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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S

The Top 30 Albums of 2011: #10 - #6




"Underground Stream"
10
ARAABMUZIK
Electronic Dream
(duke)


"Earth Minutes"
9
JAMES FERRARO
Far Side Virtual
(hippos in tanks)
"나는 부싯돌과 같은 존재다!"

구식 Casio 보급형 키보드 따위로 모든 것을 '쇼부' 보며 부싯돌처럼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고자 하는 '키취 음악의 천재' 제임스 페라로(James Ferraro)는, '아티스트'로 자칭하며 통속적인 물질주의/상업적 텍스트들을 미술 작품에 뻔뻔하게 전면에 내세우고 예술계를 들쑤셨던 레이몬드 페티본, 제프 쿤스, 리처드 프린스 등의 키취 양아치들처럼 1980년대 시절의 모든 상업적 저질 쏘스들로부터 영감들을 무작위로 얻어내어 '아방가르드'라는 장르의 미명하에 자기음악화하는, 일종의 '키취적 장인정신'을 우직하게 추구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80년대 중-후반에 자주 들었던 C급 싼마이 헐리우드 영화/드라마 주제가, 크리스챤 팝, 광고 음악 등과 같은 유치찬란한 음악들을 구형 디지털 샘플러와 각종 싸구려 신씨사이져/키보드 선율로 재현해내는(음악에 등장하는 싸구려 건반 리프들은 샘플링이 아닌, 페라로 자신의 건반 솜씨에 의해 모두 재현된 것이다) 그의 싸구려 복고 본능은 고급스러움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이박사급 나르시시즘에 근본적으로 천착해 있는데, 스펜서 클락(Spencer Clark)과의 THE SKATERS 듀오 시절까지 포함한 십년 남짓의 프로(?) 음악 생활 동안 선보인 스무장이 넘는 족보 불분명의 앨범들로 이루어진 디스코그래피 목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음악성을 심각하게 고려치 않고 마구 녹음해서 시중에 풀어버리는 그의 어수룩함과 배짱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실례로 라이브 공연을 가게 되면 제임스 페라로 자신이 직접 가내수공업으로 찍어낸 CD-ROM들을 남대문 보따리 장사꾼처럼 무대 한 구석에 널어놓고 공연 후 직접 헐값에 판매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터인데, 때문에 몇몇 앨범들은 본의 아니게 '100장 한정판' 쯤으로 풀려진 경우가 많으나 아직까지는 인터넷 옥션에서 넉넉잡고 수만원에 득템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관심있다면 시중에 떠도는 CD-R 앨범들을 온라인을 통해 재빨리 회수하도록. 앞서 로렐 할로를 통해 잠시 언급되기도 했던 Hippos in Tanks 레이블을 통해 이번만큼은 정식(!)으로 발매된 [Far Side Virtual]은 그동안 제임스 페라로가 줄기차게 탐구해오던 한물간 음향들의 오케스트레이션 작업이 가장 최고의 레벨로 정돈되어진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항상 롤랜드 신형 키보드 못지 않은 명기의 소리로 거듭나는 구형 카시오 '장난감용' 키보드와 그외 80년대형 무명 디지털(아날로그가 아니다) 키보드들의 저질 음색을 필두로 애플/윈도우 시스템 종료 시그널, 철지난 사이보그 영화 사운드, 그외 각종 조잡한 80년대 샘플 등이 정갈하게 유기체를 이루면서 울려대는 이 유쾌한 잡동사니 협주곡은, 잡스러움을 넘어 때로는 찐한 센티멘탈한 감동을 때로는 흥겨운 댄스 그루브를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놀라움까지 선사하는데, 정말 이야말로 오직 '사이비 연금술사' 제임스 페라로만이 독창적으로 주조해낼 수 있는 21세기 키취 음악/미학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난잡하고 이질적인 아방가르드식 브리꼴라쥬(bricolage) 사운드로 범벅이 될 것만 같은 그의 음악들은 이렇듯 놀라울 정도로 이해하기 쉬운 리스너친화적 키취 사운드의 매터리얼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으니, 바로 이는 분명 오늘날 대니얼 로파틴, 로렐 할로, 그리고 신흥 사이비집단 Not Not Fun 레이블 아티스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적 이데아의 시작점이자 최고의 표본점이라고 칭할만한 선구자적 경의로움 그 자체의 작품인 것이다.


"True Blue"
8
DIRTY BEACHES
Badlands
(zoo)


"Faking Jazz Together"
7
CONNAN MOCKASIN
Forever Dolphin Love
(because / phantasy)


"Recollections of the wraith"
6
SHABAZZ PALACES
Black Up
(sub pop)
필자가 까까머리 중딩시절 'cool like that, chill like that' 을 주절대며 메인스트림 음악계를 강타했던 슈퍼 핫트랙 "Rebirth of Slick"의 주인공인 힙합 트리오 DIGABLE PLANETS는 당시 힙합그룹으로써는 여러모로 이질적인 풍모로 넘쳐나던 존재들였다. 프랑스 시인들(보들레르, 말라르메)을 논하고 프리 재즈의 우수성을 설교하던 DIGABLE PLANETS는 "Rebirth of Slick" 이후 메인스트림 씬과 주류 힙합계에서 서서히 멀어져갔지만 이와는 상관없이 이들은 출신지 뉴욕/동부 지역 백인 칼리지 음악팬들에게 항상 스테디 셀러 음악인의 대접을 받으며(실제로도 이들의 라이브 공연에는 흑인들보다 백인 대학생 관객들이 더 많이 모여들곤 했다) 오랫동안 생명을 연장해왔다. 전성기 당시 우리는 카리스마 래퍼 두들버그(Doodlebug)와 여성 멤버 레이디버그(Ladybug)의 존재감에 이목을 더 집중했었고 정작 버터플라이(Butterfly)에 관해서는 마돈나와 플레이걸(Playgirl)에서 찜한 섹시남/귀여미의 이미지만 떠올릴 뿐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 그 자체에 관해선 그다지 큰 신경을 쓰지 않았었는데, 2011년 그가 'SHABAZZ PALACES'라는 이름과 함께 조용히 들고 나온 첫번째 정규 솔로 프로젝트 앨범 [Black Up]은 이스마엘 버틀러로 하여금 버터플라이 시절의 편견과 오해(? 섹시남의 이미지?)를 완전 벗어던지고 힙합 예술의 새로운 롤 모델로 우뚝 솓게 해주는 기념비적 앨범의 형태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이 앨범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비트. "샤바즈" 버틀러는 무참하게 왜곡된 베이스라인, 흑마술적으로 두드려대는 퍼커션과 트라이벌 비트 등의 쏘스들을 (투스텝/덥스텝을 방불케하는) 불규칙적인 패턴과 변태적인 트랜지션(transition) 하에 자유자재로 뒤섞고 여기에 실험적인 아방가르드/일렉트로닉 음악에서 즐겨 쓰이곤 하는 갖가지 아날로그 샘플과 노이즈, 턴테이블 소리 등까지 앨범 적시적소에 삽입시키면서 기존의 오써독스 게토 힙합 음악에서 접할 수 없는 '미니멀리즘(여백의 미가 상당한 앨범이다)+싸이키델리즘(SUN RA의 재래)+익스페리멘탈리즘(레프트필드 힙합, 개러지 비트, IDM적 풍모) 삼위일체' 의 고난이도 힙합 음악을 완성시켜낸다. [Black Up]에서의 실험적 풍모는, 일방노선을 지나치게 타면서 흑인적 풍미를 죽여놓은(나쁘다는 소리가 아님) DJ 섀도, PREFUSE73, FLYING LOTUS의 실험성과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것으로, 재즈와 아프로비트 등의 요소들까지 끌어들여 흑인 음악 특유의 질퍽한 토속적 질감과 골격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마일즈 데이비스적 프리스타일 익스페리멘탈리즘을 이토록 능숙하게 접목해낸 점은 분명 이 앨범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주기에 충분한 어프로치가 아닐 수 없다. [Black Up]을 릴리즈한 소속 레이블만 봐도 혁신적인 구석이 다분한데, 바로 NIRVANA의 유일한 100% 인디 작품 [Bleaches]을 비롯, 수많은 미국 인디 펑크 레전드들이 한번쯤은 거쳐갔던 인디록 레이블 Sub Pop이 이 앨범을 도맡아 발매한 것! 당연 샤바즈의 [Black Up]이 1986년 레이블이 설립된 이후 최초의 흑인 음악 앨범이라는데, 음악적 시도와 완성도를 두루 구현해내면서 동시에 음악 외적인 혁신성(최초의 Sub Pop 힙합 앨범!!!)까지 갖춘 이 앨범은 앞으로 새로운 인디 익스페리멘탈 힙합 음악의 서막을 여는 데 성공한 2011년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써 후세에까지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30-26   25-21   20-16   15-11   10-6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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