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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1 00:00


"contaminate"

음악의 헤게모니가 크게 바뀌었던 90년대 초, 플로리다주 탬파를 중심으로 세력을 새롭게 결집시켜 그 위기를 극복했던 미국 헤비메틀 음악은, 이후 시대에 맞게 다양한 변종/익스트림 장르들을 파생시키면서 오늘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역사적/음악적/철학적 측면에서 헤비메틀과 인디록은 절대로 상생할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로서 인식되어 왔지만, 헤비메틀의 스펙트럼이 넓어짐에 따라 최근 들어서는 '미국 인디음악의 성지' 뉴욕 브루클린에서도 헤비메틀의 행보가 아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뉴욕(특히 브루클린)'의 상징 힙스터의 존재는 정작 이쪽 출신 메틀 밴드들에겐 거의 핸디캡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왜냐면 이들은 음악 스타일에 상관없이 단지 '뉴욕(브루클린)'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미디어에 의해 항상 '힙스터 메틀'로써 무성의하게 뭉뚱그려져 대중들에게 소개되곤 하니까 말이다. '물과 기름'내지 '견원지간'처럼 인디록을 적대시하며 '힙스터'라는 말만 들어도 극심한 경기와 알러지를 일으키는 이들이지만, 어쨌든 이 지역의 메틀 밴드들은 어떤 특정한 용어를 따로 만들어서라도 한데 묶어서 띄워주고픈 마음이 수시로 들만큼 21세기 미국 헤비메틀계 우량주들로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날림 리뷰'로써 대충 소개된 바 있는 LITURGY를 비롯, KRALLICE, SANNHET 등 SLAYER와 MAYHEM의 정기를 동시에 이어받은 다수의 뉴욕 로컬 '新 블랙메틀' 밴드들은 이미 국내에도 팬들 꽤 많이 거느릴 정도로 국제적인 주목을 얻어가고 있는데, 지금 소개할 MUTILATION RITES 역시 지난 2012년 데뷔 역작 [Empyrean]으로 젊은 '힙스터 메틀'(죄송) 매니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또다른 브루클린 우량 블랙메틀 세력중 한 팀이다.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아주 간단명료하다.

'폭풍 연주에 의한 메틀 카타르시스의 대방출'

블랙메틀하면 일단 신화 속 악마의 잔상이 으슬으슬하게 느껴지는 다크 무드를 폭발시키는 음악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이런 선입견은 필경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르웨이 블랙메틀 밴드들의 악마 고스프레(물론 BURZUM처럼 '장난이 아닌' 부류도 있지만)에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위에 언급한 브루클린 블랙메틀 밴드들과 MUTILATION RITES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면 이들은 '다크 이미지'가 아닌 '메틀 연주력' 자체에 방점을 둔 블랙메틀 사운드를 집중적으로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서브메틀 장르들의 음악적 초석을 놓았던 SLAYER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미국 내에서는 'Top Of The Tops'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절대적인데, MUTILATION RITES 역시 비록 DARKTHRONE, MAYHEM 등 노르웨이 블랙메틀식 문법에도 나름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데뷔 앨범에서 그런 냄새가 조금은 더 풍긴다) 결국 자신들의 애드레날린/카타르시스 생성 수법으로써 '폭풍연주의 대가' SLAYER의 노선을 더 따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급박한 템포 속에서 조금이라도 미스를 범하면 모든 게 어그러져버릴 것만 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연주 매카니즘, 그런 와중에도 심장이 터질 듯한 에너지와 파괴력을 쉼없이 보여주는 트레몰로 피킹 기타 코드웍과 킥드럼 난타의 콤비네이션은 정통 블랙메틀의 전형이자 SLAYER 연주 캐릭터의 전형이기도 한데, 반면에 신쓰 리프, 암울한 가사, 초현실적인 보컬/텍스쳐 등의 북유럽식 서사극 기믹들은 이번 두번째 앨범 [Harbinger]에서도 외면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대충 인터뷰를 뒤져보니, 이들이 영향받은 밴드로써 SLAYER를 특별히 언급한 대목은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래쉬메틀 밴드' SLAYER를 언급하는 이유는, [Harbinger]는 블랙메틀 앨범임에도 빠른 템포와 파워 연주로써 스트레이트하게 몰아붙이는 쓰래쉬메틀(thrash metal)식 효과를 대폭 적용시킨 트랙들로 채워져있는 앨범이기 때문("Contaminate"이 대표 트랙). 특히 사망 직전 응급환자의 맥박처럼 긴박하게 죄여드는 템포에 맞춰 기타-베이스-드럼의 헤비튠들이 한데 엉키면서 수시로 조성되는 쓰래쉬+데쓰스러운 텐션감은 가히 일품인데, 포악한 발성을 경쟁하듯 뽐내는 각 악기 파트들은 어떠한 혼전 상황에서도 CONVERGEBLACK BREATH 같은 하드코어 메틀처럼 깔끔하고 리드미컬하게 서로의 아귀가 척척 맞아 떨어지고 있어 더욱 놀랍다. 특히 트레몰로 피킹과 슬라이드 피킹 등으로 블랙메틀과 쓰래쉬메틀의 맛을 지속적으로 내는 와중에도 MASTODON풍 슬럿지(sludge)+스토너(stoner) 기타 훅을 적절히 섞어 속도감 속에서 루트의 다양성을 모색하거나(“Tactical Means of Ourobouros", “Suffer the Children”), 혼란스럽고 정신분열적인 폭풍연주를 근저에 깔아놓고도 사악한 그런팅/샤우팅 보컬과 몽롱한 기타 그루브를 이용하여 '블랙메틀 밴드다운' 나름의 다크 네러티브를 은근슬쩍 써내려가는("Black Pyramid", "Exhaling of Breathing In") 등의 어프로치들은 오히려 전작 [Empyrean]보다 훨씬 더 융통성있고 스무쓰하게 전개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메틀팬들이 동의하는 바이겠지만, [Harbinger]는 블랙메틀 앨범 혹은 '힙스터메틀' 앨범으로서 파격적인(혹은 이단적인) 어프로치가 특별히 담긴 작품은 절대 아니다. 하긴, 어쩌면 '혁신성'이나 '이단성' 은 '단순성'과 '카타르시스'를 강조하는 MUTILATION RITES의 궁극적 목표에 전혀 부합하지 않은 단어들일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이들은 DEAFHEAVEN이나 LITURGY같은 존재가 되어 온라인 미디어에서 신격화되기보다는 '라이브 밴드'로서 좁은 클럽 안에서 덕후들과 함께 헤비메틀 고유의 아드레날린을 열정적으로 공유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대인배들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쓰래쉬, 데쓰, 하드코어의 속도감과 파괴력으로 블랙메틀 특유의 다크한 풍모를 '악마/고어 후까시' 없이 아주 쉽고 간단명료하게 그려낸 [Harbinger]은  MUTILATION RITES의 인생작이 될 수도 있을만큼 그들이 의도한 목표들이 아주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에 다름아닐 것이다.


RATING: 79/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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