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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1: #15 - #11




"Intro / Sp"
15
THE PSYCHIC PARAMOUNT
II
(no quarter)
2002년 뉴욕에서 결성된 3인조 네오싸이키델릭/익스페리멘탈 록 밴드 THE PSYCHIC PARAMOUNT의 [II]는 2005년 데뷔 앨범 [Gamelan into the Mink Supernatural] 이후 6년 만에 접하는 새앨범으로, 데뷔 앨범 당시의 강렬한 기타 스트로크와 프리스타일 드러밍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인디 매니어들은 2011년이 시작되자마자 일찌감치 이 작품을 '올해 최고의 기대작' 으로 주저없이 거론할 정도로 이미 발매 전부터 온라인 상에서 뜨거운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II]는 이러한 '6년의 기다림'을 전혀 헛되게 만들지 않는, 역대 최고의 고농축 헤비 싸이키델릭 인스트루멘탈 사운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트레몰로 피킹을 난폭하게 남발하는 터프한 기타 후리기 뽐새는 마치 LITURGY의 블랙메틀 음악처럼 헤비메틀성 아드레날린을 다량 함유하고 있으나, 헤비메틀/아방가르드/인스트류멘탈 록 매니어들 뿐만 아니라 나긋나긋한 인디 기타록 음악에 익숙한 매니어들도 상당히 흥미롭게 접근할만한 인디록적 감수성까지 그 폭풍연주의 향연 속에서 드러내는 겸허함도 더불어 보여준다. 글렌 브랑카(Glenn Branca)의 아방가르드 기타 에너지를 쏙 빼닮은 팀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드류 세인트 아이바니(Drew St. Ivany)의 클린톤과 디스토션 탁음이 교차된 헤비 코드웍은 가히 이 앨범(과 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초장부터 클라이맥스를 후려치다가("Intro/SP") 느닷없이 서사적 포스트록처럼 기승전결을 표현하고("DDB"), 밋밋한 전조와 복선만 깔다("RW") 일정한 플롯없이 상승-하강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구성을 10분 넘게 늘어뜨리는("N6 _ Isolated") 등 예상 루트를 알 수 없는 아방가르드 전개 방식의 애매모호함과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고 터트려내는 에너지 폭발 직전의 난폭한 기타 리프들 속에는  LIGHTNING BOLT나 BOREDOMS가 정작 가지지 못한 아카데믹한 섬세함과 절도력까지 동시에 갖추고 있으니... 바로 [II]이야말로 글렌 브랑카 이후 대가 끊긴 뉴욕 아방가르드 기타 비르투오소로써의 대를 이을만한 걸물이 바로 세인트 아이바니임을 강하게 입증하는 이 시대 최고의 헤비 싸이키델릭 기타 인스트루멘탈 작품인 것이다.


"Head"
14
LAUREL HALO
Hour Logic EP
(hippos in tanks)
뉴욕 브룩클린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여성 일렉트로닉 뮤지션 로렐 할로(Laurel Halo)의 새앨범 [Hour Logic]는 비록 주류 인디 미디어로부터 큰 조명을 받는데 대실패한 앨범이지만 로렐 할로를 일개 '뮤지션 워너비' 브룩클린 힙스터 된장녀가 아닌 미시건(그녀의 고향이다)을 대표하는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써 당당히 발돋움케 만든, 올해 최고의 '예기치 않은 명반' 으로써 손색이 없는 개성과 완성도를 담고 있다. 사실 전작 EP 앨범 [King Felix]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그녀의 테크노 팝 보컬 실력은 그다지 흥미로운 수준의 것도 아니었을 뿐더러 오히려 배킹 사운드의 독특한 질감과 섬세한 감수성을 제대로 감상하는 데 장애물로 여겨질 뿐이었지만, 이번 [Hour Logic]에서는 미완성 레벨의 댄스 쏘스와 보컬라인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미스테리한 풍모의 배킹 사운드들을 과감하게 프론트로 끄집어내어 유래없는 실험적 감촉의 사운드스케잎과 스트럭쳐를 형상화해내는 데 성공한다. [Hour Logic]에는 금새 뇌릿 속에서 지리멸렬할만큼 피상적이고 연약한 사운드 텍스쳐들이 조잡한 샘플음향들과 억양불투명한 신쓰리프들에 의해  평면적으로 나열되어져 있는데, 이 평면적 구조의 자질구레한 1차 질감 음향들은 리버브 이펙트에 의해 혼탁해진 프레임 윤곽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엉겨붙으며 C급 SF 영화 OST의 괴상망쯕한 싸구려 싸이버 질감, IDM의 이지적인 풍모, 디트로이트 미니멀의 다크한 그루브, 앰비언트의 몽환적 기운 등이 동시에 교차하는 입체적 구조의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드라마틱하게 환골탈태한다. 이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제임스 페라로의 키취 콜라쥬 미학이 지속적으로 연상되곤 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실제로 그녀는 작년 제임스 페라로, 대니얼 로파틴(ONEOHTRIX POINT NEVER)와 함께 프로젝트팀을 결성, Rvng 레이블의 실험 콜라보 시리즈 [FRKWYS Vol. 7]에서 질퍽한 키취 마스터피스 작품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바 있다. 바로 이 대목에 로렐 할로의 음악 정체성에 관한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즉, [King Felix]로 인해 로렐 할로를 콕튜 트윈스나 이모겐 힙 등의 팝 부류에 집어넣으려 했다면 맥을 단단히 잘못 짚은 것이고, 대신 제임스 페라로와 대니얼 로파틴 등 자질구레한 일상적 느낌으로 익스페리멘탈리즘을 써내려간 실용적 실험주의자 대열에 로렐 할로를 포함시키고 음악을 들어야만 이제부터 그녀가 추구하는 바를 제대로 이해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임스 페라로의 키취 꼴라쥬와 대니얼 로파틴의 80년대 취향 신씨사이져 드론 디자인 위에 [King Felix]에서 보여줬던 멜랑꼴리한 팝 센스, 깜찍한 테크노 그루브, 지적인 IDM 터치 등을 살짝 첨가하여 일렉트로닉 음악에 관해 새로운 해석을 써내려간 [Hour Logic]은 로렐 할로 자신의 단단해진 음악적 방향성(실용적 실험주의), 뛰어난 퀄리티, 독창적 아이덴티티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올해 최고의 인디 테크노 작품이다.


"Unluck"
13
JAMES BLAKE
James Blake
(altas / a&m)
UK 가라지의 왕중왕을 가리는 별들의 전쟁이 다시 한번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다. 이미 THE STREETS, DEEZEE RASCAL 등의 좀 더 커머셜하면서도 서술적인 래핑이 첨가된 팝 지향의 가라지 음악이 2000년대 초반 짧게 때리다 사라졌지만 UK 가라지는 2007년 UK 가라지의 새 역사를 쓸 만큼 거창한 울림을 가져다줬던 BURIAL의 [Untrue]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이 만점짜리 명반 한 장으로 인해 덥스텝은 그동안 냉담했던 보수적 인디 미디어마저 아군으로 만들면서 이 시대 가장 트렌디한 일렉트로닉 장르로써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이르렀고, 음지에서 과자부스러기로 끼늬를 때우며 헝그리 예술혼을 불태워오던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덥스텝 디제이/프로듀서 명장들도 이 급호의적인 분위기에 편승하여 근사한 프론트 무대에서 '거장'으로 추앙받으며 화려하게 재등장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두장의 EP 앨범 [CMYK]와 [Klavierwerke]에서 신예 프로듀서 제임스 블레이크가 보여줬던 덥스텝에 관한 작업들은 우리가 그를 '포스트덥스텝 파이오니어'로 부르기에 충분한 것들이었지만, 대망의 첫번째 정규 앨범 [James Blake]는 기존의 [CMYK], [Klavierwerke]를 통해 그의 팬이 되었던 러스너들을 조금 당황케 하기에 충분한 이질적 시도들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CMYK]에서 [Klavierwerke], 그리고 [James Blake]까지 이어지는 포스트덥스텝 여정 속에서 급진적인 변화의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취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CMYK]는 초기 Hessle Audio 레이블 시절의 둔탁한 지성미를 토대로 소울과 덥의 원시적 비트 커팅이 이루어진 덥스텝 본연의 비트 지향적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해 연이어 선보인 [Klavierwerke]은 메트로놈 샘플과 반템포 킥드럼만으로 이루어진 미니멀 비트에 앱스트랙트한 스트럭쳐와 무드를 더불어 엮어내고자 했던, 분명 [CMYK]의 풍모와는 또다른 차원의 사운드스케잎(앰비언트) 지향의 포스트덥스텝 앨범이었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풀렝쓰 앨범 [James Blake]에서 다시 한번 전작 [Klavierwerke]의 미니멀 스타일을 뛰어넘는 새로운 미니멀 형식을 선택하는데, 즉 보컬을 또하나의 샘플의 수단으로 간주하고 이를 맛배기 샘플차원이 아닌 메인 쏘스로써 철저하게 전면에 내세우고 활용한다. 그의 보통이 넘는 가스펠 소울 보컬 실력 역시 매우 놀랍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보컬을 커팅/레이어화하여 에코/오토튠 이펙트를 돌린 다음 유효적절하게 다중배열시켜 비트가 아닌 보컬 샘플링을 통한 타이밍의 미학을 선보이고자 한 그의 색다른 안목은 나이를 감안할 때 굉장히 노련한 수준의 것이다. 여기에 앰비언트 피아노의 몽환적 재즈 무드에 맞춰 중간마다 날선 추임새를 놓는 아날로그 질감의 샘플 비트, 그리고 적절한 잡다구니 음향 샘플과 노이즈까지 적시적소에 양념으로 버무린 이 미니멀 덥스텝 "팝" 앨범은 분명 시기적으로 SBTRKT, JAMIE WOON 등의 보컬 지향적 포스트덥스텝 앨범들보다 앞서 발표된 것이고(뭐, 물론 이 세 명의 앨범 모두 올해 나온 것이지만) 따라서 이 앨범은 완성도의 우열을 가리기에 앞서 이들보다 먼저 거론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성립된다. 개인적으로는 수록곡들 중 가장 센티멘탈한 "Wilhelms Scream"을 역설적으로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트랙'으로 뽑고 싶은데, 이 곡에서 멜랑꼴리한 목소리를 뽐내는 제임스 블레이크의 보컬 파트는 원곡 제임스 리더랜드(James Litherland)의 "Where To Turn " 보컬 멜로디와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는 사실, 혹시 알고 있는가. 이건 거의 표절 수준이랄까. 하지만 제임스 리더랜드가 누군가? 바로 제임스 블레이크의 아버지! 부자관계이기에 왠만해선 절대 소송거리가 될 수 없는 이 아이러니함을 제임스 블레이크는 철저하게 이용하고 있을 뿐. 이 조숙한 천재의 데뷔 앨범 [James Blake]은 비록 희대의 걸작으로 불릴 수는 없는 형식과 스케일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분명 2011년에 발표된 명작 앨범에 꾸준히 거론될 만한 얘깃거리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Deleted Scene"
12
LV & JOSHUA IDEHEN
Routes
(keysound)
위에 언급된 제임스 블레이크의 앨범과는 정반대의 유도리 없는 외골수 앨범 [Routes]는, UK 베이스 뮤직의 카테고리에 속해 있는 앨범이기에 당연히 어깨를 들썩일만한 그루브 요소가 지속적으로 넘실대지만 그렇다고 해서 SBTRKT의 덥스텝같은 멜로디 훅이나 제이미 운(Jamie Woon)/제임스 블레이크 같은 크로스오버적인 팝 취향 등 팝/메인스트림적 어프로치의 타협점 따위는 전혀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런던 출신의 3인조 가라지 그룹 LV와 '영국의 사울 윌리엄스' 조슈아 이데헨(Joshua Idehen)의 콜라보 작업을 통해 완성된 역작 [Routes]는 단언컨데 올해 발표된 UK 가라지 계열의 앨범들 중 덥스텝/가라지/투스텝/그라임/훵크(funk)/아프리카 비트의 원초적 펀더멘탈에 가장 진지하게 근접하고자 한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덥스텝의 본의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투스텝의 리듬 세팅 위에서 진행되는 덥 음악이 바로 덥스텝 아니던가. 물론 '포스트덥스텝'이라고 보기좋게 포장된 변종 세력들에 의해 그 근본적 이념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LV는 이 앨범에서 다양한 패턴들로 이루어진 올드 스쿨 투스텝의 정제된 비트를 쉴새 없이 쏟아내고 여기에 덥 스타일의 저질 신쓰음과 둔탁한 서브베이스라인까지 트라이벌 무드로 미니멀하게 적용시키면서 가장 고전스러움으로 빛나는 "덥 스 텝" 음악을 바로 이 앨범을 통해 원숙하게 구현해낸다. 게다가 [Routes]는 자메이카 덥 음악의 영향력이 지배적인 UK 가라지에서 보통 접할 수 없는 색다른 뉘앙스의 이국적 그루브까지 더불어 물씬 풍겨나는데, 이는 바로 LV가 직접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찾아가 체득했던 크와이토(kwaito)의 퍼커션 루프와 템포/무드를 가라지 본연의 덥 사운드 안에 같이 접목시키면서 생겨난 바이브인 것이다. 자메이칸 덥에 아프리카 댄스 비트/템포를 투스텝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뒤섞어 새로운 트라이벌 무드를 연출한 이 앨범은, 특히 자메이칸 댄스홀 싱어를 연상시키는 목소리의 소유자 (런던에서 스탠딩 시인으로써 활동중이기도 하다) 조슈아 이데헨의 절도있는(한창 그루브 타는 와중에 느닷없이 끼어들어 분위기를 깨는 바보짓을 절대 하지 않는 절제력이 돋보인다. 솔직히 캐오바 MC질로 도배하는 덥스텝 음악은 이제 정말 질리지 않나)  보컬/읊조림/래핑까지 더해지면서 지성미(가사가 아주 시적이다), 개성('미개척 분야' 크와이토 비트와 템포를 덥 스타일로 접목한 센스!), 클래식 풍모(덥+투스텝=덥스텝의 포뮬라를 기뜩하게 써내려감)가 모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훌륭한 가라지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Flash Back"
11
RUSTIE
Glass Swards
(warp)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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