 인디 미디어에게 호평받았던 전작 [Romance Is Boring]보다 오히려 훨씬 더 '인디정서'에 합당하게 발휘되고 있는 듯하다. '7인조'라는 슈퍼 진용을 유지해오고 있으면서도 원래부터 그다지 탁월한 연주력을 갖춘 밴드로 볼 순 없기에 적어도 앨범 제작에 있어 중구난방 음향떡칠의 위험성은 LOS CAMPESINOS!의 음악 근처에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 존 굿맨슨의 미국식 인디 터치 포뮬라에 의해 미니멀한 리프들이 한정된 음향 공간 안에서 적시적소에 어레인지되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꽉 찬 로파이 오케스트레이션 스트럭쳐 구축에 완벽하게 성공한 이번 [Hello Sadness] 앨범의 사운드형질은 여러모로 탈잉글랜드적-친미국적 취향에 훨씬 더 근접해 있는데, 이 때문에 사운드적인 변화가 조심스러우면서도 여느 때보다 훨씬 더 확연하게 느껴지는 이번 앨범에 관한 평가 역시 자국 UK보다 미국쪽 미디어에서 오히려 더 호의적인 것 같다. 하지만 'UK식' 혹은 'US식'의 여부를 떠나 분명 [Hello Sadness]는 '트위'의 얍실한 양식에 의존하여 사춘기적 감수성을 어필하는 데 염증을 느낀 LOS CAMPESINOS!의 성숙한 음악적 안목과 센티멘탈리즘이 아주 성공적으로 담겨진 수작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예컨데 가장 팝적이고 멜로디펀치 탁월한, 기존의 LOS CAMPESINOS!식 '트위' 공식에 가장 근접한 트랙 "The Black Bird, The Dark Slope"에서조차 우린 혼성 보컬 하모니가 팝적으로 난무하는 WANNADIES의 데자뷰 대신 브리티쉬식으로 응용된 ARCADE FIRE와 THE NATIONAL의 '어른스러운' 인디 미학 풍모가 더 지배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전작 [Romance Is Boring] 역시 무시못할 작품이긴 하지만 이번 [Hello Sadness]이야말로 LOS CAMPESINOS!가 그동안 발표한 네 장의 작품들 중 최고라고 개인적으로 감히 평하고 싶다. 


RATING: 81/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