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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PEAKING LIGHTS: 936 (2011)


미국 위스콘신 출신의 부부 노이즈 팝 듀오 PEAKING LIGHTS의 음악은, 딱 '이거다!' 서술하기 상당히 힘이 들 정도로 잡다하면서도 기묘한 카테고리 영역을 점유한다. 이들의 음악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최면 동화를 읽는 듯한' 음악적 컨셉트(PRAM이나 초기 Leaf 레이블 음악에서 지배적이었던)는 드림 팝의 모습을 연상시키지만, 리듬 파트의 기계적 루핑과 변화무쌍하면서도 극도로 절제된 톤의 기타 리프+노이즈 피드백은 포스트록적인 프레임워크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이 두 가지 요소의 '나이트메어' 적 교집합을 통해 얻어지는 추출물 속에는 마치 70년대 독일, 이태리의 psychedelic prog rock / krautrock 이나 스탠리 큐브릭 영화 OST를 듣는 듯한 싸이키델릭 실험정신이 다분히 담겨있다.

이번에 나온 PEAKING LIGHTS의 두번째 앨범 [936] 은 전체적으로는 절대로 서두르거나 무리하는 듯한 인상 하나 없이 최소한의 음원을 이용하여 미니멀하면서도 정제된 논조와 스케일로 곡 전개를 아주 차분하게 풀어가는 형태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의외로 복잡하면서도 섬세한 네러티브를 바탕으로 배배 꼬인 듯한 심리적 상황을 상당히 치밀한 포뮬라 안에서 음악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거친 질감으로 전개되는 로우파이 베이스 반주를 기저에 깔아놓고 악몽을 꾸는 듯 나른하면서도 환각적으로 흐르는 무그/오르간 톤과 기타 음색은 차갑고 싸이키델릭한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만, 이 앨범에서 아낌없이 보여준 lo-fi 미학과 아날로그 싸운드에 대한 강렬한 애정 때문인지 전체적인 soundscape 은 은근히 귀염성있고 인간적인 구석도 있다. 특히 보컬리스트 Indra Dunis의 소울 재즈적 보이스는 굉장히 최면적이지만 과거 Grace Slick 등의 싸이키델릭 싱어들과 같은 중성적이고 구시대적인 것이 아닌 Lætitia Sadier (STEREOLAB)와 같이 섹시하고도 포스트모던적인 형태의 최면적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936]은 과거 싸이키델릭 시절을 연상시키는 최면적인 무드가 지배적인 앨범이지만, 21세기를 현대인들의 구미에 맞게 여러 트랜드적인 요소들(일렉트로 팝적인 키보드 음색과 dub 스타일의 비트와 리듬 등)까지 적절히 버무려 만든 훌륭한 변종 인디 싸이키델릭 팝 앨범이다.
   

RATING: 79/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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