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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IN FLAMES: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2011)


"Where The Dead Ships Dwell"

유일한 창단 멤버이자 멜로딕 기타리프 전문가 예스페르 스트룀블라드가 작년 팀을 탈퇴하면서 이제 IN FLAMES에는 데뷔 앨범 [Lunar Strain (1994)]에 참여한 멤버가 전무한 상황이 되었지만, 멜로딕 데쓰 메틀의 역사에서 빼서는 안될 명반 [The Jester Race (1996)]를 비롯, 스웨덴 메틀계에서 거목으로 발돋움하게끔 해주었던 [Whoracle (1997)], [Colony (1999)] 등 여느 밴드들보다 훨씬 강렬했던 그들의 90년대 시절을 잊지 못하는 팬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난 6월 대망의 10번째 정규 앨범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을 발표했다.

IN FLAMES 골수팬이라면 충분히 인지하고 있듯이, 현재 그들의 사운드는 분명 90년대 야수적인 성질과는 극도로 판이한 매터리얼으로 변형되어 있다. 왕년 스피드 메틀을 방불케하는 왕성한 속도감과 치열한 트윈기타 잼은 JUDAS PRIEST나 IRON MAIDEN 못지 않은 화려함을 뽐내곤 했지만, 이번 신보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에서 그러한 고급 메틀 퀄리티의 형질은 아쉽게도 거의 종적을 감춰버린 상태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IN FLAMES를 '데쓰 메틀 밴드' 로 정의내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을 얘기할 때 더 이상 '데쓰' 라는 단어를 섞어 쓰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IN FLAMES는 그야말로 레귤러 '메틀 밴드' 로 완벽하게 신분세탁이 되어 있다고나 할까. 스웨덴판 그래미상인 Grammis에서 올해의 하드록 뮤지션상을 4연패한 저력에서 보듯 이들은 거칠고 사악한 기운을 툭툭 털어내고 더욱 친대중적/현실타협적으로 이미지를 점차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제 자국 스웨덴에서는 조금 과장 더 보태서 미국: BON JOVI, 캐나다: NICKELBACK 식 거국적 사랑을 듬뿍 받는 국민 메틀 밴드로 발돋움 중에 있다 (시상식 무대에 등장한 그들의 말쑥한 모습을 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신보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은 IN FLAMES에게 더이상 데쓰 메틀이 아닌 얼터너티브 메틀 혹은 뉴 메틀(nu-metal) 밴드로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버리는 기념비적(?) 앨범이다. 음악적 색깔이나 분위기 면에서는 전작 [A Sense of Purpose (2008)]과 상당히 흡사하게 흘러가지만, 프로덕션적인 면에서는 전작보다 제법 향상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평범모드 보컬로 종목을 바꾼 안더스 프리던의 보컬 실력 역시 이러한 고급 프로듀싱 덕에 힘겹게 호흡을 가다듬던 이전 모습들을 매끄럽게 잘 위장시켜내면서 클린 보컬리스트로써의 역할을 나름대로 충실히 수행해내고 있다. 남성미와 힘이 넘치던 그런팅 보컬의 이미지가 아직도 훨씬 더 강렬한 프리던이지만 사십줄 접어든 나이에 여느 뉴메틀 밴드들 못지 않은 퀄리티의 클린 보컬을 훌륭하게 소화시켜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퀄리티 여부를 떠나) 일단 크게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모(emo) 밴드 스타일의 오프닝 트랙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 부터 골수 데쓰팬들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발라드풍 클로져 "Liberation" 에 이르기까지 수록된 13곡 모두 얼터너티브 메틀적인 요소들로 넘실대고 있는데, 예테보리 멜로딕 데쓰 전설의 첫 페이지를 장식했던 신화적 존재가 이렇게 달달한 얼터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분명 허망한 충격이긴 하지만, '얼터너티브 메틀로 종목을 전환한 노장 밴드' 라는 핸디캡이 굳은 필승의지로 승화되었는지 예사롭지 않은 하드록/얼터너티브 보컬/기타 훅(hook)들을 앨범 여기저기에서 무수하게 터트려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앨범 완성도 자체만 놓고 본다면 분명 2000년대에 나온 앨범들 중 가장 최고 퀄리티의 연주력과 프로덕션을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The Puzzle", "Darker Times"  같은 트랙들 같은 경우에는 그들의 현재 음악관 속을 깊숙히 빠져들고 있는 얼터너티브적 기운들과 앞뒤 안 재고 스피드/파워 모드 속으로 달려들던 혈기왕성했던 전성기 시절 사운드가 적절하게 믹스가 되어 90년대 식과는 완전 다른 새로운 형태의 IN FLAMES식 아드레날린을 맛보게끔 해준다.

[Sounds Of A Playground Fading]은 그나마 잔존하던 소량의 데쓰적 기운까지 완전하게 탈탈 털어내버린 앨범이기에 90년대 사운드를 잊지 못하는 골수팬들로부터는 좋은 점수를 얻어내기 힘든 작품일 수도 있겠지만, 거물 레이블 Century Media와의 재결합 덕에 완벽해진 프로덕션 퀄리티를 등에 업고 앨범 여기저기에서 팍팍 질려대는 멜로디 훅들과 전작들에 비해 자신감이 더 붙은 듯한 프리던의 클린 보컬 라인만큼은 원년 멤버 제로 상태인 IN FLAMES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에 나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행여나 [The Jester Race], [Whoracle], [Colony] 시절의 고감도 멜로딕 데쓰 트윈 기타 시스템과 그런팅 보컬 감촉에 대해 아직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면, FM 라디오용 상업 록음악으로 제격인 미국식 얼터너티브 발라드 클로징 트랙 "Liberation" 을 무한 반복 재생으로 셋업시켜 감상하면서 안정된 말년생활을 도모하고자 눈물겨운 현실타협 중인 이 아저씨들의 안녕을 이제 그만 두손모아 빌어주자. 오히려 유치찬란 신디사이져의 향연으로 우리들을 거대하게 실망의 구렁텅이로 내몰았던 [Soundtrack to Your Escape (2004)]의 뻘짓에 비한다면 KORN이나 LINKIN PARK 급 세속적 사탕발림 사운드 함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면서 그 이지리스닝 멜로디 감각을 강력 메틀 프레임워크 속에 잘 섞어낸 이번 앨범의 얼터 뉘앙스쯤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운 수준이리라. 변절 퍼레이드와 스트룀블라드의 탈퇴 등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싹 비우고 감상한다면 그다지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닌 앨범이라고나 할까.

RATING: 67/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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