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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JESU: Ascension (2011)


잉글랜드 출신의 전설적인 인더스트리얼 메틀 밴드 GODFLESH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멀티 뮤지션 저스틴 브로드릭의 밴드 JESU는 이제 더이상 '싸이드 프로젝트' 쯤으로 다운그레이드 할 수 없을 정도로 메틀과 얼터너티브 음악계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밴드로 성장했다. 특히 슈게이징 멜로디와 싸이키델릭 드론을 메틀 특유의 다이내믹한 톤과 스트럭쳐 안에서 버무려낸 JESU의 두번째 정규 앨범 [Conqueror (2007)] 는 지리멸렬해질 수도 있었던 포스트-메틀 장르를 메인스트림 인디 레벨로 구체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기념비적인 메틀(?) 앨범이었다.

이번 새 앨범 [Ascension] 역시 JESU가 여지껏 선보였던 정규/EP 앨범들과 비슷한 논조와 템포, 음향효과, 스트럭쳐를 답습하고 있지만, 예전 작품들에서보다 훨씬 예민한 감성적 터치감각을 드러내는 '스튜디오의 마술사' 브로드릭의 물오른 프로덕션 덕분에 JESU 음악의 기본 덕목인 '파워풀한 연주법' 과 '지독한 센티멘탈리즘' 이 [Conqueror], [Silver EP] 같은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심화되면서도 균형있게 공존하고 있다. 특히 슈게이징 훅(hook)이 노골적으로 걸린 코드 전개에 맞춰 전체적으로 반응하는 기타-드럼-베이스-건반-노이즈 음원들의 유기적인 조합은 마치 클래식 음악 오케스트라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하모니를 자랑하고 있으며, 슈게이징적 몽환경에 허우적대면서 동시에 메틀적 감성과 신경질적인 드론 음색도 불규칙한 타이밍에 은근히 드러냈던  [Conqueror]과는 달리 이번 앨범에서는 시카고 인디 록(특히 SEAM의 싸운드와 상당히 흡사하다)의 절제된 음감에 영향을 받은 듯 서정성/몽환경의 싸운드스케잎과 슈게이징 특유의 부드러운 감촉의 노이즈 텍스쳐 구축에 몰입하면서 노이즈과잉에 의한 거추장스러운 솔기들을 과감하게 제거하여 이전의 앨범들보다 더 강력한 절제미와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초기 ALICE IN CHAINS의 시애틀 그런지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싸이키델릭 하드록 기타 튠으로 앨범 분위기를 압도하는 오프닝 트랙 "Fools"에서 JESU의 숨겨둔 메틀 근성을 살짝 엿볼 수 있지만,  "Birth Day", "Small Wonder" 등 앨범 전반에 걸쳐 슬로우코어(slowcore) 템포로 느릿느릿하게 선율을 타는 키보드 드론과 에터리얼 기타 톤을 기반으로 한편의 슈게이징 스페이스 록 서사시를 써내려가는 양식은 싸이키델릭 포스트록에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컨셉을 투영시킨 AUBURN LULL, FLYING SAUCER ATTACK의 몽환적/감성적 미니멀리즘 록 정신에 차라리 더 근접해 있다. 강력한 파워 코드 기타 (헤비메틀) + 몽환적인 전자음향 (앰비언트) + 감성적인 드론과 멜로디 (슈게이징), 이 각각 다른 음악 캐릭터들의 미니멀 요소들을 추출-응축시켜냄으로써 '미니멀리즘'과 '헤비메틀' 이라는 극단적인 이율배반을 통합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번 앨범에서 완벽하게 달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메틀 마인드에서는 자살적인 행동이나 다름없는 뭉개기 기타 텍스쳐로 범벅이 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식 음악에 갈수록 깊숙히 탐닉해가는 저스틴 브로드릭에게 번쩍이는 징이 박힌 '헤비 메틀' 용 가죽 재킷은 이제 서랍 안에서 영원히 꺼내 입지 않을 추억의 골동품 정도로 여기고 있을 터이지만, 메틀 씬에서 한때 NAPALM DEATH, PARADISE LOST, CARCASS 등과 함께 UK 익스트림 메틀의 자웅을 겨루었던 (그리고 초기 NAPALM DEATH의 정식 멤버이기도 했던) 그의 화려한 과거 행적(?)으로 인해 JESU의 음악은 미디어와 비평가들 사이에서 항상 메틀의 카테고리 안에서 '억지로' 규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외향적인 메틀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극내향적 조울증 성향 때문에 순수 메틀 장르 뿐만 아니라 스토너/포스트 메틀 등의 '변종 메틀 구역' 안에서마저 '슈게이징에 미친 이방인' 취급을 받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감성적 메틀 프로덕트 [Ascension]에서 강도높게 드러난 JESU의 학구적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은 그 어떤 익스페리멘탈리즘 메틀 뮤지션들보다 진지하면서도 체계적인 논제(thesis)를 갖추고 있다. 이 아름다운 몽환경 '메틀'  앨범 [Ascension]을 주조해낸 주인공이 시대말/네오나치적인 사악함을 숨김없이 드러냈던 GODFLESH의 리더와 동일인물이라는 점은 적어도 브로드릭에 관한 음악적 배경지식을 알지 못하고 이 앨범을 듣는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것이지만, 행여나 십수년 뒤 포스트 메틀도, 스토너 메틀도 아닌 '슈게이징 메틀' 이라는 새로운 메틀 하위 장르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게 된다면 JESU의 이번 앨범은 이 가상 장르의 파이오니어격 필청 음반으로 계속 회자될 것이며 저스틴 브로드릭은 그저 과외활동 개념으로 시작했던 JESU를 통해 록/메틀 역사에 또다른 한 획을 그은 인물로 기억될 것이다.

RATING: 83/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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