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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2: #15 - #11




"electric candyman" (feat. Thom Yorke)
15
FLYING LOTUS
Until The Quiet Comes
(warp)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실험적인 음악들을 보여주시는 굴지의 뮤지션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는 이제 'Fly-Lo' 라는 이름으로도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다이에나 로즈(Diana Ross), 프레다 페인(Freda Payne)에게 히트곡을 선사했던 유명 싱어송라이터의 손자이자 '재즈의 전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부인의 조카인 그의 가계도를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여지껏 'Flying Lotus'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음반들을 쑥 들어봤다면 뼈대있는 음악 가문의 자손답게 세련되고 섬세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그의 감각을 충분히 느끼고도 남았을 것이다. 주로 도시의 삶 속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는 로터스횽이지만 그의 사운드스케잎에는 항상 공상과학적인 우주스러움 역시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우주나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얻곤 한다(EL-P횽이 즐겨 방문하시는 우주와는 전반적으로 좀 다른 곳인 듯). 실제로 로터스횽은 한 작은 소년의 꿈속을 그리는 환타지 만화 'Little Nemo' 에서 신보 [Until The Quiet Comes]의 컨셉적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앨범자켓 역시 마치 아방가르드 재즈나 90년대 4AD 레이블 드림팝 음반을 연상시키는 듯한 추상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환타지 배경/모티브에 맞춰 음악적으로도 사이키델릭이나 트립합에서 얻곤 하는 몽환적 분위기가 듬뿍 담겨 있는 이번 앨범에는 프리재즈적인 요소들, 일렉트로닉 사운드, 이국적인 아랍 퍼커션 등 다양한 소스들이 로터스횽만이 가진 천부적 감각에 의해 간지나게 재단되어 [Cosmogramma (2010)]로 흥분했던 팬들의 욕구를 훌륭하게 채워준다. 꿈나라, 꿈스러운 느낌의 트립합 디바 보컬과 배경 사운드들이 인상적인 "Getting There"에서는 규칙과 불규칙을 오가며 간지나게 두들겨대는 드럼 사운드로 리스너의 심금을 압박하는가 하면, "Tiny Tortures"에서는 잘개 쪼개는 듯한 박자에 맞춰 리드믹하게 배열된 사운드들을 평안한 느낌으로 언발란스하게 아우른다. "All the Secrets"에서는 마치 힙합/알앤비 바운스 느낌의 리듬과 건반사운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Sultan's Request" 또한 덥스텝풍의 진한 8비트(8-bit) 신쓰베이스 사운드로 귀를 색다르게 자극해준다. 두번째 싱글곡으로 선보였던 "Putty Boy Strut"은 어쿠스틱한 기타와 장난끼스러운 요정(?)내지는 외계생물체의 목소리가 이색적인 매력을 자아내며, 첫번째 싱글곡인 "See Thru to U"에서는 달리는 베이스라인과 퓨전재즈스러운 드럼, 그리고 에리카바두의 피쳐링이 듣는 이의 귀를 재지하게 사로잡는다. 브러쉬 드럼사운드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13번째 곡 "Only If You Wanna"에서는 본격적인 로터스횽풍 재즈플레이의 진수를 한차례 더 만끽할 수 있으며, 16번째 곡 "Phantasm"에서는 피쳐링 싱어 로라 달링턴(Laura Darlington)의 유령스러운 보컬목소리가 앨범 전체의 몽환적 분위기를 한층 더 꿈스럽게 장식해준다. 애벌톤 라이브(Ableton Live) 프로그램 시퀀싱을 통해 장인정신이 한땀한땀 깃든 듯한 치밀한 구성들을 들려주는 [Until The Quiet Comes]은 마치 한편의 장편 소설같은 혹은 한폭의 순수 추상미술화같은 고품격 일렉 음반의 면모를 [Cosmogramma]에 이어 다시 한번 보여주니, 우리는 로터스횽의 이 아름다운 전자음악에 대해 장르를 초월하여 진정어린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suddenly alone together"

14
BASS CLEF
Reeling Skullways
(punch drunk)

영국 브리스톨 뮤직씬은 (비록 런던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규모이긴 하나) 현재 전세계 클럽 판도를 흔들고 있는 뎁스텝/UK 베이스의 트렌드를 바꿀만한 잠재력을 보유한 곳으로 유명하다. 브리스톨 덥스텝의 양대 산맥 PINCH와 PEVERELIST에 의해 각각 설립/운영중인 인디 일렉/덥스텝 레이블 Tectonic과 Punch Drunk는 비록 영세 레이블이긴 하지만 매년 신진 UK 개러지 계열 디제이 유망주들과 진보적 일렉 거장들의 싱글/풀렝쓰 앨범들을 꾸준히 발매하면서 일렉 매니어들의 수집 레이다망에 지속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브리스톨 출신으로 현재 런던에서 활동중인 디제이 겸 트럼보니스트 랄프 컴버스(BASS CLEF)는 PEVERELIST의 레이블 Punch Drunk 소속 클럽 뮤지션들 중 가장 괄목할만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로서, 레디메이드 샘플 사용을 100% 금하고 컴퓨터 세팅이 아닌 하드웨어 아날로그 사운드를 고집하는, 21세기를 지향하는 일렉트로닉 댄스 프로듀서로서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작업스타일을 철저하게 실천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대 40초까지 자체녹음이 가능한 구가다 아카이 샘플러를 비롯, 알렉시스 드럼 머쉰, 저용량 모듈러 신쓰 등의 빈티지 하드웨어만을 주요 작업 도구로 세팅하고 뽑아내는 그의 일렉트로닉 댄스 사운드에는 브리스톨산답게(하지만 실제 녹음작업은 런던 해크니에서 이루어졌다는^^) 다양한 텍스쳐를 띈 퍼커션/드럼 비트들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그라임-칩튠의 노골성을 담은 직설적 신쓰 멜로디가 그야말로 완벽한 아날로그 인디 스타일로 거침없이 담겨 있다. 그런데 브리스톨 덥스텝 씬에서 잔뼈가 굵은 랄프 컴버스가 내세우는 댄스뮤직의 메인테마는 덥스텝이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특이(?)하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그가 뽑아내는 아날로그 비트들은 UK 개러지처럼 기묘한 텍스쳐의 퍼커션/드럼 사운드튠으로 완성된 것들이지만 4/4 비트의 규칙적인 패턴와 이것이 창출하는 폭발적 에너지의 특성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불규칙성 과잉으로 대변되는 덥스텝과 큰 유사점이 없음을 금방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그의 음악적 이상형은 바로 미국산 일렉 댄스. 그 중에서도 스타일과 원시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디트로이트 테크노와 시카고 하우스를 BASS CLEF 사운드의 모태로 삼고 있는 것. 즉 아날로그를 고집하던 90년대 시카고 하우스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직설적인 아날로그 그루브를 브리스톨 스타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 바로 이번 [Reeling Skullways] 풀렝쓰 앨범인 것이다. 컴버스의 의도는 앨범의 하일라이트 "Hackney - Chicago - Jupiter" 트랙에서 오롯이 드러난다. 스트레이트 그루브의 시원스러움을 동반하는 정직한 아날로그 4/4 킥드럼 패턴에서는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우직한 남성미, 펑키 베이스라인의 바운시(bouncy)한 볼륨감에서는 시카고 하우스의 전형적인 베이스 억양을 추억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미국풍 복고 아날로그 사운드스케잎에 런던-브리스톨 출신 음악답게 BASEMENT JAXX풍의 얄팍한 런던 펑키 하우스와 브리스톨 개러지의 퍼커션/메트로놈 비트 질감까지 동시에 담아냈으니 아날로그 사운드시스템 하에서 만들어진 빈티지형 그루브를 현대적 억양과 터치로 듣길 원한다면 이 앨범을 절대로 놓히지 말아야 한다. "Hackney - Chicago - Jupiter" 이외에도 훌륭한 수제 아날로그 트랙들이 정말 많이 담겨있는 앨범.      



"follow"
13
DIIV
Oshin
(captured tracks)
뉴욕 브루클린 출신 로파이 기타팝 밴드의 최강자 BEACH FOSSILS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재커리 콜 스미스(Zachary Cole Smith)가 2011년부터 시작한 솔로 과외 프로젝트 DIIV의 첫번째 풀렝쓰 [Oshin]은 그야말로 '기타의, 기타에 의한, 기타를 위한' 앨범이다. 마치 클린톤 기타팝에 관한 2010년대 개정판 교과서를 만들었다고나 할까. 싱글노트를 지향하는 UK스타일 기타팝 밴드들이 구사할 수 있는(혹은 구사해야만 하는) 모든 기타 리프/프레이즈들이 이 한장의 앨범 안에 총집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니까 말이다. 뉴욕 브루클린에 위치한 스미스 자신의 아파트(인터넷 끊김)에서 4트랙 리코더로 데모테잎을 만들면서 시작된 DIIV 프로젝트는, 브루클린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로파이 정규 데뷔 풀렝쓰 [Oshin]을 통해 최근 드림팝 성향의 인디 밴드들에 의해 트렌드처럼 사용되고 있는 로파이와 리버브의 공존 가능성을 가장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한치의 뭉개짐 혹은 헐랭이 타법 없이 놀라울 정도로 억양 분명하고 원숙하게 구사되는 스미스와 기타 파트너 앤드류 베일리의 클린톤 트윈 기타 시스템은 매 프레이즈마다 새로운 패턴과 코드로 이루어진 멜로디 라인들을 무한대로 쏟아내는데, 로파이 사운드에서 리버브 톤을 제대로 뽑아내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멜로디 센스와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연주 테크닉이 모두 선결되어야 함을 이들은 꼼꼼한 기타 플레이로써 이번 앨범에서 몸소 시연해보인 것이다( '연주력=퀄리티' 라는 로파이+리버브 기타팝의 새로운 승리 방정식은 앞서 언급한 WILD NOTHING의 [Nocturne]이나 마크 디마르코의 [2]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러고 보니 세 앨범들 모두 Captured Tracks 레이블이다). [Oshin]의 또다른 성과는 '대부분 뻔한' 슈게이징 리바이벌 기타팝 앨범으로서는 드물게 장르/연대에 관해 상당히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80년대 중반 Sarah/C-86의 태동 무렵의 인디 기타팝 밴드들, 즉 초기 THE FIELD MICE나 ANOTHER SUNNY DAY의 '왕부지런하게 움직여대는' 클린톤 싱글노트 기타 피킹 손놀림과 해피무드, 그리고 JOY DIVISION의 미니멀 베이스/드럼 사운드와 고딕 무드를 각각 7:3 비율로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느낌인데, 여기에 JESUS & MARY CHAIN 풍의 디스토션 이펙트를 적절히 가미하고 NIRVANA의 그런지(grunge) 느낌으로 싸이키델릭 무드를 연출하거나 크라우트록 분위기 속에서 테크닉의 향연으로 몰입하는(예를 들어 "Doused", "Drunn Pt. ll" 를 들어보라) 등의 시도들은 '기타팝'이라는 앨범의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선에서 다양하게 듣는 재미를 훨씬 더 배가시켜준다. 클린톤 기타팝 밴드답게 몽환적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기타팝이 구사해야 할 모든 형태의 테크닉과 멜로디 라인들을 거침없이 담아낸 [Oshin]은 로파이 프로덕션하에서도 기타/배킹 사운드와 리버브 이펙트를 완벽한 톤으로 동시에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을, 또한 슈게이징 계열 기타팝 밴드의 인스트루멘탈 사운드만으로도 꽤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인트로 "Drunn"을 들어봐라!)을 십분 증명한 기념비적인 앨범인 것이다. 


"dark city of hope"
12
TERRENCE DIXON
From the Far Future Vol. 2
(tresor)
 2011년 KEFKRIT 리스트에서 언급했던 OMAR-S처럼, 디트로이트 토박이 테렌스 딕슨(Terrence Dixon) 역시 디트로이트 테크노 황금시대를 살았던 주력 멤버였음에도 1-2세대 주전들에 비해 큰 조명을 받지 못하고 오늘날까지 아웃사이더처럼 주류 세계를 겉돌아왔던 비운의 거장 중 한 명일 것이다. 그가 십년 넘게 몸담고 있는 독일 테크노 레이블 Tresor(의 무능함에 대해 과거 이 레이블의 열렬한 팬으로서 할 말이 많지만 일단 다음 기회로 미루자)와의 공생관계는 영-미 매체로부터 그다지 큰 주목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2012년에 내놓은 대형 앨범 [From the Far Future Vol. 2] 역시 왠만한 일렉트로닉 애호가가 아니라면 슬그머니 놓혀버릴 수도 있었던 작품이었다. 아무튼 여느 때처럼 미디어의 주목에 개의치 않고 1시간 분량으로 꽉 찬 더블 LP 형태의 대형 작품을 발표한 이 비운의 거장은, 이번에도 디트로이트 테크노 마이스터로서 뽐낼 수 있는 모든 감각과 수단을 총동원하며 근래 보기 드문 정교한 테크노 사운드의 대향연을 펼쳤다. 사실 덥(dub)스러운 불투명 왜곡 사운드/비트를 깔아놓고 로파이 텍스쳐로 깔아뭉개는 요법은 앤디 스톳(Andy Stott)이 등장하기 이전 테렌스 딕슨의 후기 작품에서 자주 발견되곤 했는데 이번 앨범에도 이러한 테렌스 딕슨표 로파이 추상표현 테크닉이 앨범 곡곡에서 환상적인 자태를 드러내며(특히 "My Journey Here"를 들어보라) 앨범의 예술적 품격을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앞서 BASS CLEF를 소개하면서 잠시 언급했듯이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특징들 중 두드러지는 게 하나 있다면 뒷끝없이 터져주는 비트의 정직성을 꼽을 수 있는데, 테렌스 딕슨은 디트로이트 테크노 특유의 4/4 펀더멘탈만은 매 트랙마다 확실하게 잡아주면서도 비트와 사운드 소스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톤(tone)'에 대해 아주 예민한 시각으로 접근, 각 음원 레이어에 담긴 톤들을 아주 섬세한 터치로 조정하고 다듬어 역대 디트로이트 테크노계열 앨범들 중 가장 예민한 톤이 담긴 사운드/비트들을 시퀀스화해내는 기염을 토한다(특히 "Tone"을 감상하면서 제목만큼이나 의미심장한 그의 초절기교 톤 컨트롤링을 직접 관찰하라). [From the Far Future Vol. 2]은 2011년 OMAR-S의 [It Can Be Done But Only I Can Do It]에 이어 디트로이트 테크노 산증인의 노련한 현재진행형 프로듀싱 테크닉과 센스를 2년 연속으로 접할 수 있게 해준 눈물겨운 테크노 명작이다. '최근 그가 잠시 생활고를 겪었다'는 한 지인의 말이 더더욱 가슴 깊숙이 와닿는 밤이 아닐 수 없는데, 아무튼 진심으로 그의 앞날에 건투를 비는 바이다.


"werewolf"
11
FIONA APPLE
The Idler Wheel Is Wiser...
(epic)
2011년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BON IVER의 [Bon Iver]를 억지로 집어넣었던 그 기억을 다시 되새김질하게끔 만든 앨범. 개인적으로도 몇 번 듣지 않은 앨범인데다 이곳의 성향에도 맞지 않는 '라디오 타입' 음악이지만 여느 인디 앨범 못지 않게 순수한 '작가주의'를 지향하는 데다 그 음악성과 개성 역시 메인스트림 음악이라 믿기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리스트에 이 메인스트림 앨범을 과감히 포함시키고자 한다. 단아한 외모에 성숙한 목소리를 지닌 예능인 가문 출신 뉴요커 피오나 애플(Fiona Apple)이 19살이던 지난 1996년 데뷔 앨범 [Tidal]로 메인스트림 음악계에 등장했을 당시 그녀의 이미지는 토리 에이모스나 새러 맥러플린을 능가할 미래 대형 메인스트림 뮤지션의 모습 그 자체였다. 예쁘장한 얼굴을 과잉포장했던 "Criminal", "Shadowboxer" 뮤직비디오는 얼터너티브 붐의 끝물에 접어들 무렵 MTV 음악 프로그램의 단골 클립이었고 많은 이들이 그녀를 '아이돌 팝가수'로 손쉽게 폄하하는 모습들을 접했던 기억도 난다. 아무튼 십대로서 창창한 미래를 앞두고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그녀는, 1999년 400자 압박의 긴 타이틀(기네스북에 등극되기도 했었음)이 담긴 실험적 성향의 두번째 앨범 [When the Pawn...]으로 상업적 실패를 맛보며 대중들의 관심 사정권에서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어쩌면 이는 허세 아이돌 스타들과 MTV에서 인기 최강 자리를 다투는 데에 일찍 염증을 느꼈던 그녀가 내심 원했던 바일 수도 있었다). 뜬금없는 돌연변이 정체성을 띄었던 2집 이후 피오나 애플의 행적은 그야말로 골수팬이 아니라면 매스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6년만인 지난 2005년 3집 [Extraordinary Machine]을 찍은 이후 다시 깊숙한 잠수를 탔던 피오나 애플은 7년 간의 공백기를 깨고 작년 통산 4집 스튜디오 앨범 [The Idler Wheel Is Wiser...]를 발표하며 '완성된 음유시인'으로서 물오른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당차게 과시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피아노+여성보컬=진부함'의 공식에서 여유롭게 벗어나고자 재즈와 팝이 공존하는 피아노 연주에 팀파니, 퍼커션, 첼레스타, 필드 레코딩 샘플, 장난감 트럭소리, 허벅지 타격음 등을 수시로 집어넣어(모두가 피오나 애플 자신이 연주/어레인징한 것들이다) 풍부한 음향효과를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뽑아낸 것. 특히 재즈에 관한 학습 효과가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듯 그녀의 재즈스러운 피아노 노트는 스탠다드부터 프리스타일까지 원숙하게 아우르며, 소울풀한 재즈의 느낌으로 스캣하듯 자유분방하게 터져나오는 보컬 역시 감미로움과 파워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맛을 곡의 감정 변이에 따라 능숙하게 구사해낸다(이는 분명 토리 에이모스로부터 받은 영향의 한 부분일 것이다). [The Idler Wheel Is Wiser...]이 지니는 또 하나의 가치는 바로 프로듀싱 부분이다. 피오나 애플은 오랜 음악 파트너 존 브라이온(Jon Brion)의 후임으로 멀티 연주인이자 프로듀서 찰리 드레이튼(Charley Drayton)를 선택하여 이번 레코딩을 공동 작업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존 브라이온보다 상업적인 때가 상대적으로 덜 탄 '레알 뮤지션' 찰리 드레이튼의 어시스트에 힘입어 베이스와 드럼/퍼커션, 피아노 사운드를 고풍스런 재즈 스타일로 깔끔하게 어레인지하면서 사소하게 흘려버릴 수도 있을 작은 디테일 터치들(브러쉬, 각종 타악기와 샘플 소리들)까지 모두 최적화시켜내어 2012년 최고의 개인주의적 컬트 팝 앨범을 메인스트림 환경에서 완성한 것이다. 얼마 후 있을 그래미상 최고의 앨범 수상이 유력시될만큼 2011년 BON IVER의 [Bon Iver]에 이어 예술성, 상업성, 완성도(프로덕션 측면에서의)를 완벽하게 겸비한 작품이 바로 [The Idler Wheel Is Wiser...]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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