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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MORBID ANGEL: Illud Divinum Insanus (2011)


족보대로 음악 듣는 데쓰 메틀 매니어들에게 MORBID ANGEL의 존재는 포크계의 밥 딜런 레벨 정도 된다면 대충 적절한 비유일까.  DEATH, OBITUARY, DEICIDE, CANNIBAL CORPSE와 함께 플로리다 데쓰메틀 5대 천황의 자리를 공고히 했던 그 신화적인 메틀 밴드께서 8년의 공백을 깨고 드디어 대망의 8집 앨범 [Illud Divinum Insanus]을 내놓았다.

MORBID ANGEL 전성기의 중추적 핵심 인물이었던 데이빗 빈센트(보컬, 베이스)가 다시 밴드에 합류하고 노르웨이 출신의 젊은 기타리스트 Destructhor 가 세컨드 기타리스트로 영입이 되었지만, 아쉽게도 MORBID ANGEL 스피드의 원천이었던 피트 샌도벌이 디스크 수술로 인해 앨범 녹음 작업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전작 [Heretic (2003)] 앨범 멤버로는 기타리스트 트레이 아제익토쓰 혼자만이 남아 있는 셈이 되어버렸다. 허나 황금 듀오 데이빗 빈센트와 트레이가 [Domination (1995)] 이후 16년만에 앨범을 같이 발표하는 것이기에 팬들의 기대는 앨범 제작이 시작된 작년 6월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증폭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의 엄청난 기다림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희대의 '이상한' 어프로치들로 떡칠이 되어 있다. 다소 황당했던 시도들로 설왕설래가 오갔었던 [Heretic] 에서 이미 급변화의 조짐을 어느 정도 눈치채기는 했었지만 이번 앨범만큼 충격적인 궤도 수정은 밴드 결성 이래 처음일 것이다.

인더스트리얼 음악으로 완전 회귀? 왜?

인더스트리얼 록 음악. 물론 아주 멋있는 음악 장르다. 아인스튀어첸데 노이바우텐, 나인 인치 네일스, 미니스트리, 라이바흐... 그동안 록 음악사에 길이 남을 밴드들을 배출시키고 한때 '헤비 메틀의 21세기식 대안' 으로까지 칭송받았던, 나름의 아방가르드한 메틀 영역으로 특수하게 분류되는 장르인 만큼 연륜이 붙을대로 붙은 MORBID ANGEL이 매너리즘의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충분히 욕심낼 만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데쓰 메틀의 거장, 혹은 데쓰 메틀의 마지막 희망, 미국 익스트림 메틀의 개척자/선각자... 데쓰 메틀 밴드로써는 과분할 정도로 화려한 미사여구들을 수없이 선사받은 이들이 [Illud Divinum Insanus]에서 무모하게 선택한 길은 그다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Illud Divinum Insanus]에는 예전 [Covenant (1993)] 시절의 스피디하면서 사타닉한 데쓰 감각을 지닌 트랙들("Existo Vulgoré", "Blades for Baal", "Nevermore")도 일부 담아내며 기존의 골수 M.A.팬들을 위한 최소한의 아량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나머지 8개의 수록곡들은 자세한 언급이나 묘사가 불필요할 정도로 어설픈 미완성 형태의 아방가르드 파편물들로 난도질되어 있다.  RAMMSTEIN의 마초적 인더스트리얼 음악을 연상시키는 전자음색 농후한 비트들의 융단 폭격 ("Too Extreme!", "Destructos Vs. the Earth / Attack"), HELMET, BIOHAZARD, WHITE ZOMBIE 부류의 하드코어 음악에서나 느껴지는 힙합성 그루브감("I Am Morbid", "10 More Dead")을 바로 극악 초스피드 사타닉 데쓰 거성 MORBID ANGEL의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히 황당무지한 체험에 다름아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재앙은 이번 앨범에서 그들이 나름 다양하게 누려보는 새로운 장르 체험들(다크 웨이브, 인더스트리얼, 하드코어 테크노, 가바)이 하나같이 일관성이나 컨셉트 없이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드러머 피트 샌도벌의 부재' 도 싸운드 몰락의 이유 중 하나로 오르내리고 있지만,  '미사일' 이라는 닉네임까지 가진 써브 드러머 팀 융의 드러밍은 이미 메틀 세션계에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최고 반열에 올라 있는 수준을 자랑하고 있기에 '팀 융의 존재' 는 오히려 노화된 M.A.의 플러스 요인이 될 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패인의 원흉은 바로 데이빗 빈센트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는데, 2004년 이후 밴드에 재합류한 데이빗 빈센트는 실제로 오래전부터 인터스트리얼 음악에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1996년 탈퇴를 선언했던 이유도 바로 부인의 인터스트리얼 록 밴드에서 메인 멤버로 활동하기 위해서였던 만큼 이번 MORBID ANGEL의 생경한 싸운드들도 데이빗 빈센트의 입김에서 비롯된 변혁의 몸부림이 아니었나 추측된다.

물론 매너리즘의 압박감을 느낄만한 과도기적 시기에 꾀하고자 한 실험적 어프로치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지만, 그 8년의 공백 기간 동안 급박하게 돌아갔던 현 메틀 씬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M.A.이 너무 쉽게 본게 아닌지... 소장용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 앨범을 절대 사지 말 것. 다운로드로 살짝 간만 봐도 충분할 법한 '올해 최악의 데쓰 메틀 앨범' 노미네이트감이 바로 [Illud Divinum Insanus]이다.

RATING: 35/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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