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ros]는 SEPULTURA가 Nuclear Blast 레이블에서 발표한 첫번째 앨범인데다 두 장의 전작들 [XXI (2006)]와 [A-Lex (2009)]의 '컨셉트 앨범' 느낌도 그다지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이번 새 앨범 소식에 나름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는데,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쓰래쉬 메틀적 요소로 접근하고자 한 그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이들이 앨범 발표전 인터뷰에서 암시를 했던 대로 [Beneath The Remains (1990)], [Arise] 의 야수적 데쓰 메틀과 [Chaos AD]의 그루브 메틀적 요소를 결합하고자 한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듯 안드레아스 키서의 정통 헤비 메틀 삘 충만한 묵직한 다운 피킹과 기타 솔로 리프, 파울로 주니어- 진 돌라벨라의 그루브감 넘치는 리듬 컴비네이션이 밴드 특유의 속도감-파괴력에 실려 나름의 메틀 풍모를 질퍽하게 머금은 그루브 메틀이 탄생되었다. 허나 다크 메틀성 무드 속에서 쓰래쉬 메틀 전형의 멜로디 훅(hook)/파워/스피드와 하드코어 특유의 그루브감을 동시다발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던 [Chaos AD]와 비교한다면 "Territory", "Refuse/Resist" 같은 명작들과 대적할만한 트랙들을 본 앨범에서 딱히 찾아볼 순 없으며 과거 [Beneath The Remains] 시절의 스피디하면서도 야수적인 쓰래쉬/데쓰 환영을 재현하는 곡이라곤 13번째 트랙 "No One Will Stand" 정도에 그치고 있다.
MESSUGAH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느낌의 솔로 리프와 함께 좀 더 헤비한 느낌으로 RATM식 그루브를 타는 오프닝 트랙 "Spectrum" 는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스 카발레라의 후광을 완전 걷어낸 21세기식 SEPULTURA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이 곡에서 드러나는 깨끗한 질감의 연주력과 프로덕션이 막스 시절의 '지저분한' 야생성에 열광했던 팬들의 가슴을 100% 적셔줄 지는 의문스럽고, [Chaos AD]의 "Nomad" 기승전결을 빼닮은 "Kairos" 에서는 "Nomad"의 핵심이었던 이고르의 변칙적 박자 센스와 질풍같은 더블베이스 킥이 사라지고 진 돌라벨라 특유의 테크니컬 그루브 드러밍이 이를 대신하지만 원시적인 도발에너지가 예측 불가능한 패턴으로 전개되던 "Nomad"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은 뻔한 연주 패턴으로 일관되어 있다. MINISTRY의 커버곡 "Just One Fix" 와 클로징 트랙 "Structure Violence (Azzes)" 은 RAMMSTEIN의 "Du Hast" 와 별 다를바 없는 MORBID ANGEL식 조크에 가까운 선택이며, "Dialog"에서 얼터너티브 메틀 풍 기타 배킹과 평범한 텍스쳐로 일관하는 데릭 그린의 독백/보컬에 이어 깔끔하게(?) 긁어대는 안드레아스 키서의 트레몰로 피킹은 아마존 밀림처럼 살벌하게 조성되던 예전 데쓰 시절의 사악한 질감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Kairos]는 반복되는 그루브로 일관하지만 여타 판에 박힌 (cliché) 그루브 메틀 밴드들보다는 훨씬 파워감이나 메틀적 취향을 제대로 엮어낼 줄 아는 SEPULTURA의 능력이 나름 십분 발휘된 앨범이다. 그러나 한때 METALLICA도 부러워 하던 'SEPULTURA' 라는 이름의 그 거대한 위압감과 당당함은 카발레라 형제의 탈퇴 후 급격하기 시들어버렸고 현재 SEPULTURA의 위용은 로저 워터스 빠진 PINK FLOYD 마냥 초라해 보일 뿐이다. 물론 후발 주자 데릭 그린과 진 돌라벨라 역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레벨 A 역량을 갖고 있는 능력남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들어오면서 더 극대화된 듯한 무한 반복 그루브 성향이 오히려 SEPULTURA의 음악 안에서 그들만의 메리트로 100% 승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만일 막스 카발레라가 아직까지 밴드의 중심을 잡고 건재하고 있다면 상황은 또 다르게 전개되고 있겠지만 카발레라의 재합류가 이제 완전 요원해진 현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은 그닥 소용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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