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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WORLD

LE TRIO JOUBRAN: As Far (2011)


팔레스타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나 전통적으로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이어야 함에는 자명한 사실이지만 20세기 이후 억지 논리로 비비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이스라엘 때문에 그들은 주권을 강탈당하고 억압과 불합리에 반세기 이상 고통받고 있다.

아랍 전통 악기 우드(oud) 연주 집단 LE TRIO JOUBRAN은 이스라엘 점령지인 나사렛 출신의 팔레스타인 삼형제로 이루어진 월드 뮤직 밴드로써, 이미 오래 전부터 세계적 명성을 얻으며 유럽과 미국 등지에 정규적인 라이브 투어를 하고 있지만,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삼형제 모두 염연히 이스라엘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상황이 때문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이집트와 요르단을 제외한 모든 아랍 국가들의 입국이 금지되어 있으며 정작 자신들의 '모국 (?)' 이스라엘에서조차 이들의 '정치적 신념' 에 의해 입국-라이브를 계속적으로 미뤄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정치적 배경으로 인해 여러모로 고통 아닌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이미 이들은 본거지인 파리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등 이들의 영역에까지 자신들의 음악적 입지를 확장시켜 왔으며 이제는 아랍 우드 음악의 새로운 재해석을 이끌어나가는 선두주자로써 아랍 월드 뮤직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우드는 16~18세기 유럽에서 대중적인 현악기였던 류트(lute)의 아랍 버젼으로, 좁고 짧은 네크와 커다란 나무 바디로 이루어진 기타 사촌 격의 전통 악기다. 외형에 걸맞게 악기 소리는 기타와 아주 흡사하지만 프렛이 없다는 점 때문에 재즈의 어쿠스틱 베이스 음향과도 약간 닮아 있고 중고음 플레이 시에는 하프 소리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LE TRIO JOUBRAN는 우드에 관한 제작-연주로 모든 인생을 바친 JOUBRAN 장인 가문의 4대째 자손들인 사미르-위삼-아드난 삼형제로 이루어져 있다. 전부 이탈리아 음악학교에서 서양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하기도 한 만큼 서양 음악에 대해서도 상당히 넒은 식견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동-서양의 음악에 관한 깊은 안목과 밸런스 덕분에 이들의 음악은 여타 아랍 출신 월드 뮤직 아티스트들에 비해 다른 장르들과의 '퓨전' 에 대해 훨씬 열려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파코 델 루치아의 스페인 플라맹고 기타와 존 맥러플린의 재즈 록 기타의 서양 연주 양식에 영향을 받은 듯한 이들의 음악은 이번 신작 [As Far] 에서 우드가 가진 인터플레이 능력의 한계치까지 도달하며 초절기교 악기 연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서양 음악의 영향을 받은 초정밀 트리플 인터플레이의 향연은 "Nawwar", "Zawaj El Yamam" 등의 트랙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으며, 아랍 음악과 남부 스페인 음악의 서정적 톤과 생동감 넘치는 리듬에서 오묘한 접점을 찾아내어 재즈적 프레임워크로 재탄생시킨 "Masana", "Sama Cordoba" 등은 이들의 개방적인 음악 취향을 가장 단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월드뮤직 명곡들이다.

하지만 LE TRIO JOUBRAN는 이번 앨범에서 '우드의 전설' 아누아 브라헴과 같은 노골적인 재즈적 어프로치에 성급하게 달려들기 보다는 팔레스타인 음악 본연의 뿌리와 서양음악에 관한 자신들의 음악적 취향들을 자연스러운 스타일로 융합-해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랍 우드 음악의 퓨전화' 라는 대의를 위해 싸이키델릭한 풍미를 무한대로 발산해내는 우드 본연의 아랍 탁심 (taqsim) 프레이즈를 조금 자제하고 있는 듯 하여 일말의 아쉬움을 주긴 하지만, 자연스러운 미를 강조하는 그들의 음악은 컨템포러리 재즈나 영화음악과 같은 서정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한 이국적 미를 뽐내고 있으며, 4-5연음으로 능숙하게 연주해내는 이 세 명의 우드 테크니션들의 임프로바이제이션은 서양음악에 절대 뒤지지 않는 아랍 우드 음악의 기교와 음악성을 과시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RATING: 78/100

written by Byungkwan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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