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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00:00


"never catch me" (feat. kendrick lamar)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횽님의 4번째 역작 [Until the Quiet Comes]은 2012년 KERKRIT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되는 등 국내외 비평가들과 웹진들로부터 이름값에 걸맞은 호평을 받았었다. 새로운 작품을 갈망하는 팬들의 지지에 한껏 삘을 받으신 우리의 플라이로(FLYLO)횽은 드디어 지난 10월 6일 5번째 정규 앨범 [You're Dead!]와 함께 2년만에 우리들 앞에 모습을 다시 드러내신 것이다.  

'LA의 명물' 플라이로횽은 이미 국내에서도 인기와 지명도를 나름 갖고 있는 분이시기에 자세한 소개는 일단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일어난 일이 있다면, 뭐니뭐니해도 2012년말 믹스테잎 [Duality]와 함께 뜬금없이 등장했던 힙합 프로젝트 캡틴 머피(CAPTAIN MURPHY)를 꼽을 수 있겠다. 처음에는 '잠깐 재미삼아 시도하는 과외활동'쯤으로 판단했건만, 현재로썬 일회성이 아닌 진정한 플라이로횽의 분신으로서 플라잉로터스 활동과 병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로운 캡틴 머피(Cap'n) 앨범을 준비중'이라고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으니, 조만간 '플라이로'가 아닌 '캡틴'이란 크레딧이 박힌 또다른 힙합 믹스테잎이 또다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믹스테잎 [Duality]는 플라이로횽이 숨겨왔던 랩핑 본능이 절묘하게 담긴 수작(매드립횽을 비롯, Just Blaze, TNGHT 등 크리에이티브한 프로듀서 횽님들이 총출동해주셨다)이었지만,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이제 순수 실험주의자로서 플라이로의 운명은 이제 다했다'라는 비관적인 말이 들려오기도 했었으니... 

그렇기에 이번 [You're Dead!]의 컴백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기존의 앨범들보다 자못 크게 느껴졌다. 물론 랩탑으로 힙합을 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지만 일렉트로닉과 익스페리멘탈 음악보다 힙합과 재즈에 관한 플라이로횽의 관심은 갈수록 더 커져가고 있는 터라 이번에는 과연 횽의 천재적 실험정신이 어떤 형태로 진화 혹은 퇴화될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전반적으로 [You're Dead!]에는 재즈적인 어프로치가 [Until the Quiet Comes]보다 더 디테일하게 첨가되어 있긴 하지만 플라이로횽만의 천재적 실험본능만큼은 재즈 음율을 타고 앨범 구석구석에서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힙합적인 어프로치 역시, 비록 켄드릭 라마횽("Never Catch Me"), 스눕독횽("Dead Man's Tetris"), 플라이횽의 힙합 분신인 '캡틴 머피'("The Boys Who Died in Their Sleep")가 피쳐링 랩퍼로써 중간중간에 등장해주지만 플라이로횽의 '우주여행을 위한 실험 여정'에 절대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데코레이션' 정도로 맛깔나게 첨가되어 있을 따름이다. 

앨범 인트로 "Theme"부터 2번 트랙 "Tesla", 3번 트랙 "Cold Dead", 그리고 4번 트랙 "Fkn Dead"에 이르기까지, 이 초반부 네 곡은 한마디로 말해 썬라(Sun Ra), 허비 행콕(Herbie Hancock),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와 Prefuse 73, Squarepusher가 빅뱅을 한 듯한 느낌이랄까? 1970년대산임에도 오늘날 랩탑 컴퓨터와 너무 잘 어울릴법한, 그 프리하면서도 실험적인 괴물 본능으로 끓어오르던 그 예전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선생 시절의 재즈 연주 사운드는, 여타 실험적 뮤지션들에 비해 흑인음악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플라이로횽에겐 모든 조건들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최고급 떡밥이었을 것이다. 플라이횽은 이 네 곡에서 자신만의 능숙하고도 노련한 프로듀싱 테크닉으로 복고풍 익스페리멘탈 재즈 연주를 재편집하여 Prefuse 73, Squarepusher보다 훨씬 더 끈적끈적한 재즈 감성으로 꽉찬 사운드를 객원 베이시스트 썬더캣횽과 함께 4연타로 팡팡 터트려낸다(그중 허비 행콕 선생께서 직접 납시어 플라이로횽, 썬더캣횽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주신 "Tesla"는 단연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정글스러운 드럼비트와 재즈 기타의 업템포 앙상블이 일품인 7번 트랙 "Turkey Dog Coma" 역시 뭔가 잭 맥러플린, 알 디 메올라와의 재즈록 협연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즉흥 재즈 연주 느낌이 아주 생생하게 살아있는 곡이다.  

켄드릭라마횽과의 콜라보 작품인 5번 트랙 "Never Catch Me" 역시 라마횽 특유의 플로우 감각이 재지(jazzy)한 플라이로횽의 배경 사운드와 멋지게 조화를 이루는 곡이지만, 앨범의 중간부분을 기점으로 플라이로횽 특유의 휘몰아치는 듯한 터치감이나 복잡하게 얽혀있는 듯한 실험 어프로치들의 기세가 다소 꺾인 듯한 인상을 주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특히 선더캣(Thundercat)횽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밋밋한 콜라보 보컬(!) 헙연이 이루어진 "Descent into Madness"처럼, 후반부에 집중된 1~2분짜리 미드템포 곡들중에는 카오스와 광기로 번득였던 플라이로횽의 초기 모습을 떠올릴 때 너무 평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곡들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독창성'에 있어서는 둘째가라면 그 누구보다 서러워할 플라이로횽이기에, [You're Dead!] 수준의 '무난한' 실험 난이도는 다소 플라이로횽답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각종 컴퓨터 샘플들, 재즈 배경 사운드, 피쳐링 싱어/래퍼/연주자까지 모두 끌어들이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실험주의'라는 테두리 안에서 고급스럽게 소화시켜버리는 능력은, 각종 뮤지션들로 포화상태인 요즘 음악 필드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초월적 경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기존의 앨범에 비해서 진보 혹은 변화된 색다른 사운드를 기대하였다면 좀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따라서 그 전에 경험했던 그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어쨌든 역시 플라이로횽이 만드신 음악이라는 걸 감안하면 [You're Dead!]는 허접/평타 이상의 이름값은 나름 해주는 작품이다. 자, 우리 한번 플라이로횽의 복고풍 재즈 놀이를 집중하여 들으면서 그와 함께 우주로 덧없이 날아가볼까.


RATING: 79/100

written by Sea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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