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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FOO FIGHTERS: Wasting Light (2011)


'rope' & 'white limo'  


FOO FIGHTERS의 데뷔앨범 [Foo Fighters (1995)] 는 NIRVANA의 갑작스런 해체 이후 존재가 희미해질 수 있었던 데이브 그롤에게 제2의 음악 인생을 살게 해준 아주 고마운 앨범이다. 너바나라는 네임 벨류 엄청난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레이더에 걸렸다 하면 굵직굵직한 유명 뮤지션들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두손 들고 백기투항하듯 그의 백밴드가 되어주기를 망설이지 않았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펫 스미어는 이미 커트 코베인이 존경해마지 않았던 (또한 너바나 후기 기타리스트로 추대되기도 하였다) GERMS와 초기 인디 명반 [So You Fell in Love with a Musician... (1992)]를 만들어냈던 신화적인 존재다. 그가 쉽게 너바나 드러머를 위한 원맨 밴드에 순순히 들어온 것도, 그리고 그 유명한 SUNNY DAYS REAL ESTATE의 황금 리듬 파트 네이트 멘델과 윌리엄 골드스미스를 송두리채 영입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놈의 '네임 벨류'에 힘입은 바가 컸다. 마치 '아이들'의 떨거지였던 양군이 그룹 해체 뒤 음악계에서 아주 스무쓰하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분명 데이브 그롤은 그 당시 나온 그 장엄한 시애틀 싸운드 세력 밴드들의 드러머 중 매트 카메론과 함께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혔던 인물이긴 하였지만 그의 솔로 데뷔 앨범 [Foo Fighters (1995)] (데이브 그롤 자신이 이미 기타, 보컬, 베이스, 드럼 전부를 거의 혼자 녹음했으니 솔로 앨범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이 매스컴들의 엄청난 지원 사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놈의 밴드 네임 벨류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당시에는 정말 MTV만 틀면 허구헌날 'i'll stick around' 뮤직비디오가 튀어나왔으니... 아무튼 FOO FIGHTERS 라는 이 치밀한 프로젝트는 너바나의 소실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플러스알파가 되어 하나의 어마어마한 다이너마이트 물질로 일순간에 변모하고 이를 통해 데이브 그롤은 그 누구보다도 더 완벽하고 스무쓰하게 신분 세탁에 성공한다. 그리고 데뷔 앨범 [Foo Fighters]은 현재까지 90년대 가장 중요한 록 앨범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앨범 [Wasting Light]은 과히 나쁘지는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데뷔 앨범 [Foo Fighters]의 음악적 아성에는 여러모로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전작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2007)] 에서 잃어버린 FOO FIGHTERS만의 아드레날린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되찾은 느낌이랄까.

'everlong'
'monkey wrench' 를 연상시키는 기타 인트로에 데이브 그롤 특유의 샤우팅 보이스가 크레센도 되듯 클라이맥스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내는 첫번째 트랙 'bridge burning' 는 FOO FIGHTERS 고유의 에너지를 다시 듣는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러움을 준다. 이 앨범 수록곡 중 처음으로 싱글커트된 두번째 트랙 'rope' 역시 트리플 기타 리프와 '인간 메트로놈' 테일러 호킨스의 질풍같은 드럼 솜씨(아마 이 친구는 얼터 록 계열 드러머 중 정말 최고다!)가 제법 절도있게 컴비네이션을 이루면서 듣는 재미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데이브 그롤의 도발적인 스크리밍이 빛을 발하는 'white limo' 는 예전 데뷔 앨범 시절의 그 사악한 이미지를 다시 보는 듯 가장 공격적인 템포와 리듬으로 앨범 전체의 텐션감을 바짝 조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물론 전작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처럼 FOO FIGHTERS의 옷이라고 하기엔 별로 몸에 맞지 않는 곡들도 다수 있다.  'arandria' 는 예전 브리티쉬 그런지 밴드 BUSH가 연상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왠지 거슬리고, 'these days', 'miss the misery', 'back & forth' 등의 곡들은 마치 90년대 말~2000년대 초 FM 록음악 방송에서 자주 틀어줬을 법한 메인스트림 록음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개의 트랙 'i should have known' 과 'walk' 은 'FOO FIGHTERS' 하면 탁 와닿는 그런 이미지와 극도로 상충되는 인트로-초반부 반주에서 간파되듯 골수 록 매니어들에게는 절대 환영받지 못할 고요함(?)과 사탕발림으로 일관되어 있다.

전국 투어 때마다 리무진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수백만 달러를 손쉽게 벌어들이는 FOO FIGHTERS에게 이제 더이상 90년대 초 인디 정신이나 그런지 라이프 스타일을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그런지 록 일등 공신들이 이제는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지금,  FOO FIGHTERS를 거의 '얼터너티브계의 본 조비' 쯤으로 대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데뷔 앨범 당시의 그 '흥분의 추억' 에 대해 논하려 드는 것도 넌센스가 아닐지. 하지만 90년대 당시 그런지의 괴물화 과정을 지켜보며 흥망을 같이 공유했던 세대들 중에서는 현재 FOO FIGHTERS의 행적에 관해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꽤 될 것이다. 뭐, 과거 인디 밴드의 신화들이 최근 재결성만 되었다 하면 공연시 대형 경기장 하나 꽉 채울 만큼 일시에 아레나 로커가 되는 아이러니가 계속 되는 상황이라 할말은 없지만, 후후...

FOO FIGHTERS의 새앨범 발매 소식에 난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대망의 7집 앨범 [WastingLight]의 따끈따끈한 온기를 마다하고 16년 전의 [Foo Fighters] 앨범을 다시 꺼내어 full로 한번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더 생기게 되는 걸까.

RATING: 68/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