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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5 18:49


"Born to die!" (와우, 카리스마)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야말로 뉴욕 브루클린족들이 경멸하는 '힙스터 변절자' 혹은 '짝퉁 힙스터'의 2012년 최고 아이콘으로 딱 적격일 것이다. 물론 지난달 말에 발표된 그녀의 두번째 풀렝쓰 앨범 [Born To Die]은 '힙스터'에 관한 개념정립이 모호한 유럽국가에서 만큼은 나름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11개 국가에서 앨범 챠트 1위 등극!) 이 결과만 놓고 음악적 진정성을 애써 뒷전으로 두기엔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앨범이기도 하다. 2010년 초 인터넷을 통해 릴리즈된 공식 데뷔 풀렝쓰 [Lana Del Ray A.K.A. Lizzy Grant]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올드스쿨팝 형태를 갖춘 평작이었지만 음악성 유무를 떠나 여성 인디 싱어송라이터 답지 않은(?) 미녀 브루클린 힙스터 출현(이번 신보 [Born To Die] 이전에 내놓았던 두 장의 앨범은 모두 브룩클린 인디 뮤직 전문 레이블에서 발매되었다)은 특별한 이슈없이 밋밋하게 돌아가던 인디 음악 파워 블로그 이곳저곳에서 거론될만한 호잿거리였으며, 게다가 작년에 선보인 라나 델 레이의 자작 DIY 뮤직비디오 "Video Game" 역시 온라인에서 '재능있고 예쁘기까지한 쿨 걸의 출현' 으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연타석홈런을 작렬시켰다. 그러자 그녀는 전문 매니저-변호사진을 고용하며 메이저 레이블 주변을 끊임없이 흘금거린 끝에 드디어 유니버셜 뮤직그룹에 의해 관리되는 미국 3대 거대 메이져 레이블 Interscope과 영국판 유니버셜 Polydor와 직배급 계약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한다.

그러나 최근 쏟아지는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정작 자신은 훼이크(fake) 플라스틱 맨해튼 속물 여성이 아님을 과시하기 위해 틈만 나면 (설정된) 브루클린 힙스터 기질을 메인스트림 무대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절대적 무기로써 자랑하듯 드러내면서도 정작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음악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았던 브루클린 힙스터 뮤직 씬에 대한 냉소와 기타  '바비인형스러운' 맹한 소리들을 쏟아낸다.

"(이렇게 예쁘고 재능있는) 나를 브루클린 뮤직 씬에서는 몰라봐주고... 나는 왕따였다..."
"인디 레이블은 나의 (이 대단한) 음악세계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 "
"(메이져 레이블과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싸인을 했으니) 천사가 나를 도운 것이다"  

'Born to be a princess'를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이 아리따운 공주님에겐 고물 밴 빌려타고  관객 별로 없는 로컬 클럽들을 돌아다니며 전국 투어를 해야만 하는 인디 뮤직씬은 앨범 제목 'Born To Die'처럼 지옥과도 같은 무대였고, (행운의 손길 역시 언제나 미인에게 먼저 뻗힌다더니) 그녀는 매니저와 변호사들로 짜여진 써포팅팀('Lana Del Rey'라는 가명까지 이들이 직접 지어줌)의 탁월한 능력에 의해 메이져 레이블 계약을 맺고 호화스러운 조명 아래 수많은 청중들의 푸짐한 어텐션을 받으며 자신이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셋업된' 무대 위에서 뮤지션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 트레일러 주차장 생활을 했다'며 방황하는 소외녀 드립을 치기도 했던(이건 국내연예계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쿨드립) '성공한 백만장자 인터넷 사업가의  딸' 라나 델 레이의 거짓 페르소나 괴뢰공작은 슬프게도 이번 [Born to Die] 프로젝트를 통해 외관상 아주 순조로운 항해를 이어나가고 있다(앞서 언급한 대로 유럽 챠트들을 싹쓸이 중). 세터데이 나잇 라이브 등 각종 공중파 A급 TV 쇼프로에 게스트로 초빙되며 벌써 셀레브리티로써 영화에도 출연하고 책도 쓸 듯한 기세로 대중들 앞에서 X폼을 잡느라 지금 한창 정신이 없을 것이다. 라나 델 레이의 목표로 공공연히 밝히는 빌보트 앨범 챠트에 현재 20위를 기록하며 순항중이며 유럽 지역에서도 상업성/대중성을 모두 성취하며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Born To Die]...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앨범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앨범이다. 겉으로는 당당하게 브룩클린 음악 씬을 비난하면서도 그 브룩클리니즘 인디 사운드가 표방하는 히피/힙스터/반속물주의/나르시시즘의 그럴싸한 이미지만 슬그머니 차용하여 메인스트림 씬에서 써먹는 이중적 태도도 문제지만, 이 앨범이 안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오류는 '준비되지 않은' 그녀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메인스트림 씬의 완벽주의에 절대 미치지 못하는 앨범 안 음악 퀄리티의 처절한 허접함이다.

라나 델 레이는 '공식적'으로 싱어송라이터다. [Born To Die] 크레딧에는 그녀의 이름이 트랙마다 죄다 붙어있으니 이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일단 케이팝씬에서 줄창 보이는 100% 앵무새족이 아니기에 일단 빵점의 불명예만큼은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 그러나 그래미상 훈장이 붙은 기라성같은 베테랑 팝/힙합 프로듀서들이 8명이나 포진하고 매곡마다 그녀외에 수명의 작곡 파트너들이 수시로 바뀌면서(도합 8명!) 직접 연주하는 악기 하나 없이(여성 싱어송라이터로써 그 흔한 피아노/건반까지 외면함) 유니버셜 레코드 소속 객원 뮤지션들의 빠방한 배킹 아래 이 앨범을 가공해냈으니, 이건 아티스트로써 그녀가 자신의 앨범을 위해 무엇을 기여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패키지나 다름없는 것이리라. 올디스-벗-구디스 레벨 60년대 팝의 고풍스런 분위기에 메인스트립 힙합 비트를 간간히 얹어 구닥다리 청승 분위기를 무마해보려는 시도만큼은 가상하지만(이것 역시 그녀의 100% 의도하에 설정되었는지 미지수) 올드팝과 트렌디 힙합을 퓨전시키려는 그 어프로치의 중심에 선 그녀의 보컬 파트 멜로디 선율은 아마추어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의 밋밋한 완성도에 그치고 있다. 만약 자칭 '주차장 노숙 소녀'로써 DIY 정신으로 친구집 화장실에서 카세트 테잎이나 고물 4트랙 리코더로 라나 델 레이 자신이 직접 담아낸 소중한 음원덩어리가 바로 이것이라면 이 정도 밋밋한 멜로디라인과 어설픈 힙합 그루브쯤이야 얼굴도 예쁘니 그냥 애교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백만달러가 왔다갔다하고 호화 프로페셔널 프로듀서/작곡가/세션맨/엔지니어/PR 마케터 등 '미인 앞에서는 한없이 어수룩한' 여러 남정네들의 손길을 허벌라게헤프게 빌려가면서까지 만들어낸 메인스트림용 최종 완성품 치고 [Born To Die]는 실로 너무 봐줄 것 없는 물렁한 매터리얼로 가득 차 있다. 지겹도록 똑같은 패턴으로 귓청을 고문하는 보컬 멜로디와 힙합성 싱코페이션 드러밍도 거슬리지만 무엇보다 개성과 테크닉 부재로 점철된 그녀의 공개오디션급 보컬 텍스쳐를 애써 감추기위해 남발되는 리버브 이펙트는 신비로움은 커녕 짜증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 싱겁기 짝이없는 메인스트림 팝 음악을 치장할 마지막 비장의 무기는 바로 '대도시에서 소외된, 예술적 감수성 넘치는 힙스터 소녀' 드립! 이것이야말로 평생 헐리우드 영화만 쳐보며 살다 MTV에서 우연히 상영되는 엉성한 캠코더 뮤비 "Video Game" 따위에 감동의 쓰나미를 맛보는 그런 얼치기 인생들을 속여먹거나 혹은 메인스트림 씬에 싱어송라이터로 내세우기에 한없이 작아보이는 자신의 어설픈 음악성을 얄팍하게 '캄프라치(camouflage)'하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의 아이템이 아닌가. 영리한 라나 델 레이. 또 한명의 짝퉁 힙스터 사기꾼이 등장하는 순간.

재작년 [Lana Del Ray A.K.A. Lizzy Grant]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던 필자는 이제 [Born To Die]을 듣고나서 완전 확신이 들었다. 라나 델 레이는 절대 케이트 부쉬나 패티 스미스 부류처럼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외모의 우월감에 이들을 아예 경멸하거나, 아니 어쩌면 이들이 누군지조차 모를지도). 그렇다고 아델이나 플로렌스 웰치같은 음악성, 가창력 풍부한 실력파 싱어들과 메인스트림 씬에서 경합할만한 주제도 되지 않는 이 25살의 블론디 여성은 그저 마를레네 디트리히, 잉리드 베리만, 그레이스 켈리처럼 지성미와 섹시미가 공존하는 구시대 섹스심벌들을 벤치마킹하면서 국내 여배우들 레드카펫 밟을때나 즐쳐입는 화려한 드레스 의상, 성형이 확실시되는 입술-코 패키지에 짙은 화장을 하고서 매너있고 여유로운(물론 금전적으로) 관중들 앞에서 관심 받기를 더 즐기는 한낯 셀레브리티 워너비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5-60년대 올디스 스모그 연기 속에 꼭꼭 숨어 플로렌스 웰치("Summertime Sadness"), 니키 미나즈와 리한나 ("Diet Mtn Dew"), M.I.A. ("National Anthem"), 낸시 시나트라("Born To Die")를 왔다갔다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못찾고 답답하게 방황하는 그녀의 보컬 능력, 작곡 능력, 작사 능력(가사 역시 참 저질이다), 힙합 삘은 어쩌면 한창 어텐션 받는 데 정신없는 그녀에게 지금 현재로썬 그다지 중요한 사항도 아니리라.

RATING: 40/100

written by
 BK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