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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01 13:54


"hold tight"

2012년 '신케인(Sinkane)'이란 솔로프로젝트 성향의 4인조 밴드과 함께 이국적인 느낌의 앨범 [Mars]를 선보이며 인디씬의 주목을 받았던 아메드 갈랍(Ahmed Gallab)의 당시 포스는 영락없이 '아프리카 토착 뮤지션' 그 자체였다. 일단 [Mars]의 앨범 재킷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자. 마다가스카르같은 아프리카 섬나라 해변에서 부족을 상징하는 깃발을 모래사장에다 꽂고 브이(V)자를 그려보이는 반나체 원주민 몰골의 신케인. 아프리카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패키지가 간지는 나면서도, 앨범 재킷 뒷면에 떡하니 박혀있는 'DFA' 로고는 뭔가 언발란스한 뒷맛을 떨쳐낼 수 없게 만든다. 

'이 사람은 과연 토종 아프리카인인가?'

봄비노횽처럼 사막에서 양을 몰고 다니며 카사바를 생으로 우걱우걱 씹어 먹는 그런 토종 아프리카사람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알아보는 과정은 어쩌면 진퉁과 작퉁이 뒤범벅되어 잔뜩 포화상태에 이른 현 월드뮤직 바닥을 고려할 때 나름 불가피한 책무이니, 이참에 이 친구의 신상을 털어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도록 하자(물론 대단한 정보들은 아니다.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 

아메드 갈랍. 이 친구는 동부 아프리카 수단(Sudan)에 뿌리를 두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알렉 웩마누트 볼이라는 불세출의 컬트 스타들을 내전과 기아 속에서 배출한 이 나라에 산 적이 거의 없다. 유아기에 잠시 수단에 거주하긴 했지만 내전 때문에 다섯살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옮겨온 이후 줄곧 미국에서 성장과 교육과정을 모두 거친 명실상부 '미국인'이다. 그리고 지금은 뉴욕 브루클린에 정착하여 브루클린 힙스터로서 뉴욕 로컬 인디씬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는 상황이고... 더군다나 그는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부모 모두 대학교수) UK 여권도 동시에 가지고 있으니... 이쯤되니 서두에서 언급한 아프리카 간지와 그닥 어울리지 않는 'DFA' 로고의 '존재의 이유'가 대충 가늠이 될 것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브루클린 힙스터' 제임스 머피(James Murphy)가 이끄는 인디 댄스펑크(dance punk) 레이블 DFA의 키취풍 인디 그루브와 월드뮤직의 퓨전 조합이라... 그렇다면 도대체 아베드 갈랍과 SINKANE의 음악적 정체성 혹은 오리지널리티는 대체 무엇일까. 

여기서 우리는 소리소문없이 등장했다 아무런 임팩트 없이 사라졌던 SINKANE의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 [Sinkane (2009)]을 다시 발굴해서 들어봐야 한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지금 소개하려는 신작 [Mean Love]의 토속적 월드뮤직 분위기와는 180도 다른, ANNEXUS QUAM이나 COSMIC JOKERS, GURU GURU 등의 크라우트록 영향력이 절대적인 우주적/앰비언트 싸이키델릭 넘버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 고로 밥 말리와 펠라 쿠티가 퓨전된 듯한 아프로펑크+루츠 스타일의 드러밍과 기타/베이스/건반 프레이즈들로 채워진 두번째 앨범 [Mars]의 나긋나긋한 낙천성과 썸머파티 무드는, 데뷔앨범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레알 '생뚱맞음' 그 자체였으리라.

SINKANE의 신작 [Mean Love]은 전작 [Mars]보다 월드뮤직적인 요소가 훨씬 더 강화되어 있는 작품이다. '수단 혈통'이라는 점을 방패 삼아 월드뮤직으로의 변절을 과감하게 선언했던 [Mars]에서조차 제법 적지 않은 비율로 섞여있던 데뷔앨범풍의 크라우트적 록비트와 앰비언트적 무드는 [Mean Love]에선 거의 실종되다시피 할 정도다. 물론 톡톡 튀는 타악기 비트나 '잡초'향 물씬 풍기는 몽롱한 무드는 크라우트록을 하던 데뷔시절부터 SINKANE의 전매특허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만큼은 마치 제3세계 트라이벌 음악을 연주하는 월드뮤직 밴드 캐릭터에 올인하듯 모든 배경사운드들이 플레이되고 있다. 특히 인트로 트랙 "How We Be"부터 시종일관 짠짠거리는 오르간/신쓰 리프와 퉁퉁거리는 베이스/비트는 자메이카 덥(dub) 장르에서 즐겨 사용되던 그 질감을 재현하려는 듯 하며, 얄팍하게 흐느적대는 리듬 기타 스트로크 또한 아프로비트(Afrobeat) 장르의 원시적 로킹 스타일과 유사한 맛을 내려 노력한 흔적들을 앨범 곳곳에 남긴다.

사실 아베드 갈랍의 알앤비스러운 보컬은 과히 나쁘지 않다. 드림팝처럼 몽환적이면서도 팝스러운 감촉까지 겸비한 그의 보컬 스타일은 펠라 쿠티나 밥 말리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제3세계 록스타들의 거친 에너지에 비해 너무 보드랍고 말랑말랑하기에, 혹자는 이를 '가공된 팝보컬'로 깍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쥬쥬(Juju) 음악의 거성' 에베네저 오베이(Ebenezer Obey), 킹 서니 아데(King Sunny Ade) 등 과거 많은 아프리카 레전설들의 멜로우 보컬스타일을 상기해본다면 '달콤함'과 '보드라움' 그 자체만을 놓고서 아베드 갈랍의 팝 보컬을 폄하할 순 없다. 게다가 시중에 엄청나게 나와있는 브루클린 인디 음악들 중 SINKANE만큼 이국적 감촉의 보컬라인을 가진 음악을 찾는다는 것도 그다지 쉽지 않을 터.

인디음악과 제3세계 월드뮤직의 퓨전으로써 음악적 경쟁력/정체성을 노린 SINKANE의 이번 작품은 외견상 앨범다운 완성체의 모습을 평균이상으로 보여주고는 있다. 그러나 월드뮤직으로부터 뽑아낸 엑기스들이 팝친화성과 이지리스닝에 너무 치우쳐 있다보니, 비록 완성도(혹은 일관성)는 높아졌다 할지라도 정작 앨범 자체의 캐릭터나 유니크함은 '마이너장르'를 적극적으로 건드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밋밋하게 나타나 있다. 오히려 데뷔시절의 아이덴티티였던 크라우트록이 월드뮤직 스타일의 팝 멜로디와 어정쩡하게 뒤섞여 있었던 두번째 앨범 [Mars]의 생뚱맞고도 어수선한 느낌이 오히려 정제되지 않은 매력으로서 더 크게 다가올 정도인데, 인디 마켓(인디 안에서도 분명 '주류' 마켓은 존재한다)을 노리고서 앨범의 퀄리티를 맞추다보니 '괜찮은', 혹은 '들어볼만한' 앨범은 될 수 있어도 '놀라운', 혹은 '꼭 언급되어야 하는' 류의 앨범이 될 수는 없으니, 특히 데뷔작 [Sinkane]의 막무가내 아웃사이더 스타일을 상기해본다면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RATING: 67/100

written by B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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