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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SEPULTURA: Kairos (2011)


SEPULTURA가 [Arise (1991)]의 대성공 이후 뜬금없이 내놓은 하드코어 성향의 앨범 [Chaos AD (1993)]은 여타 하드코어 밴드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폭발적인 호전성/비관주의와 쉴틈없는 연주력/스피드/파워 등을 과시하면서 당시 비평가나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으며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루브 메틀 주류화의 모태가 되는 중요 앨범으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렇듯 [Chaos AD]은 메틀 음악의 스타일 전환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성공 사례로 손꼽히고 있지만 그게 SEPULTURA 전성시대의 끝물이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Roots (1996)] 이후 SEPULTURA의 영원한 프론트맨이 될 것만 같았던 막스 카발레라의 탈퇴, 그리고 이고르 카발레라의 탈퇴까지 이어지며 이젠 SEPULTURA의 새앨범 발매 소식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 정도로 예전 골든 제너레이션의 아우라가 완전 퇴색해진 상태이지만 적어도 전성기 멤버 안드레아스 키서와 파울로 주니어의 안부를 체크하는 차원 정도에서 밴드의 12번째 스튜디오 앨범 [Kairos]는 한번쯤 들어볼만한 가치 정도는 있으리라.

[Kairos]는 SEPULTURA가  Nuclear Blast 레이블에서 발표한 첫번째 앨범인데다 두 장의 전작들 [XXI (2006)]와 [A-Lex (2009)]의 '컨셉트 앨범' 느낌도 그다지 나쁘진 않았기 때문에 이번 새 앨범 소식에 나름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는데,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쓰래쉬 메틀적 요소로 접근하고자 한 그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준다. 어쩌면 이들이 앨범 발표전 인터뷰에서 암시를 했던 대로 [Beneath The Remains (1990)], [Arise] 의 야수적 데쓰 메틀과 [Chaos AD]의 그루브 메틀적 요소를 결합하고자 한 의도가 충분히 반영된 듯 안드레아스 키서의 정통 헤비 메틀 삘 충만한 묵직한 다운 피킹과 기타 솔로 리프, 파울로 주니어- 진 돌라벨라의 그루브감 넘치는 리듬 컴비네이션이 밴드 특유의 속도감-파괴력에 실려 나름의 메틀 풍모를 질퍽하게 머금은 그루브 메틀이 탄생되었다. 허나 다크 메틀성 무드 속에서 쓰래쉬 메틀 전형의 멜로디 훅(hook)/파워/스피드와 하드코어 특유의 그루브감을 동시다발적으로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던 [Chaos AD]와 비교한다면 "Territory", "Refuse/Resist" 같은 명작들과 대적할만한 트랙들을 본 앨범에서 딱히 찾아볼 순 없으며 과거 [Beneath The Remains] 시절의 스피디하면서도 야수적인 쓰래쉬/데쓰 환영을 재현하는 곡이라곤 13번째 트랙 "No One Will Stand" 정도에 그치고 있다.

MESSUGAH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느낌의 솔로 리프와 함께 좀 더 헤비한 느낌으로 RATM식 그루브를 타는 오프닝 트랙 "Spectrum" 는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스 카발레라의 후광을 완전 걷어낸 21세기식 SEPULTURA의 모습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지만 이 곡에서 드러나는 깨끗한 질감의 연주력과 프로덕션이 막스 시절의 '지저분한' 야생성에 열광했던 팬들의 가슴을 100% 적셔줄 지는 의문스럽고, [Chaos AD]의 "Nomad" 기승전결을 빼닮은 "Kairos" 에서는 "Nomad"의 핵심이었던 이고르의 변칙적 박자 센스와 질풍같은 더블베이스 킥이 사라지고 진 돌라벨라 특유의 테크니컬 그루브 드러밍이 이를 대신하지만 원시적인 도발에너지가 예측 불가능한 패턴으로 전개되던 "Nomad"에 비해 전체적으로 조금은 뻔한 연주 패턴으로 일관되어 있다. MINISTRY의 커버곡 "Just One Fix" 와 클로징 트랙 "Structure Violence (Azzes)" 은 RAMMSTEIN의 "Du Hast" 와 별 다를바 없는 MORBID ANGEL식 조크에 가까운 선택이며, "Dialog"에서 얼터너티브 메틀 풍 기타 배킹과 평범한 텍스쳐로 일관하는 데릭 그린의 독백/보컬에 이어 깔끔하게(?) 긁어대는 안드레아스 키서의 트레몰로 피킹은 아마존 밀림처럼 살벌하게 조성되던 예전 데쓰 시절의 사악한 질감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Kairos]는 반복되는 그루브로 일관하지만 여타 판에 박힌 (cliché) 그루브 메틀 밴드들보다는 훨씬 파워감이나 메틀적 취향을 제대로 엮어낼 줄 아는 SEPULTURA의 능력이 나름 십분 발휘된 앨범이다. 그러나 한때  METALLICA도 부러워 하던 'SEPULTURA' 라는 이름의 그 거대한 위압감과 당당함은 카발레라 형제의 탈퇴 후 급격하기 시들어버렸고 현재 SEPULTURA의 위용은 로저 워터스 빠진 PINK FLOYD 마냥 초라해 보일 뿐이다. 물론 후발 주자 데릭 그린과 진 돌라벨라 역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을 만큼 레벨 A 역량을 갖고 있는 능력남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들어오면서 더 극대화된 듯한 무한 반복 그루브 성향이 오히려 SEPULTURA의 음악 안에서 그들만의 메리트로 100% 승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만일 막스 카발레라가 아직까지 밴드의 중심을 잡고 건재하고 있다면 상황은 또 다르게 전개되고 있겠지만 카발레라의 재합류가 이제 완전 요원해진 현 상황에서 이러한 가정은 그닥 소용이 없으리라.

RATING: 61/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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