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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ETAL

MASTODON: The Hunter (2011)


최근 헤비메틀 팬들의 관심의 촛점은 온통 MASTODON의 새앨범 [The Hunter]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드디어 이번달 말 정식 발매 날짜를 앞두고 있는 [The Hunter]의 음원이 얼마전 다양한 버전의 티져 비디오들과 함께 온라인상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어 다시한번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런저런 비판의 목소리에도 조금의 흔들림없이 거의 2년마다 앨범들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자신들 특유의 헤비 사운드를 계속 연마하고 업그레이드해나간 까닭에 MASTODON은 오늘날에 이르러 가장 주목받는 비주류 메틀 밴드로 신분격상 되는 영광을 맛보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멤버들 모두 맡은 분야 최고 에이스급 연주 기량을 근본적으로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프로그레시브 메틀 밴드에게 연주력은 가장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덕목이겠지만 테크닉적으로 어느 한부분도 돌출되지 않고 폭발적이면서 안정감있게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합주를 펼쳐내는 능력은 MASTODON이 아마 RUSH 이후 최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물론 DREAM THEATER 팬들이 들으면 불같이 화를 내겠지만). 

미국 애틀랜타 출신의 이 막강 메틀 쿼텟은 항상 파워풀한 면모(그리고 데뷔 시절부터 꾸준하게 견지해 오는 컨셉트 앨범에 관한 철학의 압박!)가 지배적인 양질의 메틀 사운드를 유사하게 구사해오고 있는 듯 하지만 이전 작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뒤져보면 이들의 미묘한 음악적 변이가 매 앨범마다 지속적으로 감지되기도 하는데, 가령 MASTODON의 근본적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슬러지(sludge)의 기반 위에 스토너(stoner) 경향의 싸이키델릭한 풍모가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크게 강조된다던가, 지난 앨범 [Crack The Skye (2009)]에서 비로소 정점을 찍기도 했던 프로그레시브에 관한 애착이 앨범 발표를 거듭할수록 더 심각하게  어프로치화된다던가 하는... 뭐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MASTODON 골수팬들 사이에서도 최고 앨범과 최저('여지껏 나온 4장의 앨범 퀄리티가 상당했기에 굳이 '최악'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뭣하다) 앨범을 논할 때마다 항상 논쟁이 불꽃을 튀기기도 한다.

이번 5번째 스튜디오 앨범 [The Hunter]는 기존 MASTODON이 보여줬던 이 모든 음악적 성향들을 한데 아우르면서 정식 새앨범으로써 독립적인 스타일과 캐릭터까지 더불어 갖춘, 입체적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일단 상당히 듣기 쉬워진 타입의 음악 스트럭쳐와 기타 리프들이 이번 앨범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데, WINDIR 같은 노르웨이 블랙 메틀의 서사적 테마와 아우라, 그리고 SAVATAGE 같이 기교와 컨셉을 접목한 프로그레시브 메틀 스트럭쳐를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던 전작 [Crack The Skye] 에 비해 이번 앨범은 구조적인 면에서 훨씬 타이트하면서도 간편해졌으며 튠, 리프, 보컬 감촉 등에 있어서도 훨씬 세련되면서도 현실(=트랜드)적인 감각이 잘 고려된(현 21세기 메틀의 대세인 슬러지와 스토너적인 역양들이 상당히 강하다) 메틀적 다이어그램으로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마치 [Leviathan]이나 그 이전 시절의 군더더기 없이 화끈한 면모를 [The Hunter]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번 [The Hunter]은 그들이 데뷔앨범 시절부터 줄기차게 고집해나가던(허나 개인적인 의견으론, 100% 수긍할만큼 완전 멋들어지게 맞아떨어지지는 테마였다고 말하기엔 매번 2% 아쉬웠던) '컨셉트 앨범' 포맷을 과감하게 버린 MASTODON의 첫번째 '비(非)컨셉트 앨범' 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만큼 [The Hunter]에는 지금까지 서사적이고 드라마틱하면서도 전위적인 구석도 공존하는 고급 메틀 명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장인의식의 압박에서 한발 벗어나 이 메틀 쿼텟이 잠시 숨겨놓았던 순수 메틀에 관한 역량과 욕구를 좀더 직설적으로 발휘하고자하는 의지가 그 어느때보다 화려하면서도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스트레이트한 메틀 음악으로의 회귀를 대변하는 곡은 단연 "Spectrelight" (41:11)으로써, 1, 2집에서 '폭발적 에너지 분출' 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헤비 마인드를 숨김없이 드러냈던 MASTODON의 메틀 밴드로써 최고의 파워/기교/스피드와 더불어 최신 그루브 메틀이나 포스트 하드코어펑크 밴드들을 단번에 발라버리는 트랜디한 그루비 훅까지 동시에 터트려내는 [The Hunter] 앨범 최고의 명곡이다. 그외 리프 지향 메틀의 신-구 거목 BLACK SABBATH(오지 오스번 시절)와 QUEENS OF THE STONE AGE의 스타일을 슬러지 삘로 절묘하게 뒤섞은 "Curl of the Burl", 스토너 경향의 싸이키델릭 그루브를 타는 "Stargasm" 등의 트랙 역시 [Crack The Skye]와 같은 감정과 테크닉의 굴절 없이 초기 시절 보여줬던 순수한 MASTODON식 윽박지르기 메틀 테크닉과 파워를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정통 헤비메틀 밴드들의 영원한 과제이자 가장 위험한 도박이기도 한 '메인스트림화'의 위험성이 [The Hunter] 안에서 압도적으로 드러나는 비주류적 메틀 리프 향연의 파노라마 틈바구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이번 앨범의 셀프 타이틀곡이자 센터피스 "The Hunter"나 클로징 트랙 "The Sparrow" 같이 우울하게 늘어지는 트랙들이 바로 문제의 곡들인데, 메틀 기타 본연의 리프 훅을 바탕으로 한 스피드-파워-테크닉-드라마가 숨김없이 난무하는 이번 MASTODON식 미학 테마를 해치는 이러한 옥의 티가 종양처럼 자라나 다음 앨범에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모를 일이지만 이 두 곡이 이번 앨범 안에서 MASTODON  팬들이나 다른 메틀 매니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근사한 '쉬어가기 코너'가 되기엔 뭔가 문맥상 맞지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옥의 티를 충분히 상쇄할 만큼 [The Hunter]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일관성과 집중도는 여지껏 발표된 앨범들 중 가히 최고 레벨을 자랑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로그레시브함의 노골적 심화와 컨셉트 테마의 강박관념/매너리즘에 대한 우려들을 한방에 날려주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완성도를 이끌어낸 훌륭한 앨범이라고 과감하게 평가내릴 수 있겠다.
 
RATING: 82/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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