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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40 GLOCC: New World Agenda (2012)


랩퍼겸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40 글록(40 Glocc)의 신보 [(Big Bad 4-0) New World Agenda]가  지난 1월 24일 발매되었다. 그의 본명은 Tory Gassway로 미국 텍사스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하였다. 눈만 마주쳐도 한방 쏠 것 같이 살벌한 횽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그 곳, 특히 그 중에서 '캘리포니아의 동물원' 이라 불리울 정도로 가장 험한 흑횽들이 즐비한 인랜드 엠파이어(Inland Empire)의 콜튼(Colton)에서 그는 Crips 갱단에 들어가 잠시 레알(real) 갱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몇 년 후 그는 갱단 생활을 청산하고 랩퍼의 길을 걷기로 결심, 친구들과 함께 "Zoo Crew" 라는 랩그룹을 결성하며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글록횽이 걸어왔던 길을 반영하듯이, 전직(?) 갱스터가 뿜어내는 거친 목소리와 생동감있는 가사들은 그로 하여금 닥터드레이(Dr. Dre), 베틀켓(Battlecat) 등 캘리포니아의 알아주는 거물 프로듀서들과 함께 작업하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그외 Tray Deee, Ras Kass, Bad Azz, Kurupt 등 많은 랩퍼들과 함께 랩을 하며 자신의 음악 커리어를 쌓아가던 중 그의 매니져가 뉴욕의 맙딥(Mobb Deep)횽들과 우연찮게 연결이 되었는데, 때마침 맙딥이 쥐유닛(G-Unit) 에 속해있던 참이라 글록횽 역시 맙딥을 따라 쥐유닛 레이블에 전격 합류하게 된다.

2003년도에 발표한 데뷔 앨범 [The Jakal] 이후 그의 음악은 '매우 진솔한 웨스트코스트 음악의 진수' 라는 호평을 받았지만, 사실 글록형은 음악 그 자체보다 자잘한 가십성 뉴스거리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더 많이 받았다. 랩게임에서는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물어뜯기신공' 으로 릴웨인(Lil Wayne), 릭로스(Rick Ross), 버드맨,(Birdman), 타이거(Tyga), 더 게임(The Game)과 같은 유명 랩퍼들과 한판 벌임으로써 힙합계에서 인지도를 쌓게 되고, 두번째 정규 앨범 [C.O.P.S.](싱글 "Fuck the Police"가 들어있는)와 함께 다시 갱 스피릿으로 돌아왔던(불행인지 다행인지) 2011년에는 경찰들과 한판 전투를 벌이며 힙합팬들과 미디어의 시선을 확 잡아 끌기도 했다. 이후 자신감을 되찾은 글록횽은 그해 "Damn", "Welcome 2 California" 이 두 개의 싱글을 연이어 발표하고,  드디어 올해 초 이 두 곡들을 포함한 세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바로 그것이 이번 앨범 [New World Agenda]인 것이다.

그럼 [New World Agenda] 앨범에 수록된 음악들을 한번 살펴보자. 3번째 트랙 "21 Gun Salute"에서는 같은 크루임을 과시라도 하듯 맙딥의 프로디지(Prodigy)횽이 피쳐링을 하여 동+서쪽에서 손꼽히는 어두침침한 궁합을 확실하게 보여주며, 5번 트랙 "Truth Hurts"에서는 심플한 드럼비트와 패드소리, 그리고 뭔가 한맺힌 듯한 여성보컬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뭔가 거침없는 웨싸이드랩 스타일의 진수를 제대로 뽐낸다.  

카밀리네어(Chamillionaire)와 폴월(Paul Wall), 오제이(OJ Da Juiceman)과 같은 서던랩퍼들과 함께 작업한 8번째 곡 "Money"는 '돈! 돈!' 을 까불거리며 지껄여대는 오제이의 오토튠 음성과 함께 남+서 흑형의 살벌함이 서로 만나 창출하는 콜라보 바이브가 인상적이며, 묘한 느낌의 복고풍맨인 Cee-Lo가 보컬피쳐링을 한 11번째 곡 "Electric Lady"에서는 라이브밴드가 참여한 듯 강렬한 기타리프와 연주 드럼 비트가 어우러지면서 가장 활발한 업비트의 록-소울 그루브를 선사한다. 그리고 싱글로 발매된 바 있는 14번 트랙 "Damn (remix)"(말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트위스타(Twista)횽과 요고티(Yo Gotti)횽이 랩에 참여해주었다)에서는 뭔가 아라비아스러운 배경사운드에 맞춰 달콤하게 코러스를 덧붙이는 레이제이(Ray J)의 보컬이 돋보이며, 이어지는 "Thump It Out"는 유명그룹 3 6 마피아(Three 6 Mafia)횽들이 참여하여 갱스터 특유의 살벌한 파워를 보여준다. 또다른 싱글곡이었던 "Welcome 2 California"는 마치 '나는 캘리포니안이다' 라는 듯이 E-40, Xzibit, Snoop, Too $hort와 같은 서부일진랩횽들을 싸그리 불러보아 그들만이 지닌 서부사나이의 무게감을 음흉한 웨싸이드 그루브와 함께 선보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앨범을 같은 갱스터 장르 신진 뮤지션들의 걸출한 동시대 작품들과 비교할 때 '이것이 40 Glocc 스타일의 갱스터다' 라는 느낌을 팍 가져다줄만한 이미지를 아직 완성하지 못한 점에서 조금 아쉬운 여운이 남는다. 90년대 우리가 가장 극적으로 맛봤던 '갱스터'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라든지, 신선함, 혹은 충격 등이 시대조류의 영향을 받아 예전만 못한 게 갱스터 뮤직의 현실이지만, 검은 딱지 붙은 신보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는 등 조폭영화만큼 꾸준한 행보를 아직까지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대 탓을 하며 이 앨범을 옹호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제껏 과거 전설로 남았던 뮤지션 이름이나 앨범/노래 타이틀을 자신의 앨범 제목에 섞는 경우 치고 결과가 크게 좋았던 힙합 앨범이 없었던 것 같은데, [New World Agenda (갱스터 음악의 전설 N.W.A에서 타이틀 아이디어를 얻었다)] 역시 그런 의미에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고 결과는 이번에도 예상대로... 갱스터 앨범으로써 평타는 충분히 쳤지만 그 이상은 아닌 작품으로 생각하면 딱 적당한 게 바로 이 앨범이다.     


RATING: 65/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