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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V ON THE RADIO: Nine Types of Light (2011)


미국 뉴욕 브룩클린 출신의 아트록 밴드 TV ON THE RADIO는 데뷔 앨범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 (2004)] 을 능가하는 양질의 3번째 앨범 [Dear Science (2008)] 을 발표한 뒤 2년 여의 휴식기를 가졌다. 그 기간동안 개성 강한 밴드 내 멤버들은 각자 솔로 프로젝트 등의 개인 활동을 활발히 벌이면서 지속적으로 음악 관련 매스컴에 오르내려 왔다. 특히 만능 엔터테이너 Tunde Adebimpe의 외도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조나단 드미 감독의 재기작 '레이첼, 결혼하다 (Rachel Getting Married)' 에서 앤 하더웨이의 상대역으로 열연하여 주목을 받기도 하였으며 그외 YEAH, YEAH,. YEAHS!, ATMOSPHERE, SUBTLE 등의 인디 밴드들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거물' 뮤지션으로써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왔다. 한편 T.V.O.T.R. 내 유일한 비 흑인 멤버인 Dave Sitek은 인디 계열 프로듀서로써 이미 최고의 반열에 올라 성공가도 중이며, T.V.O.T.R.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Kyp Malone 역시 자신의 원맨 밴드 RAIN MACHINE의 데뷔 앨범 [Rain Machine (2009)]를 발표하고 솔로 뮤지션으로써 성공적인 출발을 하였다.

요즘처럼 음악 경기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족족 이렇게 잘 풀리는 인디 밴드도 그렇게 흔치 않을 터인데 T.V.O.T.R.는 성공 보증 수표라도 되는 듯 지난 3장의 정규 앨범들 뿐만 아니라 멤버들 각자의 과외 활동들까지 모두 탄탄대로를 걸어 왔다. 이런 성공적 결과물들로 인해 갖게 된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비롯된 결과일까. 대망의 4번째 정규 앨범 [Nine Types of Light] 은 이전 앨범들보다 훨씬 밝고 점잖은 이미지의 Soul Pop 느낌이 의외로 지배적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태생인 Tunde Adebimpe 에게 흑인 음악에 관한 영감과 표현은 어쩌면 숙명적인 귀결일 수 있다. 물론 '순수 록음악을 지향한다'고 하는 Afro-Punk 계열의 흑인 뮤지션조차도 흑인적인 요소를 역설적으로 100% 배제하면서 록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는 하다 (BAD BRAINS와 VELDT같은 예외적 존재들도 있긴 하지만). 그러나 [Desperate Youth, Blood Thirsty Babes], [Dear Science] 등의 앨범에서는 그다지 느껴지 못했던 흑인 Soul Pop 의 느끼하면서도 달달한 분위기는 뭔가 지적이고 학구적인 실험의지가 강렬했던 T.V.O.T.R.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는 애매한 요소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예전처럼 굳이 긴장된 자세로 경청할 필요없이 그냥 편안하게 릴렉스하면서 들을 수 있는, 혹은 예전 흑인 음악 TV프로그램인 '소울 트레인' 에 한번쯤은 등장해봤을 법한 그런 낯익은 싸운드를 이렇게 앨범 전체에서 주도적으로 뽑아내는 것 자체가 T.V.O.T.R에게서 그다지 익숙한 모습은 아니지만, "Keep Your Heart", "You", "Will Do" 등과 같은 트랙들처럼 아이작 헤이즈나 스티비 원더 풍의 강렬하면서도 감미로운 소울 팝(soul pop)의 멜로디와 리듬이 의외로 Tunde Adebimpe의 깊숙하게 울리는 소울풍 보이스와 T.V.O.T.R. 특유의 노이즈 기타 싸운드에 제법 잘 어울리기는 한다.

행여 앨범 초반부에서 그들의 나긋나긋해진 태도에 실망을 했다면, 오히려 앨범 후반부로 갈수록 기존의 T.V.O.T.R.적인 모습에 더 가까운 트랙들이 몰려 있으니 한 7번 트랙 정도부터 다시 헤드폰을 고쳐 쓰고 경청해보라. 싸이키델릭-소울-록-댄스의 대부 AR KANE의 funk 비트와 리듬을 연상시키는 "New Cannonball Blues" 와 "Forgotten",  클린톤+디스토션의 두 가지 상이한 톤이 대칭구조를 이루는 더블 기타 리프와 포스트펑크 스타일로 내지르는 바리톤+샤우팅 보이스가 범벅이 된 "Repetition", 초기 PIXIES 스타일의 강렬한 하이 피치 싸운드를 빼닮은  클로징 트랙 "Caffeinated Consciousness" 등은 분명 과거 T.V.O.T.R.의 삘에 단단히 꽃혀 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트랙들이다.

일부에서는 T.V.O.T.R.를 '가장 과대평가된 뉴욕 밴드' 중 하나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들의 앨범들은 언제나 엄청난 박수을 받아왔고 이번 앨범 [Nine Types of Light] 역시 '올해 최고의 앨범'이라는 격찬까지 받으며 또 한번 큰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도 2006년과 2008년에 이들의 라이브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열렬한 팬이라면 팬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이들이 적어도 상업적 소울-팝 형태의 흑인음악에 포커스를 맞춰 이 앨범 이상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걸 더 원하지 않는다. 소울과 funk에 관한 애정의 마지노선을 이 앨범 정도로만 잡고 이제부터 좀 더 실험적인 자세로 다시 정신무장을 하길 원한다. 예전의 그 헝그리 정신으로!

RATING: 71/100

written by Byungkwan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