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pe' & 'white limo'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앨범 [Wasting Light]은 과히 나쁘지는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물론 데뷔 앨범 [Foo Fighters]의 음악적 아성에는 여러모로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전작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2007)] 에서 잃어버린 FOO FIGHTERS만의 아드레날린을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되찾은 느낌이랄까.
'everlong' 과 'monkey wrench' 를 연상시키는 기타 인트로에 데이브 그롤 특유의 샤우팅 보이스가 크레센도 되듯 클라이맥스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내는 첫번째 트랙 'bridge burning' 는 FOO FIGHTERS 고유의 에너지를 다시 듣는 것 같아 나름 만족스러움을 준다. 이 앨범 수록곡 중 처음으로 싱글커트된 두번째 트랙 'rope' 역시 트리플 기타 리프와 '인간 메트로놈' 테일러 호킨스의 질풍같은 드럼 솜씨(아마 이 친구는 얼터 록 계열 드러머 중 정말 최고다!)가 제법 절도있게 컴비네이션을 이루면서 듣는 재미를 유발시킨다. 그리고 데이브 그롤의 도발적인 스크리밍이 빛을 발하는 'white limo' 는 예전 데뷔 앨범 시절의 그 사악한 이미지를 다시 보는 듯 가장 공격적인 템포와 리듬으로 앨범 전체의 텐션감을 바짝 조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다.
물론 전작 [Echoes, Silence, Patience & Grace] 처럼 FOO FIGHTERS의 옷이라고 하기엔 별로 몸에 맞지 않는 곡들도 다수 있다. 'arandria' 는 예전 브리티쉬 그런지 밴드 BUSH가 연상되는 이상한 분위기가 왠지 거슬리고, 'these days', 'miss the misery', 'back & forth' 등의 곡들은 마치 90년대 말~2000년대 초 FM 록음악 방송에서 자주 틀어줬을 법한 메인스트림 록음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개의 트랙 'i should have known' 과 'walk' 은 'FOO FIGHTERS' 하면 탁 와닿는 그런 이미지와 극도로 상충되는 인트로-초반부 반주에서 간파되듯 골수 록 매니어들에게는 절대 환영받지 못할 고요함(?)과 사탕발림으로 일관되어 있다.
전국 투어 때마다 리무진과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수백만 달러를 손쉽게 벌어들이는 FOO FIGHTERS에게 이제 더이상 90년대 초 인디 정신이나 그런지 라이프 스타일을 바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그런지 록 일등 공신들이 이제는 대부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지금, FOO FIGHTERS를 거의 '얼터너티브계의 본 조비' 쯤으로 대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데뷔 앨범 당시의 그 '흥분의 추억' 에 대해 논하려 드는 것도 넌센스가 아닐지. 하지만 90년대 당시 그런지의 괴물화 과정을 지켜보며 흥망을 같이 공유했던 세대들 중에서는 현재 FOO FIGHTERS의 행적에 관해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꽤 될 것이다. 뭐, 과거 인디 밴드의 신화들이 최근 재결성만 되었다 하면 공연시 대형 경기장 하나 꽉 채울 만큼 일시에 아레나 로커가 되는 아이러니가 계속 되는 상황이라 할말은 없지만, 후후...
FOO FIGHTERS의 새앨범 발매 소식에 난 왜 갑자기 이 시점에서 대망의 7집 앨범 [WastingLight]의 따끈따끈한 온기를 마다하고 16년 전의 [Foo Fighters] 앨범을 다시 꺼내어 full로 한번 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더 생기게 되는 걸까.
RATING: 6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written by Byungkwan Cho
'REVIEWS > ALT & IND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NOAH AND THE WHALE: Last Night on Earth (2011) (0) | 2011.04.21 |
---|---|
SONNY AND THE SUNSETS: Hit After Hit (2011) (0) | 2011.04.20 |
TV ON THE RADIO: Nine Types of Light (2011) (2) | 2011.04.17 |
TAPES 'N TAPES: Outside (2011) (0) | 2011.04.15 |
CRYSTAL STILTS: In Love with Oblivion (2011) (1) | 201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