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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7 21:05


"running to the sea" (ft. Susanne Sundfør)

'크리에이티브 일렉트로닉 음악의 커머셜리즘'이란 시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던 ROYKSOPP. 안타깝게도(?) 이 노르웨이 출신의 듀오는 얼마전 발표한 통산 다섯번째 스튜디오 풀렝쓰 앨범 [The Inevitable End]를 끝으로 'ROYKSOPP'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졌던 모든 앨범 활동의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고 선언했다(잉여로워져가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자가진단하고서 내린 결정인 듯도 하여 '다행스럽다'란 심정도 있지만). 비록 [The Understanding (2005)] 이후 ROYKSOPP다운 동력을 서서히 잃어갔지만, 불세출의 다운템포(downtempo) 명작 [Melody A.M. (2001)]은 이들의 은퇴(?)와 상관없이 '일렉의 고전(古典)'으로서 영원히 회자되리라 장담한다.  

라이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애플 랩탑으로 정적인 스테이지 매너를 유지하는 여타 일렉 뮤지션들에 반해 ROYKSOPP은 공연에서 전자 퍼커션과 신씨사이저를 직접 연주해가며 록밴드와 같은 다이내믹함을 청중들에게 어필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모습은 신쓰팝(synthpop) 장르를 본격적으로 섭취하기 시작했던 [The Understanding] 이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는데, 보컬라인과 수제악기연주를 강화해가며 역동적인 록밴드로의 변신에 대한 열망을 계속 품어왔지만 데뷔시절부터 '일렉트로닉 그룹'의 틀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잡혀버린 'ROYKSOPP'란 타이틀은 이들에겐 제거의 대상이었을 터. 고로 이번 '마지막 앨범'은 이들이 새로운 이름과 함께 앞으로 취하게 될 새로운 2단계 포맷(밴드? 프로듀싱 그룹?)의 예열과정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더 합당할 듯 하다(물론 이 두 멤버가 완전 결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The Inevitable End]은 같은 날 동시에 발매되었던 핑크플로이드(PINK FLOYD)의 마지막 앨범 [The Endless River]과 함께 올해 가장 미스테리한 고별앨범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즉, '의아함'이란 모호한 감정이 너무 커서 '아쉬움'이란 슬픈 감정까지 덮어버리는 그런 씁쓸한 마지막 앨범이 된 것. '끝판'답게 이들은 여지껏 쌓아왔던 ROYKSOPP 음악의 고정관념에 역행하기로 [The Inevitable End]에서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ROYKSOPP표 일렉 비트 특유의 펑키한 싱코페이션과 볼륨감은 대폭 줄이고 경직된 미드템포를 지루하게 유지하여 일렉음악으로서의 댄서블한 움직임 자체를 시종일관 철저하게 억제하고 있다. 굳이 비교하자면 비공식 근작인 여성 싱어 로빈(ROBYN)과의 콜라보 EP [Do It Again (2014)]에 수록된 다섯개의 트랙들 중 가장 슬로우(slow)한 곡들인 트립합 BPM 오프너 "Monument"와 앰비언트 클로저 "Inside The Idle Hour Club"의 연계선상에서 모든 작업 아이디어들이 도출된 듯한 느낌이랄까.

초기 다펑(DAFT PUNK) 스타일의 거친 보코더 보컬이 모든 배경사운드들을 압도하는 오프너 "Skulls", 로빈과의 콜라보 EP 오프너 "Monument"에 클럽테크노 바이브가 첨가된 리믹스버젼 #2 "Monument - The Inevitable End Version", TYCHO풍 IDM 무드에 유로하우스 보컬이 첨가된 #3 "Sordid Affair"에서도 좀처럼 끌어 올려지지 않던 댄스 모멘텀은 전형적인 90년대 유로테크노 재탕 넘버인 #6 "I Had This Thing"에 이르러서야 처음 발동이 걸린다. 하지만 앞서 리뷰되었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앨범의 EDM 트랙들과 비교해도 별다른 우월감이 느껴지지 않아 그저 아쉬울 뿐. 이어지는 無비트 트랙 #7 "Rong"은 콜라보 동료 로빈의 'What the fuck is wrong with you' 라는 이상한 읊조림만으로 얼렁뚱땅 포장된 함량미달의 곡. 정말이지 이순간만큼은 로빈뿐만 아니라 리스너들도 한마음으로 ROYKSOPP의 우유부단함에 똑같이 질책하고팠을 것이다......

'What the fuck is wrong with you?'

"Eple"과 같은 ROYKSOPP 특유의 싱그러운 신쓰 리프와 다이내믹한 비트 그루브는 앨범 후반부에서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발라드 #8 "Here She Comes Again" + #10 "Compulsion"과 댄스풍 #9 "Running To The Sea" 등 평범한 신쓰팝 무더기와 80년대 국내 에로물의 브금을 연상시키는 無비트 신쓰 이중주 #11 "Coup De Grace"를 지나, 이들은 클로징 트랙 "Thank You"에서 밋밋한 고별 앨범을 힘겹게 완청한 리스너에게 보코더 보컬로써 몸소 고마움을 표시하는 여유(?)까지 과시하며 마지막 작품의 커튼을 평범하게 내리고 만다. 

대히트곡 "Remind Me"처럼, ROYKSOPP의 비범한 송라이팅 능력은 이들로 하여금 감수성과 인간미가 동반된 일렉트로닉을 연주하는 '아주 특별한' 그룹으로 인정받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마지막 앨범'이라는 정보가 뇌릿 속에 강하게 박혀 있었기 때문일까. 개인적으로도 #4 "You Know I Have To Go"(제목이 의미심장하다)와 #10 "Compulsion"의 우울터지는 발라드성 멜로디에 잠시 센치한 감정이 일 정도로 마지막 앨범 [The Inevitable End]에서 쉼없이 흘러나오는 암울한 환타지 멜로디는 해체를 슬퍼하는 모든 팬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흥을 선사할만한 아름답고 정교한 라인을 여전히 뽐내고 있다. 하지만 몽롱한 신쓰 반주에 감수성 어린 보컬이 '간편하게' 덧씌워진 미드템포 소야곡들의 무더기 등장은 분명 ROYKSOPP 앨범에서 낯익은 광경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신쓰/보컬 멜로디라인과 드럼/퍼커션 비트 간에 이뤄져야 할 콤비네이션은 늘어지듯 다운된 전체 분위기에 압도되어 ROYKSOPP의 네임벨류에 걸맞은 균형감-구성력-펀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강직한 비트와 함께 간간히 터져나오는 댄서블 일렉 트랙들 역시 리즈시절의 지적인 면모보다는 그저 평범한 EBM 바이브를 흘리는 데 그치면서 전세계의 ROYKSOPP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RATING: 56/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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