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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HIP-HOP

BILAL: A Love Surreal (2013)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Bilal의 네번째 정규앨범 [A Love Surreal]이 지난 2월 26일 발매되었다.  비록 상은 못받았지만 그간 Common, Erykah Badu, Jay-Z, 비욘세, Robert Glasper, The Roots등의 쟁쟁한 뮤지션들의 정규 앨범에 후렴부분 보컬리스트로서 자주 참여하면서 그래미어워드의 후보로 많이 오르는 등 일명 "hook-man", 훅맨으로서의 명성과 업적을 차근차근 쌓아온 실력파 뮤지션이다. 다양하고 폭넓은 범위의 보컬을 소화하는 천부적인 목소리를 가진 덕분에 그는 알앤비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에 이르기까지('바로크 일렉의 거성' Daedelus의 앨범에도 참여) 장르를 초월하여 수많은 실력파 뮤지션들의 앨범에 피쳐링 가수로서 다양한 족적을 남겨왔다. 

Bilal의 본명은 Bilal Sayeed Oliver로서, 지금은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필라델피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의 어머니를 따라서 교회에 자주 들르면서 음악과 노래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아버지는 무슬림으로 재즈음악에 심취해 있었는데, 그런 영향으로 도시의 클럽들에 다니며 재즈도 더불어 접하게 된다. 결국 Bilal횽은 재즈의 길을 걸어가리라고 결심을 하고 재즈와 현대음악을 대학에서 전공, 프로페셔널 보컬리스트로서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아가게 된다.  클래식하게 연마된 소울충만한 팔세토창법으로 리스너들의 귓심을 언제나 사로잡는 Bilal이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음악 장르가 네오소울(디엔젤로, 멕스웰 등등)에 한정되는 것은 그다지 원하지 않는데, 그동안 다양한 세션/솔로 작업들을 통해 쌓아온 업적들이나 장르를 뛰어넘으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바로 이러한 이유를 잘 뒷받침 해주는 부분들이다.

소울/알앤비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기본적인 포맷과 감미로운 멜로 분위기는 유지하면서 펑크, 힙합, 재즈, 일렉트로닉의 '튀는' 요소들을 아주 부드럽게 녹여내는 신보 [A Love surreal]은 그런 의미에서 '소울 가수' Bilal횽의 다재다능한 감각이 아주 지대로 발휘된 작품일 것이다. 그럼 '선글라스가 잘 어울리는 남자' (그러나 벗으면 절대 안 된다) Bilal횽의 간지나는 이번 앨범의 주요 트랙들을 한번 간단히 훑어보자. 꿈을 꾸는 듯한 신쓰라인과 일렉트로닉적인 배경음들이 실험적으로 무장된 인트로와 함께 등장해주는 빌랄횽. 잔잔한 인트로가 끝나기가 무섭게 펑키한 베이스라인이 작렬하는 두번째트랙 "West Side Girl"에 이르러 귀를 사로잡는 그만의 소울풀한 프로듀싱을 본격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 BKC횽은 이 곡을 듣더니 '아주 썬더캣(Thundercat)스럽다' 하셨는데(크레딧을 뒤져보니 과연 썬더캣횽이 Bilal횽과 함께 이 곡의 공동 작곡가로 적혀져 있다), 하이브리드 감성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썬더캣횽과의 콜라보 협연이 이 곡에서 아주 펑키하고 소울풀스럽게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Back to Love", "Winning Hand"에서도 마치 뮤지션들이 자유롭게 모여서 합주실이나 클럽등지에서 Jam을 하는 듯이 자유롭게 연주되는 배경 사운드에 맞춰 쏘울충만한 필을 여유롭게 보여주시는 횽님만의 음악성을 흠뻑 만끽할 수 있다. 마치 베이비페이스(Babyface)나 보이즈투맨(Boyz II Men)횽들에게 심장테라피 받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7번 트랙 "Right At the Core"는 "내 노래는 '사랑과 전쟁'의 예술이다"라며 감미롭게 속삭이는 듯한 빌랄횽의 젠틀하면서도 진지한 감성이 아주 절절하게 와닿는 곡이다. 프린스(Prince)횽에 비견되는 극찬을 받는 10번 트랙 "Astray"는 재지, 펑키한 베이스/신쓰/드럼 배경사운드로 멜로한 감성을 다스리는 앨범의 전체 분위기에 반해 강렬한 기타리프를 이용하여 횽 자신의 슬픔과 아픔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곡이다. 개인적으로 파렐횽의 NERD 앨범을 괜시리 떠올리게끔 만드는 개성 충만한 트랙이다. 다음곡 "Never Be the Same"은 재즈 드럼의 브러쉬 스트로크에 맞춰 마치 독백을 하듯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그런 곡으로 '이제 새 삶을 향해 나아갈 때다' 라고 자신을 위로해주듯 노래하는 또 하나의 소울 명곡이 앨범 후반부에 다시 포진한 것. 12번 트랙 "Butterfly"는 '(사랑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들이 더욱 사람을 아름답게 해준다'는, 어찌보면 이번 앨범의 메인 포인트('사랑과 전쟁')를 가장 잘 내포하는 내용의 발라드곡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테마로서 크리스티나 아귈레라의 유명곡 "Fighter"에서 나방이 전사(워리어)의 분위기로 등장한 적이 있는데, 이곡에서는 진정 아름다운 나비가 등장할 것 같은 차분한 느낌이 든다(그렇다고 "Fighter"를 지금 바로 들으면 흠칫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재지함과 소울함, 그리고 펑키함을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연출해내는 일급 배경사운드와 Bilal횽의 음악적 내공이 한 데 어우러져 알앤비의 완숙한 맛을 전달해주는 [A Love Surreal]은 듣는 내내 시디를 갠소하고 싶어지게끔 필자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작품이다. 소울을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어프로치와 프로덕션으로 다채로운 풍미를 내고자 한 Bilal횽의 노력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A Love Surreal]은 작년 프랭크 오션(Frank Ocean)횽의 [Channel Orange]에 비견될 만한 컨템포러리 알앤비/소울의 거한 성취를 이루어낸 작품인 것이다.


RATING: 87/100

written by Sean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