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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ALT & INDIE

THE SHINS: Port of Morrow (2012)

미국 인디음악사에서 90년대 '엘리펀트 6' 밴드들의 위엄과 업적은 가히 대단한 것인데, 후발주자로써 이 집단과 음악적으로 비슷한 행보를 걸어왔던 미국 뉴멕시코주 출신의 5인조 밴드 THE SHINS는 THE OLIVIA TREMOR CONTROL, NEUTRAL MILK HOTEL. APPLES IN STEREO 등 '엘리펀트 6' 밴드들과 상대적으로 비교할 때 커다란 족적을 남기거나 불굴의 독창성을 발휘한 밴드는 아니었지만 미국식(아메리카나) 인디/로파이 싸이키델릭 포크 사운드를 21세기 대중 정서에 맞게 제대로 응용/해석한 밴드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적당한 로파이 개러지 무드 속에서 트위(twee) 스타일의 아기자기한 악기 연주와 몽환적인 팝 보컬을 수수하게 엮어낸 데뷔 앨범 [Oh, Inverted World (2001)]은 그해 최고의 로파이 인디록 명반으로써 충분한 가치를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 '가든 스테이트'에서 주인공 샘(나탈리 포트만)이 상대역 앤드류(잭 브래프)에게 [Oh, Inverted World]의 수록곡 "New Slang"을 추천하는 장면을 통해 대중들에게 처음 각인되기 시작했던 THE SHINS의 음악은, 인디적인 뿌리에 기본적으로 천착해 있는 로파이/트위 록 사운드를 구사하고 있음에도 탁월한 팝 센스 덕에 인디음악에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근이 용이한 이율배반적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APPLES IN STEREO 이후 인디적인 로파이 질감으로 가장 멋들어지게 뽑아내던 THE SHINS식 '팝센스'는 주류음악계 합류의 전조를 슬금슬금 흘렸던 전작 [Wincing The Night Away (2007)]에서 살짝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했는데, THE SHINS의 본격적인 메이져 데뷔 앨범 [Port of Morrow]에서는 안타깝게도 그들의 장기인 '팝 센스'가 전작보다 훨씬 더 실망스러운 형태로 변형되어 있다. 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릴리즈된 작품에 합당한 긍정적 해피 무드가 THE SHINS 스타일의 팝 센스와 상업적으로 엮이면서 무수하게 쏟아내는 이 당황스러운 질감의 멜로디들에는, 우리가 [Oh, Inverted World]와 [Chutes Too Narrow (2004)]의 팝 무드 속에서 동시에 느꼈던 내성적 아웃사이더(혹은 히피/힙스터) 기운들이 빠져나가버리고 7-80년대 컨템포러리 팝 음악 특유의 '예상 가능한' 도시적 센티멘탈리즘이 그 공백을 매꾸고 있다. 실례로 잭슨 브라운과 제임스 테일러, 필 리뇻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는 전형적 80년대 팝 회귀 넘버 "Fall of '82"는 요즘 미국내 스타벅스 매장용 '1/4분기 옴니버스 믹스테잎'에 "Simple Song"와 함께 당당 수록되어 영업시간 내내 루핑되어 죽어라 플레이되고 있을 정도로 이 복고팝 신보의 상업적 달달함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다.   

최신 싱글 히트송 "Simple Song"이나 "Bait And Switch"는 그나마 아메리카나 챔버팝 사운드와 로파이적 감성을 수수하게 간직한 곡으로써 골수 인디록 팬들의 까다로운 구미를 맞추는 데에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이긴 하지만, 16분음표가 아기자기하게 난무하는 THE SHINS표 드러밍과 베이스 리듬은 싹 사라지고 대신 TRAIN의 저질 메인스트림 밴드 음악과 다를 바 없는 지루한 발라드 보컬로 떡칠된 "It's Only Life", 또다른 시대착오적 통기타 팝 넘버 "40 Mark Strasse" 등의 엽기적 팝 행보는 '컬럼비아 레코드 제작'의 불명예 딱지와 오버랩되어 그 어떤 THE SHINS 트랙들보다 훨씬 더 지루한 어필제로 팝 트랙들로 전락한다.

"Port of Morrow"에서는 몽환적 재즈 배킹과 리버브 섞인 팔세토 보컬 콤보가 잠시 귀를 솔깃하게 만들지만 이곳에서 작년 줄창 띄웠던 CONNAN MOCKASIN이나 SUUNS 등 요즘 우울질 애들이 일관적으로 뽑아내는 하드코어 백일몽 감촉과 비교할 때 그 진정성이 의심되는 몽환팝 어프로치이며, 활달한 템포와 통통 튀는 드러밍으로 과거 인디 시절의 영광을 발랄하게 재현하고자 하는 "No Way Down" 역시 THE SHINS가 태생적으로 지니고 있는(상당수의 인디 로파이 밴드들이 그렇지만) 빈약한 배킹 레이어의 치부가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에 의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면서 "One by One All Day", "The Celibate Life" 등 초기 로파이 트랙들의 꽉찬 생동감을 기억하는 팬들을 일시에 뻘쭘하게 만들어버린다(뭐, 차를 타며 들으니 신바람은 난다).      

미국 인디록의 산증인 SST에서 거대 기업 컬럼비아 레코드로 드라마틱한 이적을 도모하며 존 메이어, TRAIN 등과 럭셔리한 한솥밥을 즐기기 시작한 The Shins가 뽑아낸 가장 '깔끔한' 하이파이 프로덕션의 결과물 [Port of Morrow]는, 역대 앨범들 중 리더 제임스 머서의 보컬 기량을 가장 깨끗하게 최적화시켜 뽑아내고 있지만 분명 우리가 [Oh, Inverted World]와 [Chutes Too Narrow]같은 초기 작품들로부터 느꼈던 그 로파이 인디 사운드 특유의 아이러니한 감수성과 비범한 배킹 사운드 어레인지 능력들이 상당 부분 거세되어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잠시 언급한 대로 이 '변화'의 예감은 전작 [Wincing The Night Away]에서 일찌감치 느낀 바이기도 하지만, 인디 터줏대감으로써 메이져 데뷔라는 위험한 갈아타기를 감행하며 100% 하이파이 록 사운드 토대로 노골적으로 뽑아낸 팝 어프로치가 왜 이렇게 당황스럽고 부담스럼게 느껴지는지... 


RATING: 59/100

written by BKC