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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LITURGY: Aesthethica (2011)


미국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4인조 메틀 밴드 LITURGY는 자기 자신들을 항상 '블랙 메틀 밴드'로 소개한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행동 방식이나 음악 스타일, 관심사들을 종합해 본다면 LITURGY를 정말 블랙 메틀 밴드로 간주하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블랙 메틀의 익스페리멘탈화는 이미 동향 뉴욕 밴드 KRALLICE에 의해 대대적으로 알려진 방법론이긴 하지만 LITURGY는 '마이너 중 마이너' 장르인 데쓰/블랙 메틀의 틀에서 벗어나 인디 록(그중 포스트록)이나 아방가르드 음악 취향으로 좀 더 접근하여 학구적이고도 힙스터적인 브룩클린 음악 씬에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열망이 상당히 강한 밴드다 (공교롭게도 KRALLICE와 LITURGY 모두 브룩클린 출신이다).

2번째 정규 앨범 [Aesthethica]는 '블랙 메틀 싸운드의 포스트록화' 라는 생뚱맞은 목표에 다가서고자 하는 LITURGY의 노력이 포스트록의 메카 Thrill Jockey의 계약과 함께 결실을 맺은 첫번째 결과물으로써, DARKTHRONE, BELPHEGOR, BURZUM 등의 노르웨이 메틀의 원초적 영향 아래 LIGHTNING BOLT, 글렌 브랑카, SWANS 등의 익스페리멘탈/노이즈 록, 그리고 SHELLAC, BITCH MAGNET 등의 헤비 포스트록 같은 비 메틀 영역의 다양한 실험적 음악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험을 감행한다.

1번 트랙 "High Gold"는 [Aesthethica]의 에이스답게 글리치되듯 휘갈기는 기타 리프와 드럼의 난타가 쉴새없이 교차되는 수준급의 메틀 잼 넘버이지만, THE PSYCHIC PARAMOUNT나 FUCKING CHAMPS 등이 인디 록 씬에서 즐겨 써먹던 메틀 리프를 연상시키는 무한반복 메틀 배킹의 대향연은 이들의 근본적 음악 노선이 메틀인지 인디록인지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한 "Generation"은 SMASHING PUMPIKINS의 "Cherub Rock"의 클라이맥스 연주 부분에서의 감미로운 무아지경 싸이키델릭 톤과 SHELLAC의 헤비한 기능성 포스트록 잼을 섞어놓은 듯한 트랙으로, 메틀 밴드 LITURGY가 어떤 연유로 Thrill Jockey에서 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인지 그리고 왜 일부에서 이들을 글렌 블랑카의 아방가르드 음악류와 계속 비교를 하려 드는지에 대한 해답을 이 곡을 통해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Helix Skull" 은 블랙 메틀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의 음악 노선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버리는 카드'로, 정적인 모노톤이지만 음산하면서도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 BURZUM의 키보드 플레이를 따라해보려는 시도인 듯하나 BURZUM식 블랙 메틀 요소보다는 오히려 COSMIC JOKERS의 크라우트록에 더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불발탄' 성격의 트랙이다.

하지만 앨범 후반부에 포진하고 있는 "Glory Bronze", "Veins Of God", "Red Crown", "Harmonia" 등은 LITURGY가 추구하고자 하는 '블랙 메틀 밴드의 인디 (포스트)록 접합 노력'에 대해 어느정도 수긍하게 만드는 트랙들으로, 전체적인 패턴은 동음반복 루핑에 집착하는 포스트록 스트럭쳐에 계속 충실하고 있지만 보컬리스트 헌터 헌터 핸드릭스의 가성 샤우팅 보컬은 KREATOR나 MORBID ANGEL 같은 교과서적 메틀의 기운이 충만해 있으며 날카롭게 갈아붙이는 기타피킹과 투 베이스 킥의 앙상블은 현 A급 데쓰/블랙 메틀 밴드들과 비교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는 테크닉을 과시한다.

'블랙 메틀은 이제 다 죽었다' 라고 결코 단정지어 말할 수 없는 상황(분명 메틀 씬은 아직도 쓸만하게 돌아가고 있다. 아닌가?)에서 자칭 '블랙 메틀 밴드' LITURGY가 [Aesthethica]에서 신나게 뽐내는 아방가르드-미니멀리스트적 연주 태도는 메틀 씬에서 그다지 환영받을만한 태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인디 록이나 포스트 록 매니어들 아이팟의 즐겨듣기 플레이리스트에 입력될만큼 그렇게 소프트한 재질을 갖추지도 않았다. 결국 [Aesthethica]는 극소수 변종 아방가르드 록이나 스토너/포스트 메틀 매니어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영역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앨범이지만, 가장 분명한 것은 이들이 이 앨범을 통해 시도한 '블랙 메틀의 포스트록화'는 'Thrill Jockey 소속' 이라는 훈장에 보답하 듯 거의 나무랄 데 없는 연주 테크닉과 프로덕션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 이들이 어설프게 '블랙 메틀'이라는 꼬리표를 계속 자진해서 달고 다녀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이 앨범 한 장으로는 속시원히 떨쳐버릴 수 없을 듯 하다. 분명 기본적 'input' 은 데쓰/블랙임에는 틀림없지만 궁극적인 'output' 은 결국 브룩클린 식 인디록 쪽에 너무 근접해 있기에 익스트림 메틀 씬이 건재하는 한 '블랙 메틀 밴드' LITURGY는 앞으로도 이 특정 세력들에게 욕을 매몰차게 먹을 각오를 계속 해야 할 것이다. 

RATING: 74/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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