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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THE GAME: The R.E.D. Album (2011)


'웨스트코스트 갱스터랩의 뚝심' 더 게임(The Game)의 신보가 드디어 지난 8월 23일에 발매되었다. 정말 이 홍의 얼굴만 딱 봐도 항상 "나는 갱스터다" 라고 씌어있는 듯 한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 앨범 타이틀과 재킷 역시 'The R.E.D. Album', 즉 LA의 Blood 갱단을 대표하는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그러나 우리의 게임횽은 이번 앨범의 뜻이 블러드갱을 뜻하는 것이 아닌 'RE-Dedication', 즉, 힙합에 다시 모든걸 바치겠다는 의미에서 'R.E.D.' 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위협적인 갱단 이미지 타이틀에 살짝 비켜서, 대형마트 등에도 유통 가능하게끔 껨횽이 머리를 좀 쓰신 것이다). 

더 게임의 열혈팬이라면 이미 탈진상태를 넘어 정줄을 놓는 기분으로 이 앨범을 기다렸을 것인데, 이유인즉 2009년도 말부터 이번 발매일까지 무려 10번씩이나 릴리즈가 미뤄져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 여러가지 싱글들을 발매하긴 했지만, 거듭된 게임횽의 정규앨범 발표 취소/연기로 인해 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킴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GG!를 외치는 볼멘 목소리들도 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더 게임 왈 '이번 앨범은 (우여곡절이 있었던만큼) 내 아기처럼 매우 소중한 작품이며, 예전 믹스테잎, 싱글곡들보다 한 20배는 더 좋다!' 라고 자신만만해 하니, 이제 한번 앨범 수록곡들을 귀기울여 들어보기로 한다.

그가 심사숙고한 만큼, 이번 앨범에는 입이 쩍벌어질 정도로 호화진용의 프로듀서들과 피쳐링진이 포진하고 있다. 일단 드레횽의 신봉자답게 닥터드레횽의 인트로로 앨범을 인도하며, 또다른 거물 Cool & Dre가 프로듀싱한 두번째 트랙 "The City" 에서는 한층 더 거칠어진 목소리로 마치 나스횽의 "One Mic"처럼 독백하듯이 마구 뱉어내는 겜횽의 물오른 랩을 들을 수 있다. Westside Connection을 약간 연상시키는 "Drug Test" 는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두 대물 드레횽과 스눕횽이 참여해 한껏 분위기를 연출해준 트랙으로, 곡의 후렴구에는 Sly가 보컬을 해주었는데, 얼마전 우리들 곁을 떠난 네잇 독(Nate Dogg)횽님의 빈자리를 매꾸려는 듯한 그의 노력이 은근히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 앨범의 첫번째 싱글곡으로 지목된 "Martians Vs Goblins"는 어쩌면 껨횽에게 있어서 가장 새로운 시도가 아닐까 싶다. 두 거장들(드레횽 & 스눕횽)이 한번 행차한 후, 바로 새로운 골칫거리 두명이 등장해서 다크한 어둠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름하여 화성인 Lil Wayne과 괴물 고블린 Tyler The Creator의 피쳐링인데, 일단 여기서 새로이 주목이 되는 인물은 바로 음침한 목소리의 주인공 타일러횽이다. 이 횽이야말로 요즘 미디어와 언더씬에서 가장 큰 극찬을 받으며 한창 새롭게 부상을 하고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참여한 이 트랙이 다른 랩 거장들이 참여한 곡들보다 유독 눈길을 끈다. 물론 주인공 게임횽의 거침없는 입담 또한 이곡에서 접할 수 있는데, 가사 중 유명소울싱어 Erykah Badu가 나체로 등장했던 최근 뮤직비디오("Window Seat"을 말하는 듯하다) 를 촬영했던 그날, 서로 그것(..19..)을 나누었으며, 마치 완탕스프(만두국)처럼 후루룩 해먹었다는.. 당사자 빼곤 알수없는, 믿거나 말거나한 찌라시 양념을 뿜어내는 위용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곡의 또다른 특징으로는 타일러횽과 더불어 참여한 릴웨인횽의 막판 피쳐링인데, 보통 Verse 하나 할법한 웨인횽이 후렴구등에만 짧막하게 목소리를 내보였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하다. 주변에서는 '너무짧다', '더 듣고싶다', 혹은 '딱 적당하게 들어간 것 같다'  등등의 의견들이 분분한데, 필자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어떤 '미적인' 측면에서 이 정도 분량이라면 아주 알맞게 첨가된 것 같은 느낌이 들며 이 덕분에 요즘 지겹도록 들었던 웨인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욱 새롭게 느껴지는 반사효과 또한 있는 듯하다.

이어지는 "Red Nation"은 1999년도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독일출신의 테크노/일렉트로 프로젝트 듀오 Zombie Nation의 대히트곡 "Kernkraft 400" 을 샘플링한 곡으로, 앞선 트랙에서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웨인횽의 목소리를 섭섭치 않게 들을 수 있어 웨인횽의 팬이라면 필청할만한 트랙이다. 12번째 트랙 "Speakers On Blast"는 작년 [Sir Lucious Left Foot] 앨범으로 다시 한번 거장다운 위엄을 자랑했던 Big Boi 횽아가 피쳐링 참여해주었으며 서부 Bay Area를 대표하는 거물 랩퍼 E-40횽의 랩 또한 더불어 접할 수 있다.

앨범의 후반부로 돌입할수록 R&B 풍의 곡 "Hello"와 "All The Way Gone", 그리고 크리스브라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돋보이는 "Pot of Gold" 등 겜횽의 감성적인 면모를 맛볼 수 있는 곡들이 포진해 있으며, 그 와중에 "Born In The Trap"에서는 디제이 프리미어횽님의 클래식 Boom Bap 스타일의 곡을 즐길 수 있다. 그밖에 "Mama Knows"에서는 아름다움과 미묘함을 겸비한 목소리를 가진 Nelly Furtado가 피쳐링해 앨범의 품격을 더했으며 또한 넵튠즈의 감각있는 프로듀싱 역시 이곡에서 살짝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곡인 "California Dream"은 얼마전 제이지횽과 함께 공동앨범을 선보였던 카니예횽이 프로듀싱한 곡으로, 겜횽의 첫앨범 [The Documentary]에서 들을 수 있었던 자신의 딸의 탄생에 관한 랩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그리고 '앨범의 끝인데 왠지 이건 끝이 아니다' 라는 느낌을 선사하는 드레횽의 간지나는 30초짜리 아웃트로와 함께 겜횽 컴백앨범의 대단원이 마무리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더 게임의 신보인만큼, [The R.E.D. Album]은 '완전 역대 대작이다', '클래식이다', 혹은 '그저 그렇다' 등 의견들이 분분한데, 사실 필자의 솔직한 입장으로는 이번 앨범이 아주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초기에 나온 두 앨범들([The Documentary (2005)], [Doctor's Advocate (2006)])의 영향이 너무 컸던 탓일까, 똑같은 감흥을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솔직히 조금의 실망감이 없지 않았다. 사실 이번 앨범에서 다양한 변화와 시도들을 많이 했는데,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게 없다는 것인가, 전체적으로 올해의 앨범이라고 선정하기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나친 기대감에서 온 필자의 개인적인 푸념일 뿐이고, 매우 빵빵한 비트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겜횽의 거침없는 플로우를 감상하기엔 충분한 앨범임에는 분명하다. 더불어 오십전 형님과 5년 동안 지루하게 끌어오던 디스 전쟁도 이제 싫증이 난 것인지, 안그래도 '디스'에 관한 더이상의 호응도 없는 판국에 이번 앨범에서 오십전 형님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만큼은 참으로 적절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RATING: 75/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