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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2: #5 - #1




"the nights of wine and roses "
5
JAPANDROIDS
Celebration Rock
(polyvinyl)


[Icon Give Thank] (전곡)
4
THE CONGOS / SUN ARAW /
M. GEDDES GENGRAS

Icon Give Thank
(rvng intl.)
사이키델릭 겸 레트로-퓨처 로파이 등으로 불리우는 실험적 장르의 뮤지션 SUN ARAW(2011년 KEFKRIT 리스트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참고 바란다)의 캐머론 스탤론스(Cameron Stallones)와 그의 친구인 프로듀서 겸 믹서 M. 게디스 겐그라스(M. Geddes Genrags)가 고향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멀고먼 저 카리브해의 섬 자메이카로 이동, 70년대 자메이카를 휘젓던 전설의 덥 밴드 THE CONGOS와 함께 한바탕 큰 일을 저질렀다. 'Sun Araw & M. Geddes Gengras Meet The Congos' 라는 그룹이름으로 덥 레게, 싸이키델릭과 스페이스록이 한데 어우러진 [Icon Give Thank]라는 희대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여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 것이다. 그간 원조 덥 레게를 사랑하는 리스너들이 즐겨 듣던 에코 가득한 덥 사운드에 사이키델릭하며(SUN ARAW) 일렉적인(M. Geddes Gengras) 사운드까지 버무려서 색다른 맛을 보여주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예전 리 "스크래치" 페리(Lee "Scratch" Perry)횽이 프로듀싱했던 70년대 콩고스 밴드의 '정통' 맛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이질감이 살짝 생길 수 있겠지만 결국 그런 이들에게마저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사운드를 충분히 갖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이유인 즉 바로 콩고스횽들이 직접 연주하는 간지나는 오리지널 연주 때문이다. 또한 주문을 외우는 듯이, 혹은 의식을 치루는 듯이 불러주는 라스타파리(자메이카 종교)스런 보컬 또한 함께 가미 되어있기 때문에(마치 색다른 외투 속에 내가 즐겨 신던 양말이 있듯이) 골수 월드뮤직 매니어들 역시 거부감 없이 아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전반적으로 심플하게 반복되는 듯한 리듬 속에 구렁이 담덤어 가는 듯한 퍼커션, 그리고 울려퍼지는 보컬과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러한 원조 덥/루츠 레게적 맛을 전혀 해치지 않고 오히려 환각스럽고 기이한 오리지널 풍모를 현대적 로파이 감각에 맞게 극대화시킨 점은 분명 월드뮤직의 키취적인 재해석에 일가견이 있는 SUN ARAW(그리고 그의 친구 M. 게디스 겐그라스)의 역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자메이칸 해변에서 채집된 파도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1번 트랙 "New Binghi"부터 올드스쿨 덥/루츠 레게 질감이 100% 유지된 걸쭉한 보컬 카리스마가 오리지널 레게스럽게 'Jah Rastafari!'를 외치며 일렉 루프, 필드레코딩 사운드 등의 신식 소리들을 압도한다. 다음트랙 "Happy Song"은 콩고횽들의 맛깔나는 퍼커션연주에, 요즘 테크놀로지로 이루어지는 듯한 겐그라스횽의 네오 덥 스타일 믹싱과 스탤론스횽의 스페이스한 연주가 어우러져 나름 비장(?)하면서도 해피한 분위기를 맛깔나게 연출한다. 3번곡인 "Food Clothing And Shelter"는 '의식주'라는 생활밀접한 제목을 아주 희망적이고 흥겹게(?) 해석해주며, 특히 'It's Coming', 즉 '그것(의식주)이 온다' 라고 반복하는 대목에서는 덥의 종교적인 성향을 아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다음 트랙인 "Sunshine"은 무언가 묘한, 마치 사막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의 곡으로, '해 떳으니 그만 자고 일어나라'는, 아주 무시무시한, 그러나 계몽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필자의 기상용 알람으로 선정하고 싶은 곡이다). 5번트랙 "Jungle"은 그야말로 통통 튀는 리듬에 사자울음같은 낮은 목소리의 보컬 등이 어우러져 마치 정글탐험을 하는 듯한 느낌을 생생하게 불러 일으킨다.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관악기 소리가 타잔스러움을 한층 더해준다. 간지나는 마이너풍의 마지막 트랙 "Thanks And Praise"는 슬픔 속에서도 신에게 감사와 찬양을 한다는 그런 내용의 곡으로, 블루스적인 기타사운드와 아방가르드적인 미디 사운드가 그 어떤 앨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가스펠 하모니를 독특하게 창출해낸다.[Icon Give Thank]는 'I and I', '나 그리고 나', 즉 '우리'를 뜻하는 자메이카 큰횽들의 외침과 함께 사이키델릭한 주술 사운드로 한껏 빠져들게 하는, 실험적인 어프로치와 클래식한 풍미가 절묘하게 배합된 명품 퓨전 앨범이다. 요즘 보면 미국이나 유럽의 뮤지션들이 아프리카-중남미 월드뮤직 거장들을 데려와 이상한 퓨전형태의 월드뮤직을 만드는 모습을 꽤 자주 접할 수 있다. 물론 괜찮은 음반들도 가끔 튀어나오지만 대부분의 경우 거장들의 기량을 십분 발휘되지 못하면서 아쉬움에 고개를 떨궜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월드뮤직과 인디뮤직과의 퓨전 콜라보 중 창작성과 오리지널리티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보기드문 케이스라고 평가내릴 수 있을 것이다.   


"numb"
3
ANDY STOTT
Luxury Problems
(modern love)


"at your door"
2
CHROMATICS
Kill For Love
(italians do it better)
CHROMATICS와 쟈니 쥬얼(Johnny Jewel)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작년 SYMMETRY의 [Themes for an Imaginary Film (2011)] 리뷰에서 제법 자세히 한 적이 있기에 시간 관계상 이들에 대한 자세한 내력은 생략한다. [Night Drive (2007)]를 통해 쟈니 쥬얼과 그의 밴드 CHROMATICS가 취했던 (개러지/포스트) 펑크에서 (디스코/신쓰) 팝으로의 극적인 정체성 변화는 예상을 깨고 평론가들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이탈로 디스코' 라는 극히 제한적인 마이너 장르만을 맴돌던 Italians Do It Better 레코드사 역시 SYMMETRY-CANDY GLASS-CHROMATICS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보여줬던 동반자 쟈니 쥬얼에 힘입어 명성과 입지가 업그레이드되는 혜택을 덩달아 얻게 되었다. CHROMATICS의 [Night Drive], 그리고 일련의 SYMMETRY 프로젝트들([Drive OST (2011)]와 [Themes For An Imaginary Film] 작업)을 통해 쟈니 쥬얼이 추구하는 바는 필름 스코어 문법을 들여와 특정한 영화적/서사적 분위기와 컨셉을 자신의 앨범을 통해 구성하는 것. 이러한 필름 스코어 문맥 안에서 빈티지 신쓰를 메인 도구로 사용하고 로큰롤 스타일의 일렉 기타 리프를 사이드로 첨가하면서 프로덕션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앰비언트적 절제미와 미니멀리즘적 단정함을 훌륭하게 과시했다. 개러지 펑크에서 앰비언트/신쓰팝으로 위험한 '변절'을 감행했음에도 이에 대해 누구도 욕을 할 수 없게 만든 찬탄불금의 완벽한 음악적 퀄리티. 이는 바로 지금 소개할 CHROMATICS의 신작 [Kill For Love]에서 쟈니 쥬얼 음악 역정을 통들어 가장 완벽한 형질로 집대성/구현되어 있다. 이 작품은 빈티지 신쓰에 의한 인스트루멘탈 사운드만으로 풀 도배된 SYMMETRY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상황/배경 묘사(영어로 '플롯(plot)'이라고 말하는)를 동반하며 전체적인 이야기 구조(영어로 '네러티브(narrative)'이라고 말하는) 역시 CHROMATICS의 전작 [Night Drive]보다 훨씬 더 간결하면서도 명확, 탄탄하다. 잔잔한 어조로써 다채로운 분위기를 무리없이 잡아내는 여성 리드보컬 루쓰 래덜릿(Ruth Radelet)의 목소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창단 멤버 애덤 밀러(Adam Miller; 초기 펑크록 밴드 시절에는 리드보컬까지 맡은 바 있음)의 보석같은 리버브 기타리프가 [Kill For Love]에서 신씨사이저(쟈니 쥬얼식 배경 사운드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만큼이나 아주 중요한 방향키 역할을 해주는 점이 상당히 이채롭다. 즉, 미니멀리즘 록(혹은 팝)음악을 노골적으로 지향하는 쟈니 쥬얼식 프로덕션 방식에 합당한 싱글노트 피킹을 단순한 형태로 시종일관 구사하면서도 로큰롤(닐영/엘비스) - 포스트펑크(조이디비젼) - 신쓰팝(뉴오더)을 자유롭게 오가며 트랙들이 각자 가진 다양한 캐릭터를 아주 적절하게 잡아낸 것. 그리고 거칠고 튀는 듯한 질감을 지닌 빈티지 신쓰만으로 '우수에 찬 감미로운 멜로디'와 '차가운 허무주의적 멜로디'를 자기만의 톡특한 억양과 터치로써 영화스럽게 뽑아내는 쟈니 쥬얼의 프로덕션은 두말할 나위 없이 [Kill for Love]이 선사하는 최고의 매력일 것이다. 로드 무비 OST 형식으로 그리고자 한 '힙스터의 방황'은 출발-질주-휴식-명상-질주를 거듭하다 새드엔딩인지 해피엔딩인지 모를 우울한 심상을 던지며 매조지되는데, 빈티지 신쓰의 '유치한' 이탈로디스코 텍스쳐로 앰비언트 사운드스케잎을 만들고자 하는(일련의 SYMMETRY 작업들이 단적인 예) 쟈니 쥬얼의 현재진행형 취향은 초기 개러지 펑크 시절의 로큰롤(특히 기타리프)과 중기 이후의 신쓰팝 소쓰들을 적절하게 가미하여 초미니멀하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한 형태의 영화 네러티브를 그려내는 데 성공한다. 마치 빈센트 갈로의 영화나 잭 케루악의 'On The Road' 소설에서 등장하는 힙스터적 방황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최근 미친 듯이 뽑아낸 일련의 작품들이 비평가들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쟈니 쥬얼의 카멜레온 행적(서태지의 널뛰기 변신을 연상시킨다)에 대해 아직까지 미심쩍은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만약 당신이 그 중 한 명이라면, 닐 영의 로큰롤 명곡 "Hey Hey, My My" (디스토션 하드록 버젼어쿠스틱 버젼이 있다)를 [Kill for Love]가 추구하는 '앰비언트 로큰롤(???)'의 형질에 맞게 혼성모방한 인트로 트랙 "Into the Black"을 일단 한번 들어보기를 권한다. 앰비언트, 로큰롤, 그리고 괴상한 음색의 빈티지 신쓰음이 미니멀리즘 프레임 안에서 한 데 섞여 영화적 심상을 찐하게 발산하는 이 명곡 하나만 들어도 '쟈니 쥬얼의 음악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삘이 금방 뇌리를 스치게 될 터이니까 말이다. XX를 능가할만큼 단촐한 미니멀리즘 패턴을 유지하면서도 바달라멘티(작가주의적 필름 스코어), 벨벳언더그라운드(미니멀리즘 록), 이노(앰비언트), 조이디비젼(포스트펑크), 닐영(로큰롤), 이탈로디스코(빈티지 신쓰팝)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영화적 플롯 전개와 하나의 커다란 네러티브까지 고급스럽게 그려내는 [Kill for Love]야말로 '2012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되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이다.


"nightmusic (feat. majical clouds) "
1
GRIMES
Visions
(4ad / arbutus)

JAPANDROIDS의 성공적인 내한공연에 이어 또 한명의 거물 캐나다 뮤지션이 지난 3월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모니커 'GRIMES'와 함께 2012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던 퀘벡 출신(밴쿠버에서 태생이긴 하지만)의 여성 뮤지션 클레어 부쉐(Claire Bouchet)가 바로 그다. 작년 이곳에서 한껏 과대평가(?) 받았던 리즈 해리스(Liz Harris; GROUPER)를 비롯, 줄리아나 바윅(Julianna Barwick), 줄리아 홀터(Julia Holter), 마리아 미네르바(Maria Minerva) 등 실험적 손맛을 가진 여성 DIY 뮤지션들을 최근 인디씬에서 부쩍 많이 접할 수 있지만 클레어 부쉐처럼 마돈나(Madonna) 성향의 팝 속물 리그를 동경하면서도 DIY '작가정신'까지 더불어 갖춘 여자사람은 굉장히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나름 비슷한 풍모를 보여줬던 이모겐 힙 역시 여러모로 2% 부족), 사운드 레이어링과 마스터링의 부분적인 보조를 제외한 모든 악기연주와 프로듀싱이 클레어 부쉐 단독의 힘으로 완수된 DIY 댄스팝 앨범 [Visions]의 음악적 업적은 가히 놀랍다고 할만하다.

기존의 정상급 힙합프로듀서들에 비한다면 GRIMES를 비트메이킹 테크니션으로 정의내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팝앨범' [Visions]는 Complex를 비롯, 비트에 유독 민감한 다수의 힙합 매체들로부터 '흘륭한 비트가 담겨 있는 올해의 앨범'이라는 예상밖의 호평을 이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위태로움까지 들만큼 단순한 구조로 일관하지만, 킥드럼와 스네어, 그리고 신쓰에서 루핑되는 잡다한 비트들을 GRIMES 비쥬얼에 어울리는 앙증맞고 귀여운 톤과 텍스쳐로 가공하여 누구든 '아, 이게 바로 GRIMES 사운드구나!' 라고 감별할 수 있는 독창적인 비트메이킹을 완성해낸 것. 특히 상큼한 리버브 효과와 둔탁한 글리취(특히 "Colour Of Moonlight"의 킥드럼)/로파이 필터링이 첨가된 킥드럼은 비록 강직하고 박력넘치는 여타 힙합식 킥드럼 재질에 비해 한없이 연약하고 비실대지만 킥 하나하나의 오묘한 질감과 20대 핑크머리 힙스터 여자사람만의 생기발랄함을 섬세하게 간직하며 GRIMES식 비트 스트럭쳐의 중추적 임무를 시종일관 수행한다.

클레어 부쉐는 비트메이킹 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톱클래스 프로듀서나 뮤지션들에 비견될 만큼 프로 레벨에 완벽하게 도달한 인물이 결코 아니다(물론 이는 인디 뮤지션들의 공통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Visions]를 통해 쟁취한 승리의 요인은 바로 이 점에서 시작한다. 즉, 뮤지션/프로듀서로서 자신의 음악적 한계를 확실히 꿰뚫어보고 자기 재량에 맞게 단순한 구조와 샘플한 레이어링을 고수하며 [Visions]를 제작한 끝에 약점의 최소화와 개성의 극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데 성공한 것. 기계적인 치밀함과 테크닉이 난무하는 비트메이킹과 과시적인 악기/샘플 레이어링을 배척(혹은 '포기'?)하고 달콤함+귀여움+발랄함+똘끼 등이 불규칙하게 난무하는 개성넘치는 스타일 구현에 더 집중하면서 독창성, 음악성, 그리고 대중친화적인 상업성까지 아우르는 군계일학 인디 신쓰팝 앨범을 만들어낸 것이다. TWIN SHADOW의 [Confess] 소개시에도 언급했듯이 '적절한 레이어링'은 DIY 음악에 있어서 우량과 불량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인데, 바로 이 점에 있어서 [Visions]는 [Confess]를 능가하는 레이어링의 모범사례를 보여주는 DIY 앨범일 것이다.

GRIMES 음악의 메인 소스는 보컬과 키보드.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가장 흔하게 들고 나오는 음원 콤보이지만,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샘플 사운드/비트들이 '보컬+키보드 조합'이라는 여성 솔로음악의 지배적 프레임 안에 지배/매몰되지 않도록 보컬과 키보드 파트 역시 샘플 사운드/비트 소스의 일부분처럼 철저하게 가공되고 편집된다. 이 앨범에서 그녀의 보컬은 마치 재즈의 스캣(scat)처럼 목소리의 도구화를 확실하게 실천하고 있는데, 모든 음악적 도식을 집어삼킬 수 있을 위험성이 도사리는(여성보컬이 특히 더 심하다) 보컬파트를 그 자체의 순수한 텍스쳐대로 '크게' 서술하려들지 않고 '평균' 이하의 파워로 하향조정한 다음 글리취, 오토튠, 리버브, 레이어링 등의 자잘한 기믹들을 적용하여 다채로운 톤과 느낌(엔야처럼 신비롭게 속삭이다 별안간 놀란 토끼처럼 방방 뛰다...)이 살아숨쉬는 'GRIMES표' 보컬라인을 매 트랙마다 색다르게 재구성한다. 장르초월의 천부적 기량을 갖춘 보컬만큼이나 화려하게 구사되는 건반 스킬 역시 분명 보통을 충분히 넘는 수준인데(조기 피아노 교육을 받은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음악 안에 밑간만 뿌리는 정도의 겸허한 비중과 톤으로 건반리프를 첨가하는 절제력 역시 아주 칭찬받을 만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가지각색의 건반 억양을 각 트랙의 캐릭터에 맞게 자유자재로 뽐내고 있으니... 정말 올바른 인디 DIY 음악가가 되기 위한 자세, 그리고 올바른 인디 DIY 음악이 되기 위한 모든 조건들이 [Visions] 이 한 장의 앨범 안에 모두 담겨있다고나 할까,

독특한 감촉의 사운드 텍스쳐와 미니멀리즘 프레임을 유지하면서 탁월한 가공법에 의해 아기자기하게 연출되는 보컬+키보드 소리, (미니멀리즘 프레임에 의해 생겨진) 헐렁한 공간들을 앙증맞게 매워주는 킥드럼과 스네어비트, 그리고 메인스트림 사탕발림보다는 분명 이질적이지만 중독성과 캐취감만큼은 이미 인디영역을 넘어선 팝 멜로디들... 이 유기체는 분명 BJORK의 음악도 아니고 BAT FOR LASHES도 아니고 칠웨이브도 아니고... 때문에 [Visions]는 그 어떤 인디/메인스트림 팝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GRIMES식 사운드 그 자체로밖에 정의내릴 수 없는 것이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