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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5 07:27


(앨범에 관한 좀더 디테일한 부분들은 다른 블로그나 웹진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언어의 핸디캡으로 팝 음악에 관해선 네임벨류에 비해 언제나 영-미 국가들의 들러리가 되어야만 했던 2류국가 프랑스가 모처럼 배출해낸 최고의 인디 슈퍼스타 M83. 이미 국내 인터넷 블로그/웹진에서도 M83의 최신 역작 [Hurry, We're Dreaming]에 관한 글들이 수없이 올라오고 있으며 인디 그룹임에도 상업음악 잣대의 끝판이라고 불리우는 빌보드 앨범챠트에도 상위권 진입(15위!!!)에 무난하게 안착하는 등 오히려 충분히 팝적이고 충분히 '인기있었던' 전작 [Saturdays = Youth (2008)]보다도 더한층 업그레이된 환대를 받고 있는 이 판국에 '슈퍼스타' 라는 칭호는 M83에게 이제 더이상 어색할 것이 전혀 없는 수식어구다.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혹시 오디오 CD 한 장에 몇 분 분량이 들어갈 수 있는지 아는가. 정답은 74분. 소니 사장이 베토벤 9번 교향곡을 특히나 좋아했는데 '베토벤 9번 스페셜리스트'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한 베토벤 9번 교향곡 LP판이 74분인 데서 착안하여 오디오 CD 할당분량을 '74분'으로 그렇게 결정지었다는 일화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어이상실 에피소드. 이번 M83의 6번째 스튜디오 앨범은 마치 싱글앨범 포맷을 거부라도 하듯 79분 5초의 아슬아슬한 러닝 타임으로써 더블 앨범의 위용을 가까스로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 뉴스를 통해 M83의 신작이 더블앨범으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CD1에는 최근 눈에 띄게 비중이 커지고 있는 슈게이징 일렉트로팝의 달달함이, 그리고 CD2에는 그 예전 전설적인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 (2003)] 시절의 꽉찬 신씨사이저 음악의 대향연이 각각 분리되어 수록될 것이라는 기이한 추측도 해보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석(?)대로 슈게이징 팝 트랙과 신씨사이져 트랙이 나름 교차적인 순서배치로 이 두 장의 CD에 골고루 버무려져 있다. M83의 실질적 브레인 안쏘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에 의하면 어릴 때부터 더블 앨범에 관한 환상 같은 것이 있었다고 하는데, 허나 그가 이상적 더블 앨범 모델로 더불어 언급했던 SMASHING PUMPKINS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1995)],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터져나왔던 2PAC의 [All Eyez on Me (1996)], 그리고 NEW ORDER의 컴필레이션 걸작 [Substances] 등 더블 앨범 명작들이 그 무지막지한 물량공세 속에서 보여준 알찬 대작의 풍모 따위를 이번 [Hurry Up, We're Dreaming]에서 기대했다면 일단 약간 실망할 수도 있는 더블 포맷 형태이다. 특히 역대 M83 앨범들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1분여짜리 잔챙이곡들이 무려 6곡이나 수록됨으로써 앞서 언급한 '5분 5초'의 X줄 타는 압박을 가까스로 극복했는데, 이러한 단타 곡들 이외에 뜬금없이 평범한 피아노 선율과 어린이 합창단을 들여와 의미없는 5분을 허밍과 함께 허비하고마는 "Splendor" 같이 더블 앨범을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수준 이하의 곡들까지 합쳐 생각한다면  '21세기 최고의 더블 앨범 걸작'이라는 일부에서의 칭송 따위는 이 앨범에 결코 합당한 묘사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일단 'Unreleased/B-side 컴필레이션'에나 들어갈법한 1-2분 짜리 소품 트랙 8곡을 플레이리스트에서 빼고 한번 들어보자. 그래보니 총 14곡에 분량은 59분. 이는 필경 M83이 그동안 보여줬던 기존 앨범들의 구성 포뮬라에 비로소 들어맞는 것. 이렇게 해서 들으면 적어도 더블 앨범의 경이로운 압박감이 심어주는 '걸작 앨범' 선입견들을 사전에 제거하고 M83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작 [Saturdays = Youth]을 계기로 드립팝/슈게이징을 신씨사이저가 아닌 록삘로 뽑아내는 데 단단히 재미를 본 M83은 드디어 이번 앨범을 통해 더이상 쟝 미쉘 자르(Jean Michel Jarre)의 대를 이를 프랑스 신씨사이져 뮤직 후계자가 되길 포기하고 AIR FRANCE, RADIO DEPT, NEON INDIAN 같은 젊은이들을 위한 록 페스티벌용 몽환경 밴드 대열에 전격합류를 아예 대놓고 선언한다. M83의 최근 행보, 특히 이번 앨범에서 더욱 억양 강하게 넘쳐나는 록과 씬스팝 과잉 퍼레이드는 골수 M83팬, 특히나 오래전 밋밋하게 흘러가던 인디 전자음악계를 단 한방에 완벽하게 궤멸시킨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의 그 거대한 신씨사이져 사운드스케잎 쇼크를 당시 직접적으로 체험했던 리스너들에게 분명 당황스러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변화인 것이다. 실례로 초기 M83의 공연은 안소니 곤잘레스의 신씨사이저와 지금은 탈퇴한 나콜라스 프로마구의 사이키델릭 기타, 이렇게 두 명의 단촐한 유닛에 의해 모든 것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최근 M83의 퍼포먼스를 보라. 공손하게 신씨사이저 건반을 바라보며 고개만 끄떡이던 안쏘니 곤잘레스는 이제 기타까지 둘러매고 블랙 프란시스(PIXIES)처럼 카랑카랑한 하이노트 보컬 보이스를 뽐내는 명실상부 로커로 거듭나 있고 그외 멤버들은 각자 악기들을 하나씩 도맡아가며 로커로 거듭난 리더의 뒷편에서 '록밴드' 멤버로써 록스럽게 서포팅하는 광경을 연출한다. 

2003년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 설레는 그 이름 안소니 곤잘레스. 아마 요즘 나와있는 수많은 신씨사이저 뮤지션/그룹들을 통들어 M83만큼 독특한 색채의 신씨사이저 풍경화를 그렸던 인물들이 과연 있나 싶을 정도로 키취적인 신씨사이저 프레임웍에 의해 팝적이면서도 대서사적인 이야기를 질퍽하게 써내려가는 그의 재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왔다. 물론 2003년 문제작 [Dead Cities...]부터 전작 [Saturdays = Youth]에 이르기까지 필자가 앞서 잠시 투덜거리듯 비꼬았던 '음악적 궤도변경' 과정에서 분명 중간중간에 부침도 있었고(중간의 몇몇 앨범들은 나름 '평범'했다) 디렉션 역시 종잡을 수 없었지만, 작곡가(composer)와 지휘자(conductor)로써 안소니 곤잘레스가 가지고 있는 탁월한 멜로디 센스와 기술적/창조적 식견 덕분에 '음악적 궤도변경' 이라는 위험한 노선을 택했음에도 은하수처럼 빛나는 M83표 멜랑꼴리 감수성이 여태껏 사그라들지 않고 지금 이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M83와 안소니 곤잘레스는 [Hurry Up, We're Dreaming] 앨범을 통해 U2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대성공을 아예 대놓고 꿈꾸는 듯하다. 물론 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보다 안소니 곤잘레스 자신이 더 잘 인지하는 바일 테지만 '신씨사이저가 록음악에서 리드기타보다 더 상위개념이 될 수 있다' 라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한 그는 그동안 수줍게 드러내왔던 로커 본능, 80년대 신쓰팝의 애정, 그리고 케빈 쉴즈(Kevin Shields)빠 성향들을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자신의 우월한 신쓰 감각과 멜로디 센스에 의지하며 거침없이 쏟아내는 배포를 보여주고 있다.

안소니 곤잘레스가 M83에서 기타를 잡기 시작한 게 아마 2005년경이 아닌가 싶은데, 사춘기 시절부터 꾸준하게 품고 있던 그의 '로커 되기'의 열망은 바로 이번 앨범의 '다이아몬드(처럼 가장 단단한 'rock' 으로 무장된)' "Reunion"에서 가장 극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초기 U2([Boy (1980)]부터 [Rattle & Hum (1988)]까지) 시절 엣지(The Edge)가 즐겨 써먹던 그 영롱한 에코딜레이 기타리프와 아담 클레이튼(Adam Clayton)의 굵직하면서도 연한 베이스라인이 이 곡에서 슈게이즈 스타일로 필터링되어 M83화된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U2와 엣지가 초창기 보여준 몽환적인 에코 딜레이톤이야말로 오늘날 뒤늦게 위세를 떨치는 슈게이징 사운드의 원조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이러한 느낌은 가히 나쁘지만은 않다(슈게이즈 정의를 자의적으로 써내려간 최초의 인물 케빈 쉴즈형 역시 U2와 같은 아일랜드인이다).

"Reunion"처럼 대차게 밀어부치는 '록킹' 근성은 물론이고 M83의 전매특허인 억양 강한 신씨사이저 리프들의 전투적인 자세들까지, M83이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이 모든 대담한 어프로치들의 배경에는 80년대 신쓰팝의 아우라가 여지껏 발표된 작품들 중 가장 두껍게 조성되어 있다. 이는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먼저 싱글커트되어 큰 주목을 받았던 두번째 트랙 "Midnight City"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데, [Saturdays = Youth]에 수록되었던 "Kim & Jessie"의 2탄격 트랙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장 팝적이면서도 가장 초현대적인 신쓰 연주 매뉴얼로 치장된 "Midnight City"의 화려한 사운드스케잎 중간에 떡하니 끼여있는 '저질(?)' 색소폰 연주란! 꿈처럼 아름답고 솜사탕처럼 감미로운 이 신쓰팝 향연의 클라이맥스에서 MTV 클래식에서나 들을 법한 색소폰 소리가 진지하게 터져나오는 순간 흠찟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역시 훌륭한 싱글커트감 신쓰 그루브가 연속적으로 넘실대는 "Claudia Lewis"(플레이어 참조)에서도 우린 80년대 복고 기운 가득한 슬랩 베이스의 야릇한 노스텔지아를 '80년대 추억에 빠져들고픈' M83와 함께 울며 겨자먹기로 경험해야 하는 노고를 맛봐야 한다.   

하지만 이미 약관 스물의 나이에 드론과 앰비언트의 미학론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완성했던 이 젊은 신씨사이저 savant 안소니 곤잘레스가 가진 예민한 터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대중친화적인 요소들로 가득찬 이번 앨범에서도 (물론 [Dead Cities...]만큼의 메가톤급은 아니지만) 어김없이 날카로운 빛을 발하고 있는데, 그가 사용하는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모듈라 신씨사이저 음색들을 이중 삼중 다중 레이어로 '위험스러운(?)' 부분마다 두껍게 깔고,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조되어 세련된 센티멘탈리즘을 풍성하게 자아내는 슈게이징성 코드들을 과감히 찔러넣는 등 여러가지 디테일한 처리들을 두루 해 둠으로써 자칫 통속적이거나 구닥다리스럽게 흘러갈 수 있을 법한 얄팍한 팝 뉘앙스에 잠식되지 않고 M83의 네임밸류에 걸맞는 무게감을 끝까지 지켜낸다. 유치하지 않은 신쓰 톤/비트를 유지하며 싱그러운 기운을 발산하는 (초-중기) CUT COPY의 음악처럼 일렉트로니카+팝이 이루어낼 수 있는 가장 최정점의 디스코 코러스와 신씨사이저 하모니 콤보 유닛을 발산하는 신쓰록 트랙 "OK Pal", 익스페리멘탈 인디록 쿼텟 PONYTAIL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이질적인 아방가르드성 카오스(chaos) 기타팝 넘버 "Year One, One UFO"(플레이어 참조), 그리고 RADIO DEPT 같은 네오 드림팝처럼 몽환적인 리버브 보컬과 앙증맞은 바로크팝 베이스-드럼 유닛, 그리고 어린이의 목소리까지 첨가되면서 가슴 먹먹한 사춘기적 감수성이 흥건하게 묻어나 있는 "Raconte-Moi Une Histoire" 등 구시대 노스텔지아에 관한 영감에 의해 시도된  80년대 복고 음악 회고 퍼레이드는 안소니 곤잘레스의 찬탄불금 신씨사이저 통찰력과 세련된 슈게이징기반 팝 센스/작곡능력에 의해 우리가 요즘 듣고 즐기는 왠만한 트렌디 인디 장르 음악들의 퀄리티를 훨씬 넘어서는 세련미와 완성도를 보여준다.

어쩌면 M83 사운드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신씨사이저를, 트렌디 팝 형태의 슈게이징과 드림팝을 뽑아내는 도구 쯤으로 격하시키는 희생을 감수한 요근래 M83의 음악들은 이미 유니클로같은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젊은 된장남녀들의 구매를 부추키는 쇼핑용 음악으로 절찬리에 애용되어오고 있는데, 전작 [Saturdays = Youth]의 "Kim & Jessie"도 그랬고 이번 앨범에서도 의류매장용 아이팟 음악 플레이리스트에 포함될만한 '칠웨이브시러븐' 상큼발랄 록비트의 '팝송'들이 (어쩌면 [Saturdays = Youth] 때보다 더욱 능숙하게 완성된 팝 형태로써) 무수히 포진되어 있다. 인디 예술에도 분명 상업성은 존재하고 어느정도 필요성도 있다. 하지만 인디음악의 팝적/상업적인 어필능력이 절대 음악성과 작품 완성도를 수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인디음악이 메인스트림 음악에 잠식되지 않는 한 영원히 존속될 보편적인 진리리라. 이를테면 THE PAINS OF BEING PURE AT HEART의 [Belong] 앨범이 '지하철 라이딩'용으로 수십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불량식품 중독성과 카페인 에너지를 제공해주지만 생각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올해의 앨범'으로 꼽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M83의 이번 앨범은 안소니 곤잘레스만이 가진 슈게이징과 신씨사이저에 관한 탁월한 이해도에 힘입어 슈게이징이 얼마나 신씨사이저 팝음악과 찰떡궁합이 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신씨사이즈드 슈게이징록이 대중들의 팝적 감수성을 얼마나 노골적으로 자극시킬 수 있는지를 가장 미니멀하면서도 농밀하게 구현해낸  '간만에 접하는' 물건 중의 물건이지만, 초장에 에베레스트에 등정하여 이미 정점을 찍었던 안소니 곤잘레스가 두번째로 선택한 슈게이징 등정 루트는 (비록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번 앨범에 이르러 안정권에 접어들긴 했어도) 젊은 나이에 거장의 문턱에 올랐던 아티스트 치고 조금 김새는 코스로 비춰지는 것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 밴드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수제 드럼을 과다하게 적용하고 보컬 하모니를 신쓰 사운드와 동일한 비중으로 등업시키는 등의 모험들은 이번 [Hurry Up, We're dreaming]에 이르러 감히 대놓고 깔 수 없을 만큼 얄미울 정도로 아주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ROYKSOPP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유야 어찌됐든, M83의 진의와는 상관없이 "Kim & Jessie"에서 "Midnight City"로 이어지고 있는 M83의 고당분 글래머 신쓰팝 곡들은 현아의 "버블팝" 따위의 곡들과 함께 쇼핑용 믹스 CD에 뒤섞여 지금 이 시간에도 X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플라스틱 인간군상들로 버글대는 어디에선가 엉덩이를 씰룩이며 가볍게 들을 만한 1회용 매터리얼로 이용되고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안소니 곤잘레스는 불과 2년전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자신이 고른 아르보 패르트(Arvo Part) 등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들을 레퍼토리로 삼아 덩치가 산만한 커스텀메이드 모듈라 아날로그 신씨사이저를 이용한 드론 신씨사이징의 대향연을 보여주며 슈톡하우젠적 거장 풍모를 과시하기도 했었는데, 그가 취해나가는 일련의 스콜라적 태도들이 이러한 트렌디 신쓰팝 따위(?)에 완전 잠식되지 않고 (적어도 "Echoes Of Mine"에서처럼) 자신의 팝/록적 본능과 함께 일부나마 계속 유지해나갈 수만 있다면 M83는 앞으로도 [Hurry Up, We're dreaming]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포텐셜이 항상 동반된 음악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RATING: 82/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