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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01 19:14


"toumast tincha"

미국이든 영국이든 코소보든 우간다든, 동서양을 막론하고 문화의 다양성은 현대사회의 인륜을 거르지 않는 한도(뭐, 예를 들면 아프리카 여성할례, 이슬람 명예살인 등등) 내에선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게 보편적인 논리다. 따라서 그 민족의 모든 정서와 역사가 축적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세계 각 나라의 전통음악들을 타민족인이 비평한다는 것은 퍽 위험한 일이지만, '월드뮤직' 으로 명명되는 오늘날 전통음악 작품들에 대한 비평의 잣대가 공공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유럽이 주도중인 현 월드뮤직 씬에서 주로 등장하는 앨범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1. 발굴/복각/재발매 앨범 (예: KARANTAMBA [Ndigal])

2. 서양에서 활약 중인 오리지널 뮤지션들의 새앨범 (예: BOMBINO [Nomad])

3. 서양 뮤지션들과의 콜라보 앨범

3번은 위에서 언급한 '비평의 잣대'로 가장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케이스인데, 그중 서양 뮤지션들이 제3세계 베테랑 뮤지션들을 자기 나라에 모셔와놓고 아무런 의미없이 '차려 놓은 밥상에 밥숟갈만 걸치듯' 참여한 콜라보 작품들은 개인적으로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 편이다(물론 SUN ARAW와 THE GONGOS의 콜라보 앨범같은 예외의 경우도 있다). 때문에 올해 가장 화제의 월드뮤직 음반으로 거론될 말리 출신의 투아레그 빅밴드 TANARIWEN의 여섯번째 정규 앨범 [Emmaar]은 '월드뮤직'이라는 '무난한' 장르의 음악임에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앨범이다.

[Emmaar]는 2011년에 발표된 전작 [Tassili]과 여러모로 대비가 되는 앨범이다. 이들은 여지껏 내전으로 오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부 아프리카 국가 말리의 수도 바마코(Bamako)와 고향 테살리트(Tessalit)를 오가며 앨범 작업을 계속 해왔는데, 고향 테살리트가 졸지에 말리 내전의 반군 거점지로 전락하면서 불안정한 고향 정세를 등지고 인접 국가 알제리로 피신하듯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지칠줄 모르는 창작열정에 힘입어 알제리의 황량한 자갈사막 위에 쳐놓은 텐트 안에서 발전기를 돌려가며 녹음한 역작이 바로 [Tassili]인 것(단, 믹싱과 마스터링 등의 포스트프로덕션은 유럽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들의 불굴의 투지에 힘입어 [Tassili]는 그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월드뮤직 앨범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고 이를 계기로 TANARIWEN는 서구음악계에서 진정한 월드뮤직 거장으로서 추앙받기에 이른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Tassili]는 사하라 사막을 낙타로 횡단하다 달밤에 모닥불을 쬐고 휴식을 취하면서 기타를 치며 중얼거리는 전통 투아레그 음악의 참모습을 유지시켜냈다면, 신작 [Emmaar]은 사하라사막과는 완전 동떨어진 미국 남서부의 '죠슈아트리 국립공원'이란 인위적으로 구획지어진 서구 자연환경하에 극도로 안정된 심리상태에서 녹음된, TANARIWEN에겐 북부아프리카에서 녹음되지 않은 생애 첫번째 정규앨범인 것.

물론 대포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맑고 고요한 사막 위에서 가장 안정된 심리상태로 연주된 음악이 진정한 투아레그 유목민의 소리라고 이들이 주장한다면 '미국 국립공원 모하비사막에서의 레코딩'에 대해 반박할 명문은 사라진다. 하지만 이 앨범을 TANARIWEN의 100% 순수소리로써 인정할 수 없는 또다른 이유가 도사리니, 그것은 바로 미국 유명 아티스트들의 '떼거지 등장'이다. 뉴욕 매쓰록(math rock)레전드 CHAVEZ의 맷 스위니(Matt Sweeney), 맨해튼 뉴요커 기타/피들 연주자 팻츠 캐플린(Fats Kaplin), 레드핫칠리페퍼스의 쟈쉬 클링호퍼(Josh Klinghoffer) 등 내로라하는 서양의 유명 기타리스트들이 투아레그인들의 사막 위 푸닥거리에 등장하는 것도 퍽 자연스럽지는 못한 광경인데, 여기에 앨범의 인트로("Toumast Tincha")에서 시작되는 힙합 음유시인 사울 윌리엄스(Saul Williams)의 읊조림은 '비미국인'인 필자의 시각에서 너무도 불필요하게 보여질 뿐이다. 물론 전작 [Tassili]에서도 유럽투어중 친분을 쌓았던 TV ON THE RADIO의 툰데 아데빔페와 킵 말론이 게스트 멤버로써 몇 곡을 피처링했었지만 미국에서 아프리카까지 몸소 날아와 8일간 체류하면서 사막 피쳐링을 해주었던 이들의 '저자세'를 상기해본다면 분명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아프리카 블루스' 혹은 '사막 블루스'로 명명되는 투아레그식 블루스록(?) 음악은 이미 이곳에서도 션횽을 통해 한 차례 소개된 적이 있다(BOMBINO의 [Nomad]). 이 방면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악가라면 당연히 알리 파카 투레(Ali Farka Toure)를 꼽을 수 있을텐데, 그 역시 유럽 진출 이후 서구 음악가와 타협하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줬지만 납득할만큼 점진적인 변신(변절)의 과정이 충분히 동반되었기에 말년에 '슬라이드 기타 달인' 라이 쿠더(Ry Cooder)와 콜라보 앨범  [Talking Timbuktu (1994)] 같은 나름의 수작들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전반적으로 볼때, [Emmaar]의 블루지한 심상과 아름다운 기타/보컬 하모니는 프로듀싱 측면에서 꽤나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고는 있다. TINARIWEN의 이름으로 발표된 역대 앨범들 가운데 가장 부드럽고 안정된 소리가 담겨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TINARIWEN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뜬금없이 행해진 이방인들의 난립은 과연 이 투아레그 피난민들의 순수한 의도에 의해서 허락된 건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차라리 TINARIWEN 단독 앨범이 아닌 'TINARIWEN & FRIENDS' 로 명명되어진 앨범이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마저 들게 만드는 크레딧은 TINARIWEN 음악에서 처음으로 일관되게 느껴지는 소프트한 텍스쳐와 평온감, 명상미를 그저 순수하게 즐길 수 없게 만드는데, 이는 비단 필자 혼자만의 잔상은 분명 아닐 것이리라. 


RATING: 64/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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