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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REAL ESTATE: Days (2011)


'부동산' 이라는 아주아주 촌스러운 이름에, 백인 백수 촌놈들로 버글대는 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 출신. 이런 점 때문에  '차라리 SUNNY DAY REAL ESTATE 앨범을 한번 더 듣고 말지' 라면서 한동안 무시하기도 했었던 그 밴드 REAL ESTATE가 눈에 번쩍 띄는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 [Real Estate]을 내놓은지 2년만에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뉴저지 시골 출신이라는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REAL ESTATE의 음악을 눈을 감고 듣노라면 마치 햇볕 잘 드는 미국 시골 어딘가에서 하이킹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그 '시골스러움' 이란 도시에서 도퇴된 꾸질꾸질한 느낌이 아니라 잠시 교외 근교로 소풍을 나왔을 때 설레임과 흥겨움을 안겨주는 사랑스러운 시골의 정경과 매치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써의 시골스러움이리라. 특히 데뷔 앨범 [Real Estate]에서 윌리 넬슨의 컨트리 음악이나 비취 보이스의 서프 가라지 영향이 드리워진 아메리카나 사운드를 기억하고 있다면 REAL ESTATE의 음악이 미국 전통적/향토적 사운드스케잎과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 어느정도 동의할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태생적으로 '미국 촌놈 특유의' 토속적 취향을 아주 찐하게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REAL ESTATE가 완성해내는 음악의 최종적 아웃풋(output)은 예상을 뒤엎고 80년대 R.E.M.시절 미국 칼리지 록의 세련된 감성과 유러피언적 기타 취향이 미국 토속적 풍모와 함께 상당한 농도로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이들이 최근 고향 뉴저지를 벗어나 뉴욕 브룩클린으로 터전을 옮기며 페쇄적 아메리카니즘의 묵은 때를 조금 더 벗어낸 덕에 이번 새 앨범 [Days]의 사운드는 훨씬 더 부드럽고 깔끔한 형태로 다듬어져 있으며 매 프레이즈마다 귀에 착착 감기는 REAL ESTATE 고유의 기타 멜로디 훅 또한 데뷔 앨범에 비해 상당히 세련된 양식과 감촉으로 발산되고 있다(물론 필자 역시 아메리칸이 아니기 때문에 야릇한 컨트리 뽕짝 '끼' 가 조금 더 빠진 이번 앨범 사운드가 훨씬 더 좋게 들린다. 이것은 진리). 

특히 조용하면서도 가공할만한 핵무기급 완성도를 자랑하는 REAL ESTATE식 아르페지오 트윈 기타 사운드는 이번 [Days]에서 아주 멋들어지게 만개해 있음을 앨범 여기저기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차분하지만 밀도있는 피킹으로 인스트루멘탈 본능을 무한하게 발산해내는 트윈 기타의 두 축 마틴 코트니와 매튜 만더나일의 기타 앙상블은, 쟁글 팝의 우선덕목이자 클래식 모던록의 근간이기도 한 클린톤/싱글노트 아르페지오 미학의 진수를 데뷔 앨범에 이어 다시 한번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있는데, 여기에 촌스러운 뽕필이 빠진 담백한 코드로 타이트하게 조이는 템포와 타이밍의 대향연은, 마치 줄리안 브림과 존 윌리엄스의 클래식기타 듀엣 협연의 그 아름다움과 다이내믹함을 모던록 방식으로 느릿느릿하게 재해석한 듯 하다 라고 한다면 너무 심한 비유일까. 특히 7분을 넘기는 대곡(?)이기도 한 클로징 트랙 "All The Same"은, 타이트함과 소프트함을 황금비율로 운치있게 재단해내는 REAL ESTATE의 보석같은 트윈 기타 앙상블을 가감없이 접할 수 있는 곡으로 부족함이 없다. 

또한 살벌한 기교의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기타 리프들의 남발은 안정감 있는 로파이 프로덕션에 힘입어 단아한 톤으로 정돈되면서 오히려 REAL ESTATE만의 몽환적이면서도 목가적인 팝 감수성을 느끼는 데 더없이 훌륭한 촉매제가 되어준다. 특히 스웨덴 인디 기타팝이나 영국식 챔버팝의 향기가 느껴지는 흥겨움과 발랄함이 나른한 투의 보컬 라인과 하나되어 깃털처럼 가볍게 록킹하는 "It's Real", 리버브 톤의 몽환적인 사운드 질감을 타고 즐거움과 우울함이 교묘하게 섞인 고급 기타팝의 진수를 펼쳐보이는 "Out of Tune"과 "Wonder Years" 등 보컬 지향적 팝 트랙들에서도 은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멜로디라인을 손쉽게 꾸며대는 기타 사운드의 순수한 터치가 REAL ESTATE 음악의 중심축으로써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적 풍모가 물씬 풍겼던 데뷔 앨범 당시 미국 언론에서는 R.E.M. FEELIES(몇 안되는 뉴저지 출신 기타팝 밴드), PAVEMENT 등을 REAL ESTATE의 직계 음악 멘토로 지목했었지만, 데뷔 앨범보다 훨씬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이번 [Days] 앨범에서는 80년대 영국 드림팝/쟁글 밴드들의 후광 역시 BEACH BOYS, BYRDS의 영향력만큼이나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고급스러운 팝센스와 싱글노트 트윈기타의 융합을 절묘하게 선보였던 GO-BETWEENS(호주 출신이긴 하지만 영연방인데다 주무대 역시 영국이었으므로 그냥 넘어가자)와 LLOYD COLE & THE COMMOTIONS를 비롯, 쟈니 마르, TEENAGE FANCLUB, 초기 STONE ROSES, 그리고 Sarah 레이블  쟁글팝 밴드들 등 아름답고도 지적인 절제미가 뛰어났던 80년대 영국 기타팝의 운치까지 이 뉴저지 촌뜨기 미니멀록 고수들의 '아메리카나' 모던록 음악에서 더불어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새롭고도 반가운데, 이처럼 [Days]는 기존의 비취 보이스 계보 미국식 쟁글팝에 몽환적이면서도 뒷끝없는 80년대 영국식 클린톤 기타사운드의 본질까지 완벽하게 섭렵하면서 찬란했던 미-영 쟁글 기타 음악의 진수를 REAL ESTATE 자신들의 억양으로 함축/스타일화해낸 불후의 2011년산 기타록 앨범으로써 후대에까지 널리 전해질 것이다!(쓸데없이 너무 비장했나? ㅎㅎㅎ)

RATING: 84/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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